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글 남기기는 처음이네요.
저는 원발 쓸개관 간경화로 간이식을 했습니다.
언제부터 안좋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18살때 기흉 때문에 수술을 하면서 간수치가 조금 높았다는걸 알게 되었고, 20살에 기흉 재발로 수술하면서 AST, ALT가 100이 넘는걸 확인하고 약물치료를 하다가, 개선될 기미가 없어서 영대병원으로 옮겨서 조직검사를 해보니 원발 쓸개관 간경화라고 하더군요.
다만 정확하게 그 질환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진단서에도 처음엔 (추정)이 붙어있었고, 증상도 좀 차이가 있었거든요.
이게 원래 중년 여성에게서 주로 발생하는데 저는 젊은 남자였고, UDCA도 크게 효과가 없었고....
중간에 면역억제제와 스테로이드제로 치료를 시도해봤지만 실패했었습니다.
AST, ALT는 계속해서 조금씩 높아져서 150~250 사이를 왔다갔다 했었습니다. 급격하게 병이 진행되는 분들보다는 낮은 수치지만 꾸준히 간이 손상되니, '간수치가 얼마더라' 하는건 크게 의미가 없는게 아닌가 싶더군요.
ALP는 1800까지 올라가고 했습니다. 쓸개관쪽 손상이 더 커서 AST와 ALT가 심하게 높지 않으면서 빠르게 손상된게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하여튼 그렇게 치료를 하면서 삼성서울병원이나 서울성모병원도 가봤지만 정확한 병명도 알 수 없었습니다.
초기에는 부모님 손에 끌려 한의원도 이곳저곳 돌아다녀봤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돌팔이가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었죠. 간이 파괴되어가는 사람이 눈앞에 있는제 진단도 제대로 못하고 '간은 멀쩡한데 심장이 약하니 녹용을 먹여보라'는 약장수 놀음이나 하는 경우도 있었고요.
그러다가 수술하기 2년 전부터는 빌리루빈 수치가 급격히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1.2~1.5정도 유지되던 것이 4로, 5로, 8로 점점 올라가더군요. 얼굴은 노랗다 못해 초록색이 되어가고 피로도 심해지고요.
그래도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겠지 싶었습니다. 복수가 차지도 않았고 피곤함이 심해지긴 했지만 그것도 야근이 잦은 직업이라 피로가 쌓였기 때문이라 생각했었고요. 언젠가 간이식을 해야된다는건 알았지만 40~50대쯤 되어서 할 일이고 그 때까지 수술비나 열심히 모아놓자 싶었죠.
이 때는 미래에 보이는게 언제 있을지 모를 큰 수술 뿐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작년 7월 말에 객혈로 입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식도정맥류 같은건 아니었고, 폐에 동맥류가 생겼다 하더군요. 원인은 잘 모르겠고 '십년쯤 전에 기흉 수술하면서 문제가 생겼던게 지금 터진거 아니겠나 싶다'고 하더군요. 학계에 보고된 사례는 없다고 하니 참, 여기저기서 희귀한 방식으로 고장이 난다 싶었습니다.
하여튼 그것 때문에 치료하러 입원했다가 장비가 없어 경대병원으로 옮겼습니다.
그런데 간 상태가 생각보다 너무 심각하더군요. 물론 버티려고 하면 더 버틸 수는 있겠습니다만, 지금 수술하는게 이식 후 회복을 생각하면 가장 좋다고 했었습니다.
평소에 기특하게도 동생녀석이 '형에게 문제가 생기면 내가 기부해야된다'는 이야기를 하곤 했었는데, 혈액형 때문에 부모님을 먼저 검사했었습니다. 혈액형이 같은 어머니는 간이 작아서 안되었고, 혈액형이 다른 아버지는 가능하다 하더군요.
좋은 선생님 만나서 수술도 성공적으로 끝났고, 회복도 꽤 빨리 되었습니다. 면역억제제 부작용으로 고혈당이 와서 좀 고생하긴 했지만 석달쯤 지나 약을 줄이니 거의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이후 5개월쯤 지나서 쓸개관 협착이 생겼습니다. 미리 설명을 듣기는 했었고 간단하게 끝나겠지 싶었습니다.
원래는 내시경으로 하려고 했었습니다. 그래서 수면마취 하고 깼는데.... 다 끝났냐고 하니 내시경으로 하기 어려운 경우라 카데터를 넣어야한다고 하더군요. 같은 병실의 다른 아저씨는 간단하게 끝내고 왔던데 말이죠.
카데터 삽관도 사람마다 다르더군요. 또다른 아저씨는 제가 입원한 뒤에 왔는데 6개월만에 카데터를 빼러 오셨던데, 가느다란 것부터 시작해서 몇 번을 더 굵은거로 교체했다고 하더군요. 저는 한 번 굵은 것으로 교환하고 끝났습니다.
문제는 쓸개관이 막힌 것 때문인지 약물농도가 낮게 유지되어서, 수술 직후 만큼 면역억제제 복용량을 늘렸다는 거죠. 아드바그랍을 아침마다 0.25 먹던 것을 입원 전에는 1mg, 삽관 이후에는 4.5mg까지 늘렸다가 퇴원하면서는 3mg으로 줄였습니다.
일부러 좀 높게 유지하려고 하신다고 하는데, 아마 조만간 다시 약을 줄이겠죠... 안그러면 큰일납니다. 혈당 떨어뜨리려고 안그래도 밥먹고 한시간씩 걷고 뛰고 하는데 발목 나갈 것 같아요.
혈당이 조금씩 높아지고 하는거 보면 앞으로 좀 줄여도 될 것 같기는 합니다. 아침에 혈당이 200이 안된다는 것도 수술 직후보다 나은 상황이라 다행이다 싶네요.
5월쯤에 카데터를 뺄 예정입니다. 그것만 해결되면 이제 어지간한 문제는 다 해결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컴퓨터 디자인을 하고 있어서 재택근무 하고 있는데, 슬슬 직장에 제대로 복귀하고 돈도 벌고 해야겠죠. 옛날이랑은 다른게, 요즘에는 앞으로 뭘 할지에 대한 걱정이 크게 줄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원래 이렇게 살았구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이제 솔로만 탈출하면 됩니다
첫댓글 평생을 걸쳐서 아플일이 지금 다 지났다고 생각하시고 행복하고 건강하게 100살까지 사시길~
여자친구도 꼭 생기길 바래요^^
대구 한분 추가?
방가
영대이헌주 ㅡ 경대한영석 라인
인가요?
남은 일정 다 잘될겁니다
쉬엄쉬엄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