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호흡기 질환을 앓다 어제 선종하신 권태하 극작가님(수사반장 등...)의 명복을 빌며 수년 전에 그분이 쓰신 글을 올려봅니다...
닭다리와 닭날개 / 권태하
어제는 우리 내외가 아들 차를 타고 경기도 안성에 있는 유무상통마을 실버타운을 다녀왔다. 금년 96세이신 장모님을, 한 건물 안에 성당이 있고 양방, 한방 의사와 간호사들이 상주하는 유무상통 실버타운 대건 효도요양병원에 모셨으면 싶고, 겸해서 오래 만에 방구들장 신부님께서 집전하시는 주일미사에 참례하고자 아침 9시에 집에서 떠났다. 그러고 보니 호흡기질환을 앓으면서 산소발생기를 끼고 살았던 나로서는 3년 만에 가장 멀리 나들이를 한 셈이다.
그간 방신부님께서 안중근 도마 장군 동상제막식 때 초청장을 보내주신 것을 비롯해 행사 때마다 나를 기억해 주셨지만 내 건강 때문에 한 번도 찾아뵙지 못하여 죄스러운 마음이었는데 녹색정원이 펼쳐지는 뻥 뚫어진 도로를 신나게 달리다보니 기분이 깃털처럼 가벼워졌다. 논에 벼들도 차츰 익어 가는지 어느 새 누런색으로 물들고 있었다.
유무상통마을 실버타운이 미리내 성지 바로 앞이라 청담대교를 건너 용인으로 해서 일반국도로 갔는데도 도착하니 10시 20분, 장안동인 내 집에서 1시간 20분 만에 도착했다. 곧장 신부님께 인사를 드리러 갔더니 마침 봉성체를 하시는 시간이어서 아내와 나는 그 시간을 이용해 요양병원에 대한 문의와 안내를 받은 후, 실버타운과 요양병원에 계시는, 그곳 어르신들과 면회를 온 가족들과 함께 방신부님께서 집전하시는 미사에 참례했다. 입주하신 분들이 대부분 천주교신자이셔서 그런 것일까, 미사 참례하시는 어르신들이 약200여분 되는 듯 했다.
어제 연중 제23주일 주일복음은 마르코복음에 나오는 에파타!(열려라!), 즉 사람들이 귀먹고 말 더듬는 이를 예수님께 데려와 고쳐달라고 청하자 예수님께서 손가락을 그의 두 귀에 넣으셨다가 침을 발라 그의 혀에 대신 후 에파타! 라고 외치자 귀가 열리고 혀가 풀렸다는 부분으로 강론의 주제는 바로 소통(疏通)이었다. 신부님은 “그의 귀가 열리고 말이 터졌다는 것은 그가 차단된 벽을 뚫고 열린 세상으로 나왔다는, 즉 다른 사람들과 소통을 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풀이하시면서 그곳 어르신들의 건강을 예로, 인체에 비유하여 “입에서 들어간 음식이 소변 대변이 되어서 시원스럽게 바깥으로 빠져나와야 건강체가 되듯이 나라도 사회도 부부사이에도 소통이 잘 되어야만 부강한 나라 건강한 사회가 된, 화목한 부부가 된다.”는 말씀을 하시고는 “소통이 잘 되려면 먼저 나를 낮추고 상대방 얘기를 귀담아 들어주어야한다. 내 주장만 하고 내 얘기만 하면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귀가 열리고 혀가 풀렸다’는 말씀의 뜻이 그러하다.” 하시며 강론을 하시다가 다음과 같은 예화를 하나 들려주셨다.
