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마음에도 머물지 말라 09
막축유연
물주공인
- 인연을 좇아 가지도 말고
빈 마음에도 머물지 말라
송
이렇게 돼야지 하는 마음을 놓고
저러면 안되지 하는 마음을 놓고
이러면 어쩌지 하는 마음을 놓고
저러면 어쩌지 하는 마음도 놓고
방하착하라.
강설
여기서 말하는 인연이란 유의의 존재를 말하는 것으로
분별심을 의미한다. 분별심에 대해서는 누차 설명했듯이,
이것이 생기면 저것이 동시에 생기게 되는 것이므로,
취할 것이 생기면 버릴 것도 생긴다는 취사분별을 말한다.
그러니 태어남은 곧 죽음이 생기게 되고, 즐거움이 생기면
괴로움도 같이 생기는 것이므로, 하나를 경험하면 정반대의
다른 하나도 경험하게 되는 분별 인과라 한다.
따라서 좋은 것을 얻으려 하지 않아야 좋지 않은 것도 생기지
않게 된다는 것이니, 이를 중도라 한다.
불자는 자고로 분별심을 떠나 중도를 지향해야 한다.
물주공인 즉, 빈 마음에도 머물지 말라는 뜻이니, 이 또한
막축유연과 같은 의미이다. 공이란 비어서 걸림이 없다는
뜻으로, 중도심과 같은 분별없는 상태를 말한다.
그러나 비었다는 것이 생기는 동시에, 비지 않았다는 것 또한 생기게
되는 것이므로, 이 역시 분별을 떠날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비었다. 또는 빈 것이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아야 진정코 빈 것이 된다.
무생법인 즉, 생기지 않는 것이 진정한 법인이라는 의미와 같다.
이제는 배우고 생각하는 것, 그 이상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일상생활을 하면서
실질적으로 마음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가 하는 차원으로 넘어가야 한다.
업은 쉽게 지울 수는 없으나 꾸준한 노력과 정진의 힘으로 이를 반드시 극복해야한다.
아는 것이 많다 하더라도 몸에 배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따라서 마음을 놓고
분별하지 않는 습을 무조건 길러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순간순간 일어나는 걱정과
근심을 내려놓아야 한다. 이러한 연습과 습관이 몸에 배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근심 걱정은 욕심의 산물이다. 욕심은 반드시 고락의 인과를 낳는다. 그러므로 고락 인과의
윤회고를 겪지 않으려면 욕심을 버려야 하고, 욕심을 버리려면 분별하는 마음을 놓아야 한다.
분별하는 마음을 놓으려면 순간순간 방하착이라는 화두에만 몰두해야 한다. 이렇게 되든
저렇게 되든 무조건 방하착해야 한다. 이러다가 잘못되면 어떡하지 하는마음까지 놓아야 한다.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으면 고락 인과에 대한 굳은 신심을 가져야 한다.
힘쓰지 말아야 한다. 힘을 써야 일이 성취되지 않느냐는 생각까지 놓아야 한다. 그러다가 잘못되어
더 큰일이 일어나면 어떡하지' 하는 마음까지 놓아야 한다. 백척간두에서 두 발을 떼야 한다.
' 그래도 다음 일을 걱정해야 잘못되는 일이 덜 생기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얼마든지 하되 걱정하는
마음을 놓으라는 말이다.
고락의 인과는 얻은 만큼 잃게 되는 것이 만고의 법칙인 즉, 이같이 분별하는 마음이 원인이 되고,
고락이라는 결과로 인해 괴로움의 과보를 받게 된다는 것을 항상 잊지 말고 분별하는 마음을
놓아야 한다.
어차피 삶이란 인과 그 자체이니, 한 번 얻었으면 한 번 잃는 과보가 남게 된다. 따라서 언젠가는
잃게 되는 일이 다가올 것이고, 좋은 일이 한 번 생겼으면 그 과보로 인해 언젠가는 나쁜 일이 하나
발생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바라는 마음이 없으면 절대로 일어나는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생긴다면, 그것은 순전히 바라는 욕심을 버리지 못했다는 증거이다.
' 이미 차를 같이 타고 가는데 어떡하면 다른 사람보다 내가 더 빨리 갈 수 있을까?'라는 어리석은 궁리를 하지
말라는 말이다. 목적지라는 결과가 이미 정해져 있는데 걱정한다고 결과가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매사의 일에 일희일비하지 않음은 물론이요, 원하거나 원하지 않는 생각, 이런 감정, 저런 감정 모두 놓고 또 놓고
또 놓아야 한다. 그러므로 놓고 또 놓고, 놓는다는 마음까지 놓아버리면 그럿이 바로 견성이요, 해탈이다. 그래도 잘 되지
않기 때문에 기도와 참선, 보시, 정진을 함께 병행하는 것이다.
막축유연
물주고인
- 인연을 좋아 가지도 말고
빈 마음에도 머물지 말라
신심명 강설, 진우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