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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적산 북사면 너덜, 이 흰 너덜로 인해 백적산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불꽃 같은 진달래 작은 산을 비추는데 似火山榴映小山
번화하면서도 검박하고 요염하면서도 한가하네 繁中能薄艶中閑
한 가지 가인의 옥비녀 위에 꽂으니 一朶佳人玉釵上
푸른 구름머리를 태워버릴 것 같네 祗疑燒却翠雲鬟
―― 두목(杜牧, 803~852), 「山石榴」
주) 산석류는 진달래의 별칭이다.
▶ 산행일시 : 2019. 4. 27.(토), 맑음
▶ 산행인원 : 13명
▶ 산행시간 : 8시간 40분
▶ 산행거리 : GPS 도상 16.0㎞
▶ 교 통 편 : 두메 님 25인승 버스
▶ 구간별 시간
06 : 30 - 동서울터미널 출발
07 : 57 - 영동고속도로 횡성휴게소
08 : 35 - 평창군 용평면 용전리 용전교, 산행시작
09 : 10 - △776.3m봉
09 : 14 - 안부, 첫 휴식
10 : 12 - △858.2m봉
10 : 50 - 820m봉
11 : 18 - 720.6m봉
11 : 33 ~ 12 : 15 - 속사천4교, 점심
12 : 58 - 811.6m봉
13 : 30 - 주릉 진입
13 : 55 - 1,018.1m봉
14 : 12 - 956.2m봉
14 : 20 - 안부
14 : 46 - 돌문, 953.3m봉
15 : 20 - 백적산(白積山, △1,142.5m)
16 : 16 - 1,034.0m봉
16 : 40 - 안부
16 : 54 - 묵은 임도
17 : 15 - 평창군 용평면 이목정리 골안이, 굴암사, 산행종료
17 : 32 ~ 19 : 28 - 장평, 목욕, 저녁
21 : 21 - 동서울 강변역, 해산
1. 산행지도(영진지도, 1/50,000)
2. 산행 고도표
▶ △858.2m봉
이른 아침 기온이 제법 쌀쌀하다. 잠실대교를 건너 88올림픽대로를 달리다 중부고속도로에
진입하자 짙은 안개 속이다. 곳곳의 교통안내전광판은 감속 50%를 권고한다. 이 아침 안개
는 오늘 날씨가 흐릴 전조가 아니라 아주 맑을 조짐이다. 우리 버스가 동서울터미널을 출발
한지 50분이 지나고 제2영동고속도로 남한강을 건널 즈음 자욱하던 안개가 돌연히 걷힌다.
신명이 감응했다.
으레 이때쯤 차창 밖으로 안부를 묻곤 하는 내게 추읍산은 달덩이 같은 그 단아한 모습을 잠
깐 보여준다. 다들 곤히 자는데 카메라를 맨 책임의 무거움 때문에 그러지 못하고 뒤척이는
나에게 말이다. 추읍산을 지나니 거짓말처럼 다시 안개 속이다. 이런 날 무박산행을 갔더라
면 아마 발아래 만학을 채운 운해와 그 위로 솟은 기봉의 절경을 목도하였을 것.
그 최적지로는 용문산에 올라 치악산 쪽을 바라보는 것, 괘관산에 올라 황매산 쪽을 바라보
는 것, 오도산에 올라 비슬산 쪽을 바라보는 것, 향적봉에 올라 지리산 쪽을 바라보는 것, 황
석산에 올라 남덕유산 쪽을 바라보는 것, 삼도봉에 올라 덕유산 쪽을 바라보는 것, 태기산에
올라 백덕산 쪽을 바라보는 것 등이다.
영동고속도로 장평IC에서 빠져나와 31번 국도에 들고 대천인 속사천을 거슬러 올라 용전교
건너서 버스를 멈춘다. 오전 1부 산행은 이름이 없는 삼각점 또는 표고점 봉우리 6좌를 오르
기로 한다. 속사천변 농로를 잠시 따르다 밭두렁에 둘러친 전선을 넘고 넘어 산기슭에 다가
간다. 새삼스럽지도 않다. 저마다 가시덤불 헤치고 생사면에 달라붙는다.
벌떡 일어선 듯한 비탈진 사면이다. 앞사람이 내는 갈지자 발자국계단을 꼬박꼬박 딛고 오른
다. 긴 한 피치 힘써 숨이 가쁠만하니 가파름이 수그러들고 고도 150m를 높인 능선마루다.
