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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디움 오브 라이트에서의 경기 결과는, 비록 비겼지만 하지만 좋은 징조였다. 일단 레스터는 지지 않았다. 두 번째로 원정 경기에서의 무승부였고 그것도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는 팀과의 무승부였다. 울버햄튼 전처럼 허무하게 무너지지 않았다.
훈련은 그런 분위기를 이어갔다. 다음 경기는 4일 후, 프레스턴과의 원정경기였다. 프레스턴은 이번에 승격된 팀이었고 그들에 비해서 약했다.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대였다. 장기 부상을 당했던 케빈 맥스웰은 물론, 주장 폴 데인도 돌아올 것이다. 부담감이 적은 만큼 선수들은 밝아 보였다. 물론, 앤디 로드가 훈련 중 부상을 당하기 전이었다.
단순한 전술 훈련이었을 뿐이다.
“앤디, 막히면 바로 패스를 제발 좀 해. 아니면 확실하게 제치던가. 우물쭈물하게 멈춰서서 그게 뭐야.”
“알았어요. 확실하게 할께요, 확실하게!”
“뭘, 이제 패스하게?”
딘 테일러 코치의 지적에 예상과 다르게 앤디는 상대를 제치기로 하였다. 훈련 당시 그를 마크하던 사람은 션 블랙이었다. 이 32살의 영국인 수비수는 2년 전 알렉세이가 레스터에 온 후 자리를 잃고 말았다. 그 자리를 되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이미 서른이 넘은 그의 몸은 마음을 따라가지 못했다. 점점 느려지는 발과 잦아지는 실수는, 점점 발전하는 알렉세이에게는 전혀 미치지 못했다. 한 때 ‘쇼니’라는 별명을 붙여주던 팬들도 이제 그가 경기에 나오면 우리는 한 자리를 비운 채 경기를 한다며 조롱하였다.
블랙은 예리하게 앤디를 노려보았다. 앤디는 입약 약간 삐죽 내밀고 바로 집어넣으면서 그를 제칠려고 왼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블랙이 그를 따라 몸을 기울이는 것을 보고는 바로 반대쪽으로 공을 몰고 나갔다. 블랙은 흠칫하면서 발을 뻗으며 앤디의 발을 걸려고 했으나 그의 발을 건 것이 아니라 발목을 차버리고 말았다.
“악!”
단말마의 비명에 선수들과 코치들이 모두 흠칫하며 일그러진 앤디의 얼굴을 보았다. 블랙은 앤디의 상태를 살피며 흰 피부가 더 하얗게 질려있었다. 금세 윌슨 팀닥터가 달려오고 이내 코치들과 선수들이 따라와서 주위를 둘러섰다. 스테판은 꽤 당황하였다. 이내 팀닥터들과 구단 직원들이 그를 데려갔고 어수선한 분위기가 정돈되었다.
스테판은 훈련 도중 계속 블랙의 얼굴을 힐끗힐끗 살폈다. 그러던 중, 그의 팀 동료이자 하나 밖에 업는 포지션의 경쟁자이지만 최근 그에게 밀린 토마스 허버트의 얼굴도 볼 수 있었다. 토마스의 표정은, 블랙의 표정과 너무나도 비슷했다.
곧 이어 점심시간이 되었다.
“심한 부상일까?”
숀 길버트가 그에게 물었다. 숀은 그와 같이 새로 온 이적생이었고, 나이 또래도 비슷했다. 그들은 빨리 친해졌다.
“으음, 모르겠어.”
“발목이 비틀어지지는 않았어, 괜찮겠지.”
옆에서 프랭크가 끼어들었다. 앤디는 프랭크와 특히 친했다. 프랭크는 이렇게 말하면서도 얼굴은 블랙만큼이나 얼어붙었다. 숀은 다른 식탁을 보고 있었다. 스테판은 그의 시선을 따라봤다. 여전히 어두운 얼굴의 블랙이 케인에게 위안 받고 있었다. 케인이 이적해왔던 4년 전만 해도, 그는 케인의 옆에 서있었다.
