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국의 다비츠." 대전 시티즌의 공오균(26·MF)이 네덜란드 국가대표팀 미드필더인 다비츠(27·유벤투스)를 선언했다.
지난 23일 스산한 겨울바람이 부는 대전의 연습구장. '커다란 안경'을 쓰고 운동장에 나온 공오균의 모습을 본 동료들은 화들짝 놀랐다.
지난 6월 유로2000에서 백내장 수술을 받은 다비츠가 FIFA의 허락을 받아 쓰고 나왔던 그 '고글'이었다. 다비츠는 약해진 눈을 보호하기 위해 스키장에서나 봄직한 큰 '고글'을 착용하고 그라운드에 나서, 팬들의 눈길을 끌었는 데 공오균이 이 '고글'을 턱하니 끼고 나온 것.
이달초 우연히 모외국인회사로 부터 이 '고글'을 기증 받았다는 공오균. 그는 "평소 시력이 나쁜 편이었다"며 "처음 이 고글을 착용했을 때는 불편한 감이 없지않았으나 햇빛반사를 막아주고 야간에는 평상시보다 시야을 밝게 해준다"고 말했다.
"공를 차는 데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공오균은 이 고글 낀 채 운동장을 휘젓고 있다. '국내경기에는 착용이 불가능하다'는 프로축구연맹의 유권해석에 따라 26일 오후 3시에 벌어지는 FA컵 상무전에서 이 고글을 선보이려던 공오균의 계획은 무산됐다. 하지만 '그라운드의 손오공'으로 불리는 그가 여기서 그만둘리가 없다. "경기전 연습때는 착용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이날 경기 30분전에 울산공설운동장에 가면 '한국판 다비츠'로 변신한 공오균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