‘진달래 피었구나, 눈 녹은 산에/ 붉은 꽃 여기저기 불같이 타네’ 노래가 절로 나오는 등로다.
이러면 진달래꽃 구경하자 하고 굳이 고려산이며 비슬산, 천주산, 영취산, 무학산을 찾을 필
요가 있겠는가 하고 한 마디씩 거든다.
어제 내린 비로 등로에 깔린 낙엽이 촉촉하게 젖었다. 대기 또한 삽상하고 등로는 인적이 드
물고 한갓져서 걷기에 좋다. △776.3m봉. 산죽지대 키 큰 나무숲속이라 아무 조망이 없다.
삼각점은 ╋자 방위표시만 보이고 판독불능이다. △776.3m봉을 내린 야트막한 안부에서 첫
휴식한다. 춘유다. 소백 님이 남도에서 직접 가져온 국산 홍어회와 해피 님의 돼지고기 편육
이 입산주 탁주를 거푸 들이키게 한다.
산죽지대의 연속이다. 키 작은 산죽 숲이라 좀 더 떨어져서 바라보면 산중 그린 필드인데 실
은 푸른 사막이다. 줄달음하여 봉봉을 넘고 넘는다. 봉마다 오르고 내리는 굴곡이 그다지 심
하지 않아 대깍대깍 넘는다. △858.2m봉. 여기도 조망은 가렸다. 삼각점은 ‘용평 428, 2005
재설’이다. 수렴에 가린 계방산과 회령봉을 연신 기웃거리며 860.3m봉을 넘고 저 앞 봉우리
에는 전망이 트일까 잰걸음 한다. 그러나 내내 수렴에 가렸다.
820m봉. 양지바르고 평평한 너른 터에 양천 허씨 무덤이 자리 잡았다. 무덤가에는 서너 송
이 할미꽃이 다소곳이 시묘하고 있다. 한편, 우리의 오늘도 한갓 일몽이려니 지봉 이수광(芝
峰 李睟光, 1563~1628)의 「할미꽃을 읊다(詠白頭翁)」를 모른 체할 수만은 없다.
새하얀 귀밑머리 낙화풍에 소슬하니 鬢絲蕭瑟落花風
젊은 날 화려함도 한바탕 덧없는 꿈이로다 少日姸華一夢空
청춘은 본디 늙기 쉬움을 알아야 하니 須識靑春元易老
화초 중에도 머리 허연 할미꽃이 있다오 草中還有白頭翁
우리는 820m봉에서 더 이상 북진을 멈추고, 발 빠르게 멀리 앞서간 해피 님을 그만 돌아
오라 소리쳐 불러주고, 방향 틀어 남진한다. 쭉쭉 내려 안부에서 진달래꽃 터널을 지나고
801.4m봉을 넘는다. 울창한 낙엽송 숲 가파른 내리막을 우르르 내리다 720.6m에서 잠시 주
춤하고 Y자 지능선에서 왼쪽 능선을 잡는다. 산자락 임도로 낸 성묫길을 돌아 이목정1교로
속사천을 건넌다.
양풍의 펜션 앞길을 지나 따스한 봄볕이 가득한 속사천4교-속사천4교는 산자락 한가한 농
로 역할이나 한다-위에서 점심자리 편다. 이제 오늘의 주된 산행인 백적산을 오르는 것이라
든든하게 먹어둔다.
3. 제2영동고속도로 차창 밖으로 바라본 추읍산
4. 고속도로 안개는 추읍산을 잠깐 보여주고 다시 자욱해졌다
5. 추읍산 왼쪽 뒤로 백운봉, 오른쪽 뒤는 용문산과 용문봉
6. 등로의 진달래
7. 등로, 비온 뒤라 촉촉하니 걷기 좋다
7-1. 무덤가 할미꽃
8. 멀리 능선이 백적산 주릉, 멀리 가운데는 가리왕산
9. 이목정으로 가는 길
10. 이목정 하산 길
11. 등로 왼쪽 사면의 자작나무 숲
12. 백적산 주릉을 향하여
13. 낙엽송 숲 사면
▶ 백적산(白積山, △1,142.5m)
2부 산행. 새로이 산을 간다. 31번 국도를 횡단하고 영동고속도로 속사천6교 아래 블록으로
덮은 가파른 절개지를 오른다. 어느 해인가 화천 ‘평화의 댐’ 둑을 오르던 때를 생각나게 하
는 오르막이다. 고속도로에 인접한 배수로를 건너고 곧바로 수직사면이다. 아무리 뱃심으로
간다지만 점심을 마치자마자 그 만복을 안고 오르는 것은 심한 고역이 아닐 수 없다. 오르다
말고 스틱이 휘어지게 짚고 가쁜 숨 고르기를 반복한다.
