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시골 살 때 어머니는 남새밭에서 파 소풀(전구지,부추),상추,풋마늘,고추,열무,배추 등
채소를 뽑아와 나물을 무칠 때 양념으로 마늘을 칼로 다져서 깨소금과 같이 손으로 버물러셨는데
덜큰하고 맛이 있었다.
마늘을 껍질을 까서 도마 위에 놓고 칼로 총총 썰어서 칼자루로 짓이겨서 즙이 나게 해야 양넘이 잘 됐다.
조각을 아무리 잘게 해도 짓이긴 것 만큼 맛이 없었다.
요즘은 마늘 다지개나 분쇄기가 많이 나와 있지만 그 전에는 마늘 다지개가 보이지 않았다.
배 탈 때 독일에 갔을 때 주방제품 파는 곳에 갔더니 마늘 다지개가 눈에 띄여 하나 사와서 오랫동안 썼다.
외국에 나가서 주방기구를 구경한 것은 어머니가 하두 고생을 많이 하셨기 때문에 칼이나 가위 등을 사 드리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년말에 등산가려고 노포동 역에서 하차하여 친구 차를 기다리는 데 마침 오시게 장날이었다.
건널목 옆에 리어카 위에 마늘과 다른 채소류를 분쇄하는 기계를 팔면서 마늘과 당근을 시범적으로 분쇄를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마늘 너댓개를 갈대기처럼 생긴 주입구에 넣고 손으로 핸들을 돌리면 양기어 사이에 마늘이 들어가서 분쇄되어 나오는 원리였다. 가격은 확실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아마 2만5천원인 것 같았다. 집에 이쓰면 편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려고 하는 데 광고창에 사과깎는 기계 동영상이 떴다.
'1mm 초미세 과일 박피기'였다. 궁금해서 찾아 들어가 보았더니 소비자 가격은 45000원 해놓고선 판매가는 19800원이었다.
참 편리한 세상이다. 사과깎는 기계도 다 나오다니, 허기사 밤깎는 기계가 나온지도 꽤나 오래 된듯 하다.
'팔요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했던가?. '실패는 성공의 어미니'라고 했던가? '궁하면 통한다'라는 말과 같이 필요하면 어떻게 해서든 길과 방법을 찾아낸다.
예전에 어릴 때는 감을 깎아서 곶감을 만들 때 왼손에 감을 잡고 오른손에는 칼을 쥐고 감을 돌려가면서 껍질을 깎았다.
껍질을 얇게 고르게 깎는 것이 관건이다. 사과와 배를 깎을 때도 마찬가지다. 기제사 때나 명절 때 사과와 배를 깎아 제삿상에 올릴 때도 사과와 배를 깎는 일은 내몫이었다. 껍질을 중간에 끊어지지 않게 길게 깎는 것은 정성을 들여야 가능하다. 사과 하나를 깎으면 껍질의 길이가 한 발이나 되었다. 당시에는 사과 깎는 법은 그렇게만 깎아야 되는 것으로 알았다.
시골에서 남여가 선을 볼 때 부모님과 함께 처음으로 대면을 하고, 총각이 처녀에게 이것 저것 물어보고는 물 한그릇 좀 달라고 부탁한다. 또 손님 접대한답시고 사과를 깎아서 내 놓기도 한다. 여자가 사과를 곱게 깎으면 성격이 온순하고 차분하다는 것으로 파악하고, 사과 껍질을 두껍게 깎으면 여자가 손이 크면 안된다면서 혼사가 성립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처녀가 물 한 그릇이라도 예절 바르게 정성드려 떠와서 공손하게 바치면 부모 밑에서 예절을 잘 배운 것으로 판단하고 남자측에서는 며느리감으로 만족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부산에 내려와 어느 집을 방문했을 때 사과를 가져와 깎는 데 내가 생각했던 전통적인 껍질 깎는 방식이 이니었다. 사과를 한 손에 들고 칼로 껍질부터 깎는 것이 아니고 사과를 세워 놓고 십자(+)로 칼로 4등분 해서 시가 있는 속을 도려내고 다음에 껍질을 깎아냈다. 그렇게 하니 껍질을 깎는 시간이 훨씬 단축되는 것 같았다. 같은 산이라도 정상에 오르는 길은 다양하게 있다. 사과 깎는 법도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껍질에 영양소가 더 있다고 껍질을 깎아내지 않고 물로 잘 씻어서 껍질채로 먹는 사람도 있다.
요는 고정관념에 젖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시대가 변하면 패러다임도 따라서 변해야 된다. 물론 '부모에 효도 하고 나라에 충성하라'는 삼강오륜을 교육철학으로 삼은 우리들로선 쉽지 않은 일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