훈련은 경기가 끝난 지 하루 뒤라서, 오후 4시에 끝났다. 감독은 해산하기 전에 선수들을 모아서 어제 경기에 대해서 말했다. 모두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던 말이었다. 수비에서의 결점, 중앙 압박의 부재. 하지만 중요한 것은 초반의 사설이 아니었다.
“앤디 말이다, 방금 윌슨에게서 연락이 왔네. 발목 인대가 조금 늘어났을 뿐이래. 한 2주 정도 쉬어야겠다는 데.”
스테판은 다시 한 번 블랙의 얼굴을 보았다. 좋은 소식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표정은 조금도 풀어져 보이지 않았다. 책임감이 강한 것일까? 그게 아니더라도 스테판은 그 표정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앤디의 날아간 2주가 그의 날아간 1년을 만들 수 있으니까. 왜 알 수 있지? 그는 누군가의 다리를 망가뜨린 게 아니지만
그도 겪어보았으니까.
그리고 지금은 같이 겪고 있는 고통이니까. 그것도 한 장의 종이로.
콜체스터전 선발명단
해리 비티, 알렉세이 얀코프스키, 배리 케인, 폴 데인, 키스 엘리엇, 개리 채프먼, 케빈 맥스웰, 글렌 바클레이, 프랭크 크라위, 디디에르 야빈지, 스테판 클레이턴//앤드류 리, 루이스 브래디, 토마스 허버트, 숀 길버트, 브라이언 핀
몇 가지 특징이 눈에 띄는 선발명단이었다. 데인이 빨리 부상에서 회복하고, 케빈도 4월에 당했던 부상에서 드디어 탈출하였다. 부상당한 앤디 로드가 빠졌고, 그 자리에 웨일즈 출신의 윙어 개리 채프먼이 들어가 있었다. 또한 조 브릿지도 빠져 있었고, 그 자리에 글렌이 들어가 있었다. 약체와의 경기라서 그런 것이라고 스테판은 단정 지었다. 브라이언 핀도 눈에 띄었는데, 그는 이번에 2군에서 1군으로 올라온 선수였다. 어린 나이에 레스터의 축구 학교에 입학하고 그동안 쭉 레스터에만 머무른 만능 미드필더였다.
다짐을 하며,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킥 오프 전에도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물론, 감독이 명시해둔 출전 명단을 본 순간부터 계속 깨물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의 옆에는 다시 야빈지가 서있었다. 심판이 시계를 확인하더니 이내 휘슬을 불었다. 콜체스터와의 한 판이 시작되었다.
콜체스터는 쉬운 상대였고, 레스터는 지속적인 긴 패스로 역습을 전개하고 짧은 패스로 필드 중앙에서 공을 빼앗기지 않고 척척 발을 맞추자 상대는 압박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 야빈지와 복귀한 케빈이 날리는 무서운 중거리 슛에 상대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결과는 과정을 배신하지 않았다. 첫 골은 이른 시간대에 터졌고, 공격을 더 거세게 하였다. 콜체스터는 의지를 잃은 듯하였다.
첫 골의 주인공은 오른쪽 미드필더로 출전한 프랭크 크라위였다. 상대 미드필더 사이먼 퍼킨스가 케빈을 압박하러 다가오자, 케빈은 낮고 빠른 크로스를 프랭크에게 주었다. 프랭크는 오른쪽 측면에서 두 걸음정도 공을 몰고는, 수비수가 다가오자 공을 왼발로 옮겨 각이 좁은 상황에서 슈팅을 했다. 공은 반대쪽 네트에 꽂혔다.
두 번째 골도 금방 들어갔다. 스테판의 골이었다. 조가 상대에게 공을 빼앗고는 바로 땅볼패스로 스테판의 앞에 찔러주었다. 페널티 박스 근처에서 스티븐 레가 죽기 살기로 따라붙자 스테판은 야빈지에게 가볍게 패스해 주고 앞으로 달렸다. 야빈지를 주시하고 있던 상대 선수는 없었다. 야빈지는 한 번 쉼호흡을 하더니 슈팅을 날렸다. 제이슨 스티븐스가 쳐냈지만 미리 대기하고 있던 스테판이 왼발로 가볍게 밀어 넣었다.