설벽을 찍어 오르듯 그렇게 흙벽을 오른다. 그 끝이 698m봉이다. 왼쪽 사면은 자작나무 숲
이고 오른쪽 사면은 안산 마을에서 산판도로를 내고 벌목하였다. 예전에 간벌한 나뭇가지와
뒤엉킨 키 큰 산죽 숲을 온몸으로 뚫어 안부에 내린다. 긴 오르막이 이어진다. 속새 무리가
장악한 사면을 치고 오른 능선은 인적이 뜸한 산죽 숲이다.
이렇게 빽빽하게 밀생한 산죽 숲에서는 지배(地背)를 철할 듯 두 눈을 부릅뜬다고 해도 빈
눈이므로 일부는 골 건너 사면을 누비고 일부는 발걸음을 아끼려고 오로지 직등한다. 산죽에
가린 인적을 발로 더듬어 간다. 산죽 숲은 흔히 심설을 러셀하여 뚫고 나아가기보다 더 고약
하다. 심설 러셀은 앞사람의 덕을 보지만 산죽 숲은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산죽
숲에 가린 그루터기와 간벌한 나뭇가지는 정강이를 생눈물이 나게 태질 한다.
811.6m봉. 넙데데하고 너른 산죽 숲 초원이다. 10줄 등고선이 나란한 엷은 능선이 이어진
다. 산죽 숲 벗어나 너덜지대 오르고 주릉에 가까워서 묵은 임도를 만난다. 능선마루에 올라
서기가 쉽지 않다. 키 넘는 미역줄나무 덩굴숲이 우거졌다. 고개 뻣뻣하게 세워서는 뚫고 나
아가기 어렵고 낮은 포복하여 간신히 빠져나간다. 가까스로 주릉에 올라서고 서로 연호하여
자기의 행방을 알린다.
뿔뿔이 흩어졌던 일행이 약속이나 한 듯이 일시에 1,018.1m봉에서 모인다. 그새 반갑다. 배
낭 벗어놓고 숨 고른다. 한 차례 뚝 떨어진 안부는 박새들이 낙엽을 들추고 세상구경 나왔다.
백적산 품에 든다. 방화선인 듯 널찍한 등로를 따라 한 피치 오르면 956.2m봉이다. ‘흰적산
봉수대’라는 표지판과 큼직한 돌탑이 있다. 956.2m봉에서 왼쪽으로 약간 더 간 Y자 갈림길
에 서면 백적산과 그에 이르는 장릉이 한눈에 들어온다.
백적(白積). 흰 너덜지대다. 더산 님은 아까 언뜻 눈이 쌓인 오대산의 연봉을 보았기에 백적
또한 눈으로 오인한다. 멀리서는 눈처럼 희게 보인다. 956.2m봉을 남진하는 내리막은 가팔
라 고정밧줄이 매여 있다. 봉봉 오르내리는 굴곡이 의외로 심하다. 암릉이 나온다. 그 위에
올라서면 조망이 트일 것이라 우회로 마다하고 직등한다. 스틸영 님과 나 둘 뿐이다.
오종종한 바위에 올라서니 빼어난 경점이다. 태기산, 흥룡산, 회령봉, 계방산, 오대산 동대산,
노인봉, 황병산, 선자령이 하늘금이다. 어제 내린 비가 오대산 연릉 연봉에는 눈으로 내렸다.
설산이다. 비탈진 암릉을 살금살금 내려 주등로에 들고 다시 수림 속을 간다. 능선은 잡목과
바위에 막히고 오른쪽 곧추선 사면에 난 선답의 발자국계단을 오른다.
