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팔계 법명은 오능, 사오정은 오정
예전에 《지장경》 강의에서
〈분신법회품分身法會品〉에서 저팔계와
손오공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을 겁니다.
오늘 그 〈분신법회품分身法會品〉중에 손오공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도리천에서 법회를 여실 때
지옥의 고통을 받는 중생들에게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몸을 나투시어 교화하던
지장보살들이 모두 모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분신법회품分身法會品〉입니다.
지장보살이 여럿과 하나의 몸을
자유자재로 나타낸다는 표현은 매우 중요한 사실입니다.
서유기西遊記에서 손오공이 수 십개로 분신 하였지요?
그 지장보살님이 손오공처럼 변신을 자유자재하신 겁니다.
잠깐만요.
서유기西遊記 나왔으니까 법명은 무엇일까요?
저팔계- ‘계戒’ - ‘탐貪’ - 법명은 ‘오능悟能’
사오정- ‘정淨’ - ‘진瞋’ - 법명은 ‘오정悟淨’
손오공- ‘혜慧’ - ‘치癡’ - 법명은 ‘오공悟空’
백마 - ‘정진精進’
삼장법사 현장 스님 - ‘믿음信’을 상징합니다.
계, 정, 혜에 정진과 믿음을 합하면
오력五力이라고 합니다.
이 오력五力이 바로 해탈에 이르게 하는 힘을 뜻합니다.
그러니까,
깨닫지 못하면 탐진치貪瞋癡의 삼독三毒이지만
깨달음을 통해 계정혜戒定慧의 삼학三學을 이룬다는
불교의 가르침이 서유기西遊記 속에 들어있는 것입니다.
비어 있음과 모두 갖추어져 있다는 원리를 볼 때
지장보살은
하나의 몸으로 여럿을 동시에 나타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원리에서 생각해볼 때,
우리 자신은 바로 지장보살의 분신이 되고
지장보살은 바로 우리의 분신이 됩니다.
돼지는 묘한 짐승입니다.
“너는 돼지 같다”고 하면 누구나 화를 낼 것입니다.
돼지꿈을 꾸라 하면 좋아하지요.
고사를 지내거나 할 때는 돼지 머리 앞에 절을 한다.
죽으면서도 웃는 표정을 지은 돼지 머리 앞에~.
묘한 주술적 힘을 지니고 있어 재수를 불러들이는 돼지….
돼지란 동물이
어떻기에 이런 이중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요?
돼지 가운데
가장 스타(?)로 부상한 것은 저팔계일 것입니다.
<서유기>에 등장하여 힘은 강하지만
먹을 것과 여자를 보면 사족을 못 쓰는 고질병 때문에
많은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고,
또 그래서 우리에게 친근한 느낌과 웃음을 주는 존재가
바로 저팔계일 것입니다.
저팔계라는 상징 속에 돼지가 가진
이중적 의미가 들어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서유기는 단순한 공상소설이 아니라
현장 삼장의 인도 구법여행이라는 역사적 사실 속에
수많은 상징과 은유를 섞어서
불법 수행의 과정의 시작과 끝을 드러낸 보기 드문 작품입니다.
그 속에서
우리의 탐욕을 상징하는 돼지로 형상화되고,
그러면서도 불경을 구하는
고난의 역정에 함께하여 결국 그 큰 목적을 이루는
돼지 저팔계의 모습을 한번 진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팔계는 하늘세계에서 벼슬을 하던 이였고,
본디 돼지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저팔계는 팔계八戒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삼장법사의 수행원이 되면서 받은 본디 법명은 오능悟能입니다.
손오공孫悟空,
사오정沙悟淨과
더불어 오悟자 돌림입니다.
자신이 지닌 능력을 깨달아
힘을 성취하는 존재가 아닐까?
그러기 위해서는
천방지축으로 날뛰는 욕망을 제어하는 것이 필요하기에
계율을 지켜 이루어야 한다는 뜻에서
팔계라는 이름이 따로 붙었을 따름입니다.
어릴 때 서유기西遊記를 모두들 읽으셨을 겁니다.
손오공은 우리 중생의 마음을 알린 것입니다.
그 중생의 마음을 오늘 드리는
손오공과 엮어서 자신을 돌아보는 하루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것이 오늘 드리는 따끈따끈한 말입니다.
2024년 11월 12일 오전 06:50분에
남지읍 무상사 토굴에서 운월야인雲月野人 진각珍覺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