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투루 마투루 란 말은 대학교 회계학시간에 교수님이 후투루 마투루란 말을 자주 사용해 그 교수님 하면 이 말이 먼저 떠 오른다. 아마도 대충, 대강, 되는대로, 이런 뜻이리라. 오늘은 아침 산책길에 후투루 마투루 생각나는것을 글로 옮겨본다.
아침 산책길에 속삭이듯 보슬비가 사박사박 내린다. 비를 맞으며 산길을 걷는 것은 기분이 산듯하고 즐겁다. 길섶에 부러져 넘어져 있는 참나무위로 산마의 이파리가 노랗게 물들어 있는 게 참 아름답다. 아마도 가을에 가장 먼저 노랑 단풍이 드는 잎이 이 산마가 아닌가싶다.
비가 뿌려서 가다가 길옆 정자에 앉으니 여기가 바로 무릉도원이 아닌가싶을 정도로 안온하고 조용하다. 나뭇잎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자연의 음악이다. 자주 만나고 통화도 하는 친구가 고향 통영에 아버님 어머니 산소에도 들릴겸 내려간다고 하니 문자로 잘 다녀오라고 인사를 한다. 사박사박 떨어지는 빗방울소리가 귀를 간질인다. 청설모 한 마리가 아카시아나무에서 쪼르르 내려오더니 다른 나무로 폴짝 뛰어간다. 옆자리에 할아버지 한 분이 살그머니 앉는다. 한참 쉬었다 가는데 나보다 나이가 위인지 아래인지 잘 모르겠다. 아내가 " 당신이 아파트 우리 동에서 첫때 둘째로 나이가 많을걸요 "하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내가 노인은 노인인 모양이다. 마음은 청춘인데도. 내 나이는 생각치않고 다른 사람만 할아버지 할머니 라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내딴은 친하다고 통화중에 ' 야 일마 ' 했다가 그 친구가 정색을 하고 ' 나이 80이 다 되어가는데 야 일마가 뭐냐 '고 항의를 해서 당황한 적이 있다. 나는 ' 야 일마 ' 할 정도는 정말 친밀한 사이에만 할 수 있는 살가운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정서가 틀리니 그게 아닌 모양이다.
산길에 우산을 들고 한 할머니가 전화를 하면서 손을 움직이며 간다. 아마도 손자나 손녀와 영상통화를 하면서 즐거워 하는가 본데 참 부러운 장면이다. 시간이 오전 10시 반인데 어디 먼데서 장닭 우는 소리가 들려온다. 마치 먼 시골 농촌 어딘가에 와 있는 기분이다.
어제 오후에는 어디 갔다 오는 길에 시장에 들러 병어와 돼지갈비 그리고 연시도 조금 사 왔다. 가을이 되면 나는 홍시를 너무 좋아해 하루에 몇개를 먹는지 모르겠다. 오후에 홍시를 사러 또 시장에 내려가 봐야겠다. 오늘 점심에는 아내가 병어조림을 내 놓을지 돼지갈비 들어간 김치찌개를 내 놓을지 어느쪽인가 기대를 하며 집으로 간다.
그야말로 후투루 마투루 생각나는대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10/15 (금)
첫댓글 편안한 글 잠시 여유롭게 읽어 봅니다
감사 합니다
감기 조심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