14. 백적산
15. 956.2m봉을 내린 안부, 본격적인 백적산 오르막이 시작된다
16. 멀리 가운데는 태기산
17. 노루귀
18. 백적산 북사면 흰 너덜
19. 멀리 가운데는 계방산, 앞 능선에서 백적산을 올랐다
20. 멀리 가운데는 계방산, 그 오른쪽 뒤는 오대산 연릉 연봉
21. 가운데는 발왕산, 그 앞 왼쪽은 용산, 오른쪽은 박지산
22. 잠두산
23. 멀리는 선자령
24. 왼쪽부터 오대산 동대산, 노인봉, 황병산
그 끝 석문을 지나면 953.3m봉이다. 약간 내렸다가 백적산의 넙데데한 북사면을 오른다. 백
적너덜을 겨냥하여 일로 직등한다. 북사면 초원은 현호색과 바람꽃, 노루귀, 복수초가 다투
어 봄소식을 사방에 알리고 있다. 이끼 낀 잔 너덜을 잠깐 지나고 백적너덜을 오른다. 암릉
같은 굵직굵직한 너덜이다. 기이하게도 차돌바위가 산을 이루었다. 신가이버 님이 왔더라면
대번에 유네스코에 알려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지정케 하자고 주장했을 것. 그의 빈자리가
크다.
그런 백적너덜을 지나고 밀림을 오르면 백적산 정상이다. 아담한 정상 표지석 옆에 2등 삼각
점이 있다. 봉평 23, 1989 복구. 여태의 조망은 각론이었고 여기에서의 조망은 동서남북을
총론이다. 용산, 발왕산, 박지산, 잠두산, 백석산, 중왕산, 남병산, 금당산, 거문산, 백덕산 등
을 추가한다. 이들을 보고 또 보고 백적산 정상을 내린다.
백적산 등산로는 모릿재나 골안이라서 이제부터는 잘난 길을 간다. 그렇다고 그대로 쉽게 가
지 않고 생사면을 훑으며 간다. 지지난주에 이어 오지산행에 강림하신 더산 님의 눈썰미는
역시 눈부셨다. 지도 한 번 보고 알토란 같은 더덕의 은신처를 알아낸다. 아무렇거나 시간이
산을 간다. 하산시간을 계량하여 신축성 있게 산행거리를 조정한다.
1,034.0m봉에서 마지막 휴식한다. 배낭을 비운다. 1,057.2m봉 오르기 전 그 북사면을 돌아
서쪽으로 방향 틀어 산죽 숲이 가르마 탄 것처럼 난 등로를 쭉쭉 내린다. 안부. 오른쪽 골로
간다. 이 내리막 북사면은 그야말로 발 디딜 틈이 없는 산상화원이다. 산괭이눈과 현호색, 바
람꽃이 지천이다. 엎드려 그들과 일일이 눈 맞춤하자니 무릎이 다 까질 지경이다.
무수한 열주의 낙엽송 숲을 지나고 산자락 길게 돌아내리는 임도를 만난다. 임도는 농로로
연결되고 개조심하라는 흔선제(欣詵齊) 농원을 지난다. 흔선제는 주로 반송 묘목을 키우는
농원이다. 농로 약간 비켜 오른쪽 언덕바지에 노거수 한 그루가 있다. 보호수 안내판을 세운
돌배나무다. 수령 500년(보호수 지정일자 : 2005년 1월 7일), 수고 13m, 가슴둘레 4.0m.
이렇게 거목인 돌배나무는 처음 본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돌배나무가 아닌가 한
다. 우리나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배나무는 울진 쌍전리 산돌배나무(수령 250년), 진안 마
이산 은수사 청실배나무(수령 600년), 청도 상리 돌배나무(수령 200년) 등 세 그루다. 이곳
이목정리(梨木亭里)라는 동네 이름의 유래(?)인 이 거목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지 않은 건
이상하다.
농로는 골안이 고샅길로 이어지고 굴암사 절집 앞이다. 이곳 약물이라는 굴물의 영험을 받고
절을 창건했다고 한다. 굴물은 절집 안에 있어 맛보지 못했다. 절집 앞에서 두메 님이 기다리
고 있다. 오늘도 무사산행을 자축하는 하이파이브 힘차게 나누고 장평으로 달려간다.
25. 황병산
26-1. 맨 오른쪽은 금당산
26-2. 오른쪽 맨 뒤는 백덕산, 그 앞은 거문산과 금당산
27. 백적산 정상에서
28. 등로 주변의 노랑제비꽃
29. 골안이 하산 길, 후미 한계령 님
30. 산괭이눈
31. 산괭이눈
32. 현호색
33. 하산 길의 낙엽송 숲
34. 돌배나무, 수령 500년이다.
이 돌배나무로 인해 이곳 지명이 이목정리(梨木亭里)가 되지 않았을까 한다
35. 골안이폭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