어떤 노부부가 황혼이혼을 하게 되었답니다. 50년을 함께 산 할머니 쪽에서 더 이상은 영감님과 함께 살기가 싫다고 극구 이혼을 요구해서 할 수 없이 이혼을 하기로 하고 재산분배문제 등 이혼수속을 밟아줄 변호사와 약속을 하고 법원 앞에서 세 사람이 만나서 근처에 있는 통닭집으로 함께 들어갔답니다. 법원 앞이라서 앉아서 얘기를 할 마땅한 장소도 없고, 또한 평소에 할멈이 통닭을 즐겨먹기에 영감님 생각에 헤어지는 판국에 할멈 좋아하는 통닭이나 실컷 먹여주자 싶어서 영감님이 주장하여 그 집에 들어갔답니다. 세 사람이 자리를 잡고, 얼마 뒤 통닭이 먹음직스럽게 튀겨져 양쪽으로 두 다리를 뻗어서 큼직한 접시에 통째로 담겨서 나왔는데 영감님이 먼저 닭날개를 뜯어서 할머니에게 주었는데 할머니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노발대발 하더랍니다.
“이누무 영감탱이가 헤어지는 마당에도 나한테는 날개쪽지만 주네, 아무래도 그렇지 내 입은 닭다리를 먹으면 안 되는 입이냐? 몇 십 년을 함께 살아도 통통한 다리는 언제나 지가 처먹고 나한테는 살점 없는 날개만 주더니 서로 돌아서는 이 마당에서도 날개쪽지를 날 줘? 더럽다, 안 먹는다!” 하면서 닭날개를 바닥에 던지면서 화를 내시더랍니다.
그 순간 영감님이 놀란 눈으로 정색을 하고 할머니를 바라보면서
“지금 당신이 뭐라고 하는 거요? 나는 닭날개가 먹고 싶었어도 참으면서 항상 당신 생각해서 당신한테 날개를 주고 나는 살이 퍽퍽해서 맛이 없는 다리만나는 먹었는데 어찌 내게 그런 말을 한단 말이오? 닭날개가 닭다리보다 얼마나 맛이 좋은 건데.....살찌기 싫어하는 당신에게 그것이 맞겠다 싶고, 맛이 훨씬 좋은 닭날개를 당신 주려고 나는 입에 군침이 댕겨도 참았는데....” 하며 영감님이 서운해서 훌쩍거리자 순간 분위기가 조용해지고, 변호사는 그 광경을 보고 슬며시 일어나 문밖으로 그냥 나가버렸다고 합니다...
이상이 방신부님이 해 주신 예화 줄거리이다.
50년을 함께 산 부부 사이에도 소통이 안 되면 아내가 닭날개를 좋아하는지 닭다리를 좋아하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여러분은 영감님께서 닭다리를 좋아하시는지? 닭날개를 좋아하시는지 아십니까?“하자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까르르 넘어가 한참 동안 웃으셨다. 그리고 방신부님은 “기차를 타고 가면서 옆사람 앞사람과 삶은 계란이며 사이다를 나눠먹으면서 소통하던 우리였는데 언제부턴가 서먹해지더니 요새는 스마트폰이 나와서 남녀노소 모두가 그걸 붙잡고 딴 사람에게는 시선도 주지 않는 소통단절 불소통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위정자와 국민이 소통이 안 되고, 남한과 북한이 소통이 안 되고, 최근에는 한국과 일본 간에도 소통이 안 되고 있습니다. 소통이 잘 안 되면 건강체가 되지 못하듯이 대통령과 국민....남한과 북한, 한국과 일본 등 모든 관계가 빨리 소통이 되기를 기도합시다. 그 모든 소통 중에 으뜸은 하느님과 나와의 소통입니다. 예수님은 하느님과 우리 인간과의 관계를 소통시키기 위해서 성모님을 통해 육신으로 세상에 오신 분이십니다. 항상 기도하는 삶. 아침기도 저녁기도. 묵주기도를 반드시 하십시오.....(中略) ”
방신부님의 강론은 역시 하느님 말씀으로 복귀하여 끝맺음을 했지만 미사가 끝나고 유무상통 실버타운식당에서 신부님과 줄을 서서 밥과 반찬을 담아 함께 앉아 점심식사를 하는데 곁에 앉았던 아내가 내게 “당신은 닭다리를 좋아해요? 닭날개를 좋아해요?” 묻기에 신부님과 함께 한참동안 웃었다.
여러분도 이 기회에 남편이나 부인께 한번 물어보시지요?
“당신은 닭날개를 좋아하오? 닭다리를 좋아하오?”라고요.^^*
(출처: 가톨릭 굿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