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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 나를 사랑한 고양이 시시
지은이 : 슈테파니 츠바이크 지음, 안영란 옮김
출판사 : 베텔스만코리아 펴냄
#그, 그녀. 고양이
요가의 한 자세같이 쭉 뻗었다가 조그만 식빵처럼 가만가만 앉아있기
어디든 조심조심 살금살금 들락날락, 작고 부드럽고 조용한 몸놀림
호박색, 터키 블루, 에메럴드 그린. 혹은 오드아이의 눈동자
은회색부터 포인트칼라까지 오묘하고 품성한 털 코트
호기심
과 애정
, 기대
를 가득 담은 눈으로 쳐다보기
가끔 무언가 원할 때 갸냘프게 '야옹- ' 울기
무릎 위에 앉아 골뱅스럽게 몸을 말기
등 위에 올라앉아 꾹꾹 눌러주기
품에 꼬옥
앉아 고르륵거리기
장난감을 향해 점프!하기
꼬리로 한바퀴 감기
내 몸에 부비부비
완벽한 실루엣
..........
나의 모든, 사랑과 관심과 연민과 동정.
"고양이의 애정을 얻기란 쉽지 않다" 누군가는 투덜대고
"오! 고양이" 누군가는 애정어린 찬사와 비밀스런 이름을 함께 선사했다.(T.S 엘리엇)
한때 할머니댁에 살던 어떤 고양이의 이름은 시골집 아이들이 늘 그렇듯'나비'였고
소를 너무나 사랑해 외양간에 드나들던 그녀는 소에 꼬리가 잘못 밟혀 꼬리가 반쯤 잘렸다.
웃지 말라. 꿋꿋한 나비는 변함없이 외양간에 수시로 드나들었다고 한다.
새끼를 낳아도 가족과 친척들에게 별 경계심 없이 새끼를 맡겼고
몇 마리를 분양보내고 나면 며칠을 계속 울며 그들을 찾았다.
천성이 순하고 다정다감해서 동물 기피 어머니의 유일한 인정을 받은 동물이기도 했다.
그녀가 언제 죽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렇게 많이 새끼를 배서 또 낳고, 또 보내고, 다투고, 할머니와 시간을 보내고, 장난치고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그녀는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죽을 장소를 찾아 떠난 걸까, 혹은 새끼를 찾아간 걸까. 더 나은 곳으로 간 걸까?
알 수 없었다. 사진으로 남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었다.
서울로 이사온 뒤 집에서 내려다보이는 뜰에 6마리 가족 고양이가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덩치가 좋은 노랑 고양이 아버지를 닮은 아이들 역시 날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햇볕을 쐬기도 하고, 가끔 소세지를 가져다 주면 멀리까지 배웅해 주기도 하고,
덩치에 맞지 않는 가녀린 목소리로 인사를 받아 주기도 한다.
어디 있든 어떻게 생겼든 언제라도,
나는 고양이를 사랑한다.
#시시를 발견하다
금요일 오후 햇살 좋은 때를 골라서 마을문고로 향했다.
보려고 벼르던 몇 권을 손에 잡아 들고 눈에 띄는 책이 없나 두리번거린다.
이럴 때는 펴보지도 않고 그저 눈에 띄는 책을 고른다. 필이 꽂힌다고나 할까.
[시시]는 꽤 높은 곳에 있었고 프린트는 무난한 편이었다. 눈에 띈 건 당연히 고양이라는 타이틀.
....
적은, 아니 책은 생각보다 더 높은 곳에 있다. 짧은 옷에 민망한 포즈로 간신히 책을 빼냈다.(-//-)
와중에 책 한 권이 떨어져서 모서리에 박은 코가 몇 시간동안 굉장히 아팠다.
보물을 얻으려면 그만한 노력과 희생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꽤나 비싼 대가를 치르고서야 깨닫게 된 것이다.
그리고는 네모낳고 부드럽지 않고 품에 안겨도 골골대지 않는 시시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시시를 만나다
[시시]의 번역자 이름은 지금 기억나지 않는다.
한일 월드컵이 열리는 시즌의 흥분 속에서 열심히 번역한 역자 아줌마께 따끔한 한 마디.
Siam+ese에서 따서 부르는 고양이의 이름을 '시암'이라고 했는데
분명 siam이라면 1음절이다. 두 글자로 굳이 늘이면 늘어질 뿐만 아니라 예쁘지 않다.