그는 마음이 붕 뜨기보다는 차분히 가라앉았다. 안심이 되었다.
한참 골이 안 들어가다가, 후반 80분이 돼서 마지막 골이 터졌다. 케빈의 화려한 신고식의 정점을 찍는 골이었다. 케빈이 코너킥을 올린 것을 배리 케인이 순간적으로 빈 공간에 침투해서 가볍게 헤딩으로 마무리했다. 케빈은 이것으로 어시스트 2개째였다.
경기는 얼마 후 마무리되었다. 레이어 시티에서의 대승이었다.
COLCHESTER UNITED FC 0 : 3 LEICESTER CITY FC
2승 2무 1패 6득점 3실점, 크리스탈 팰리스에 이어서 6위였다.
“우리의 목표는 2위 이내로 플레이오프를 거치지 않고 승격하는 것이다.”
시즌 전 하위가 밝힌 바였다. 물론, 선수들 모두의 마음이었다.
“건배!”
라고 말은 했지만, 스테판은 술을 마시지 않는다. 마신 것은 동료들뿐이었다. 프랭크 크라위, 사무엘 호들, 케빈 맥스웰, 알렉세이 얀코프스키, 숀 길버트, 개리 채프먼 등의 선수와 함께였다. 사무엘이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스테판에게 말했다.
“아일랜드 인이잖아요.”
“그게 왜?”
사무엘은 프랭크 쪽으로 눈짓을 한 번 주면서 말을 다시 꺼냈다.
“술 안 마셔요?”
스테판의 앞에는 스프라이트가 놓여 있었다. 프랭크는 위스키 한 잔을 다 비우고 있었다. 개리가 프랭크의 잔에 더 독한 잔을 따르며 낄낄 거리고 있었다. 개리는 말할 때 비음이 많이 섞였는데, 신기한 것은 웃을 때는 더 심해서 듣기 싫을 정도였다는 것이다.
“웃지 마아, 인마.”
프랭크는 벌써 취기가 돌기 시작했는지 알 수없는 민요가락을 흥얼거리며 한 잔 더 들이켰다.
“듣기 재수 없어.”
개리는 프랭크를 향해 얼굴을 찌푸리더니 이내 자신의 잔도 비웠다. 그는 얼음을 오도독 씹어 먹으며 프랭크를 쳐다보았다. 아일랜드 놈들은 역시 술고래야, 스테판은 국적만 아일랜드고. 엄밀한 의미에서 프랭크는 북아일랜드 사람이었지만, 술자리에서 그런 민감한 문제를 건드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일랜드 북부를 영국이 무력으로 때간 것이 북아일랜드였기 때문이다.
“엠마누엘은 있지. 한 마디로 말해서,”
프랭크는 확실히 취했다. 케빈은 알렉세이, 숀과 떠드느라 정신이 없었다. 개리와 사무엘은 서로 언성을 높이면서 계속 낄낄대고 있었다. 프랭크의 말을 듣고 있는 것은, 그나마 피가 통하지만, 불량 혈통이어서 그런지 술은 한 방울도 안 마시는 스테판 하나였다.
“멍청이야.”
엠마누엘 지치투는 독실한 무슬림이었다.
“이 맛을 모르다니.”
다시 강조하지만, 엠마누엘 지치투는 독실한 무슬림이었다.
“경기 끝나고 한 잔, 얼마나 좋아.”
엠마누엘 지치투는 독실한 무슬림이자 축구 선수이다. 그는 지금 근육이 뭉칠까봐 욕실에서 정성스럽게 마사지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프랭크 크라위는 순수 아일랜드 인이라는 것을 말보다 행동으로써 증명하고 있었다.
“프랭크, 취했어.”
프랭크는 부리부리한 눈으로 스테판을 쳐다보더니 볼을 부풀린 채로 한마디를 툭 뱉었다.
“너도 멍청해.”
스테판은 스프라이트를 한 캔 더 마시기로 했다. 프랭크는 음정박자가 하나도 안 맞는 괴상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펍은 한적했고, 그들을 알아보는 팬들은 인사만 하고 지나쳤다.