샴 고양이의 이름의 품위를 자칫 떨어트릴 수 있는 이름 앞에 고양이스럽게 발을 털어주자. 탈탈탈
태국의 사이암에서 17세기쯤부터 번성했다는 샴 고양이는 비슷한 칼라의 버만 고양이와는 성격이 정반대인 것이다. 영리하고 참견쟁이이며 원하는 것과 잔소리가 무지하게 많다. 고로 시시가 역자 아줌마를 만나면 하루 왼종일 기관총 잔소리 세례를 퍼부을 것이다-
물론 어떻게 샴의 고매한 성품을 한 마디로 버릇없이 말하냐며 내게도 잔소리 어택이 들어올 것도 같다.
우리의 시시 , 도입부에서 무지몽매한 인간과, 끔찍한 인간에서의 탈출을 감행한다.
클레오(나는 이쯤에서 미래의 내 고양이에게 붙여놓았던 온갖 이름들을 재고해보아야 했다. 비앙카스타, 슈리메이어, 카인, 아레이스타, 엘리파스, 조디악, 크리스티앙 등등..ㅠㅠ)라는 이름,
생쥐라는 별칭-이건 너무하잖은가!-와 정말 정이 뚝 떨어지는 식사. 우리말로 꿀꿀이죽이라 부를 퀄리티의 내용물이다. 웩!
부부는 확인사살조로 쥐 잡는 곳에 시시를 보내겠다는 결단을 내린다.
아연실색 황당무계. 내 결정은 어쩌고? 날 무시하겠다는 건가요?(하-악=ㅍ=+하고 화내는 소리가 들린다)
시시, 일단 튀어!
...
처음 가출한 소년소녀들이 느끼듯 처음 접하는 자유의 공기는 그리 달콤할 수가 없다. 아아 나는 자유인이로소이다.
하지만 어느새 해는 지고, 갈 곳 없는 지친 이내 몸은 어디서 쉴까.
듬직해 보이는 한 나무에 의지해 잠시 곤한 몸을 뉘인다.
혹시 돌아온 백구와 머나먼 여정, 아름다운 비행의 Return물을 답습하는게 아닌가 우려했지만
우리의 시시는 뛰어난 통찰력으로 매력적인 여자, 율리아의 집을 찾아낸다.
독신으로 사는 심리치료사인 그녀는 쌓인 것을 털어놓게 하는 굉장한 말빨과 훌륭한 인테리어 감각, 그리고 무엇보다 무리한 다이어트 대신 자신과 적당히 타협하며 기준치를 약간 웃도는 칼로리 속에서 만족을 찾고 있다! 이 정도면 100점 만점에 음..85점?감점요인은 고양이 초보자라는 점.
마침 쏟아지는 비(백형님 왈: 시추에이션이 좋아!)그녀는 갈 곳 없는 가녀린 난민의 이미지를 연출하고 창가에서 구슬프게 울어(제낀)다.
우리의 시시, 최대한 불쌍불쌍, 올해의 아카데미 여묘주연상을 획득해 인구에 회자되었다는 눈빛연기를 펼쳐 결국 율리아를 입양하는데 성공한다.
잊지 말자. 율리아가 아니고 시시가 입양했다.
그녀는 율리아에게 참된 사랑의 가치와 방법을 가르쳐 준다는 고매한 목적의식 아래 율리아를 '간택' 한 것이다.
이쯤 되면 여기저기서 투정조로 한 마디씩 나와야 한다.
'우리동네 고양이는 안 그러던데?'
지성이면 감천이겠거니.
DCinside 핫초코님-마린
#그녀와女 그녀女猫
Part 1. 그녀女
야옹아 네가 집에 온 후로 일이 잘 되고 있는걸! 혹시 행운의 마스코트가 아닐까?
아주 영리하게 구는 게...어머 얘. 나가는 건 아직 안 돼.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프린세스?
여왕님처럼 구는 게 클레오파트라 같은걸. 클레오는 어때? 딱이다
얘. 거긴 안돼!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자리란 말야-...오늘만이야.
오늘 식사는 버터랑 향료를 끼얹은 청어 반 토막.
네가 날 깨워주는 거니? 이젠 자명종이 울리지 않아도 되겠다.
이 작은 심리치료사. 네가 나보다 나을지도 몰라! 사람들이 너에게 고마워하는 걸 아는 거야?
잠깐, 아직 널 내보낼 수 없어.
...좋아. 조금 걱정은 되지만 나가도 괜찮아. 돌아올거지?
Part 2. 그녀 女猫
어후, 율리아. 대체 왜 내 말을 못 알아듣는 거야? 내 이름은 그 멍청한 클레오가 아니라니까?!