다음 경기는 토쿼이와의 칼링 컵 경기였다. 토쿼이는 리그 2의 팀이었고, 리그 2는 챔피언십에서 두 단계나 아래에 있는 리그였다. 그들보다는 한참 약했다. 게다가 컵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는 힘든 전력이기 때문에, 토쿼이는 리그에 집중하기 위해서 2군에 가까운 전력을 내보낼 것이다. 레스터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들은 토쿼이보다 강했다.
스테판은 하위에게 미리 빠지겠다고 요청을 했다. 하위도 스쿼드에 넣을 생각이 없었다. 이사온지 한 달이 다 돼갔지만 청소를 안 해서 엉망이었고, 부족한 것도 많았다. 아직 비디오 플레이어도 없었다.
경기 전날, 훈련을 마친 후, 이미 그와는 별 상관없는 토쿼이 전 선발 스쿼드 명단을 보았다. 스테판은 순간 덜컥했다. 토마스 허버트와 션 블랙이 들어가 있었다. 블랙은 1군 경기를 오랫동안 못 뛰고 이번 시즌부터는 2군 경기도 간혹 가다 뛰었지만, 허버트가 들어간 것은 처음이었다. 무슨 의미일까? 허버트가 완전히 밀린 것일까? 스테판은 몇 가지 의문을 가지고 훈련장을 나왔다. 차문을 열려던 순간, 마크가 보낸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내일 아침 10시 스트릿 스펜서, 무조건 올 것.’
“지 멋 대로네.”
누군가가 그의 옆에서 갑자기 말하는 바람에 스테판은 움찔했다. 그 옆에 주차해 두었던 팔러 코치였다.
“자네 에이전트지? 마크 워커, 유명인사지 뭐.”
스테판은 마크가 자신의 명성에 대해 떠드는 것에 대해서 늘 과장이 반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럴 때는 정말 믿어야 하나 고민하기도 했다. 스테판은 답장을 보낼까 말까 진지하게 고민했지만, 보내지 않기로 하였다. 조금이라도 빨리 집에 가서, 쇼핑 목록이나 작성 하는 게 현명할 듯하였다.
마크가 직접 불렀다면, 쓸모없는 소리를 할 것 같지는 않았다. 무조건 올 것이라고 강조한 것 보면, 정말 중요한 일이겠지. 스테판은 차에 시동을 걸었다.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레스터는 정말 아름다운 도시였다. 런던이 우울한 하늘과 스모그의 질척질척한 뒷골목이라면 레스터는 아름답게 잘 가꾸어진 상쾌한 정원이었다. 적은 인구, 맑은 호수, 군데군데 보이는 옛 건물은 도시에 고풍스러운 맛을 더해주었다.
교외로 조금만 더 나가면, 평화로운 양치기를 볼 수도 있는 시골이었지만 스테판이 그럴 필요는 없었다. 훈련장에서 가까운 아파트가 그의 집이었다. 문을 열고 집에 들어가는 순간 잠이 몰려왔다. 긴장이 풀렸구나. 경기 뛴 날도 아닌데, 너무 졸리잖아.
“으음.”
그는 대충 옷을 벗어 던지고, 속옷만 걸친 채로 잠이 들었다.
그녀는…
“젠장.”
스테판은 잠에서 깼다.
“왜 또…….”
평소보다 한 시간은 더 일찍 일어났다. 새벽 5시 반, 스테판은 다시 자고 싶은 마음을 누르며 샤워를 했다. 꿈을 머릿속에서 빨리 지워버리고 싶어서 머리감을 때 머리를 평소보다 더 강하게 문질렀다.
식단 관리? 하지 않았다. 단백질을 많이 섭취하여 몸을 만들고 탄수화물을 섭취하여 운동능력을 향상시키는 것, 선수한테는 중요한 일이었다. 스테판도 비교적 잘 지켜왔던 규칙이지만 지금 그는 간도 제대로 하지 않은 스크램블드에그를 만들고 있었다. 나갔다가 배고프면 맥도날드 가면 되지. 스테판이 맥도날드를 가지 않은 것이 어연 3년이었다.
스트릿 스펜서는 작은 카페였다. 스테판이 레스터로 임대를 확정지었을 때, 런던에서 일하는 마크 때문에 둘은 만날 곳은 몇 군데로 정해두었다. 스트릿 스펜서는 그 중 하나였다.
“야, 늦었다.”
마크는 퉁명스러운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안 늦었어요. 명색이 에이전트씩이나 되셔서, 시계도 안 보고 사세요?”
“잘도 지껄이네.”
마크는 왼팔을 소파에 걸치더니 카페 내부를 쓱 한번 둘러보았다. 그는 매우 불만스러운 얼굴로 스테판에게 부정확한 발음으로 한 마디 더 했다.
“…클럽에서 만나자.”
“네?”
마크는 주위에 사람이 있는지 돌아본 후,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스테판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게이 클럽에서 만나자고! 남자 둘이 대낮에 만나서 카페에 와서 커피나 마시고 있잖아.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하겠냐고, 이 자식아. 누가 이딴 곳….”
스테판은 마크의 말을 끊어버렸다.
“아무도 그렇게 생각 안 해요. 마크 아저씨가 이상한 거 아니에요? 가정도 꾸린 사람이 그렇게 엉큼한 생각을 품나.”
“누가 엉큼한 소리를 했다고, 됐네, 됐어. 그만 하자. 얼간이하고는 대화하지 말랬지.”
마크는 바로 한 마디를 더 했다.
“왜 불렀는지 말할 시간이 왔군.”
스테판은 커피를 마시다가 잔을 내려놓고 마크를 쳐다보았다.
“네가 버밍엄에 있을 때, 내가 말해줬지? 네놈은 후보로 임대 가는 거라고.”
스테판은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몇 경기 연속 선발 출장하다보니 그 사실을 잊고 있었다.
“토마스 허버트의 실력은 너도 봤고, 나도 봤고, 일단 기록이 증명하고 있지. 네놈보다도 떨어지는 결정력과 포스트 플레이의 소유자지. 집념은 알아줄만 하지만, 몸이 안 따라주는데 뭐.”
마크는 오른팔마저 소파에 걸치며 다리를 꼬았다. 매우 편안한 자세가 되었다.
“그러면 네가 후보로 갔다는 것은, 당연히 영입할 생각이 있었다는 것이지.”
“알고 있어요.”
마크는 피식 웃으면서 창밖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레스터는 런던에 비해서 훨씬 살기 좋은 곳이야. 은퇴하면 고려해 봐야겠어. 그는 말을 이어갔다.
“원래 레스터가 영입하려고 했던 선수는 마르세유의 한 물 간 공격수 클로드 두발이었는데, 두발이 미쳤냐? 레스터 왔다가는 1년을 머무를지, 몇 년을 머무를지도 모르잖아. 그 다음 목표가 선더랜드의 무니르 레그라귀와 팰리스의 데이빗 말론, 말론 너도 알지? 어쨌거나 그 둘이었는데 실패했어.”
스테판은 묵묵히 듣고 있었다.
“그리고 내일, 이적 시장 마감, 끝. 자네가 그 자리를 먹을 수 있는 거지. 레스터에게는 안 된 일이야.”
“하지만….”
“그래 맞아, 마지막 경쟁자가 하나 남아 있지. 그 문제의 토마스 허버트, 아마 죽기 살기로 덤벼들 거야.”
마크는 어느 새 다리를 풀고 커피 잔을 들었다. 그는 스테판의 표정을 보았으나, 감정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네놈은 입 구멍 구조상 헛소리만 지껄이지. 하지만, 이 속에는 뭐가 들어가 있을까?”
그는 검지로 스테판의 머리를 툭 쳤다. 스테판은 멋쩍은지 씩 웃으려 했지만,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저녁에 그는 집으로 돌아가 인터넷으로 점수를 확인했다. 토마스의 두 골로 토쿼이를 3 대 0으로 꺾었다고 나와 있었다.
첫댓글 선리플 후감상
CM동에는 진짜 몇 달만에 올리는 것이라서, 제 아이디를 검색해서 앞부분부터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