여긴 푹신푹신하고 안락한 게 맘에 들었어. 오늘부터 내 자리! 찜♡
저런 시끄러운 쇳소리 따위보다 내 가르랑거리는 노랫소리가 잠을 깨기엔 더 달콤하지 않겠어? 러브 미 텐더의 멜로디 속에서 잠을 깨어 보아요~
이봐 율리아. 내 앞에서(특히 한 잔 하고)온갖 힘들고 세상 어렵다는 약한 소리 다 하더니 정작 환자 앞에서는 다 들어주고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처럼 구는 거야? 그러면서도 정작 요점을 못 짚고 있잖아 못난아.. 안 되겠다. 내가 나서야지.
좋아 율리아. 이제 내가 고양이 심리치료사 1호가 되었으니 이제 우린 동업자라고. 첫 상담 성공 기념으로 구운 가자미 한 마리 더 call? 응?
나 내보내 줘! 버럭! 뷁! 내가 휑하니 말도 없이 떠날 졸렬한 고양이로 보이는 거야? 날 믿는다면, 제발.
#Variation. 그男
분명 프린세스의 입장에선 분명 그녀가 율리아를 입양하였다.
허나 경제권이 그녀 손에 있는 것이야 두말할 것 없으니 여기서 입장이 미묘해진다.
그녀에겐 더 나은, 양질의 식사가 필요하다. 담배가 없는 쾌적한 공기 또한.
더 푹신한 자리, 시끄러운 자명종 제거, 조금 더 마주 대해줄 시간..
사랑과 인생의 가르침을 전수해주겠노라던 메신저의 딜레마는 김빠지게 우리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
욕구는 무한하되 소유는 유한하다.
거기에 상충되지 않는 두 욕구가 제한된 소유 안에서 부딪히게 된다면 부담은 배가 되는 것이다.
물러서고, 고집하고, 밀고 당기고 긴장과 완화, 불꽃 튀는 눈빛에서 '돈빨이 최고다'는 치사한 히든 카드까지.
삐지고 실망하고 조금씩 핀트가 나가는 중 다행히도 누군가가 맞지 않는 틈새를 메꾸어 준다.
그는 초반부에 별로 비중이 없어 보이는 한 환자로 나왔다가 차츰 그녀의 마음을 차지했다. 그것은 쓰다가 작가가 그 방향으로 몰고 간 것일까 초반에 설정을 잡아놓은 것일까
그의 이름이 뭐였을까? 이상하게 그도 기억나지 않는다.
조역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그는 고양이에 대한 뛰어난 통찰력과 신비로운 이해력, 상황을 perfect하게 판단해 주는 정도의 쎈-스로 시시의 호감을 사더니 율리아의 애인자리를 나꿔채간다. 양자구도에서 삼각 구도 탄생이다.
심지어는 시시의 이름도 그가 붙여준 이름이다!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나도 그에게로 가서 그의 꽃이 되고 싶다-故김춘수, 꽃
그는 클레오와 같은 얼토당토않는 이름 대신 높고 가는, 새는 소리에 호감을 느낀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또 써먹는다.
"시시" 그 이름을 듣자마자 시시는 그의 무릎으로 고공낙하 다이빙을 감행해 전설의 부비부비 골골골 발라당 무릎고양이가 된 것이었다-!(뻥이다.)
여튼 그녀의 품위와 지성미에 어울리는 시시라는 이름의 훌륭한 아이덴티티를 부여했으니 제 2의 주역자리는 그에게 주어 마땅한 것이었다.
후반부에 가서 그는 거의 사람의 탈을 쓴 고양이 정도로-일방적인 말과 야옹 수준이 아니고 대화 수준으로-프린세스의 행동, 감정, 의도 파악과 깔끔한 커뮤니케이션 이해까지 해낸다.
히로인의 애인이라는 달콤 찝찌름한 설정과는 맞지 않는 면이 있기도 하나 멋있으므로 봐주기로 한다. 땅땅땅.
내 생각이지만 초보로 늘 어딘가 2% 부족한 시시와 고양이에 빠삭하게 정통하고 있는 그 둘 다 작가 자신의 모습을 강하게 투영시킨 존재가 아닐까.
아마도 고양이를 처음 키우던 과거와 능숙한 현재.
작가 아줌마 관록이 예사롭지 않다! 집에 가면 고양이가 열댓 마리는 뛰어다니리라.:)
#그녀와 사람들.
물론 심리치료사의 집에는 내적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드나든다.
가끔 공주에게 한눈에 뿅가 불법가택침입을 감행하는 수상한 냄새의 화가도 등장한다.
출장환자로는 프린세스의 비밀친구 꼬마도 있다. 말귀를 제법 알아듣는 것이♡
리마리오 필을 어설프게 내면서 절도를 감행하다 프린세스에게 딱 걸려 된통 깨진 느끼남 씨도 있다.
그녀는 치료받아야 하지만 오히려 환자와의 소통 속에서 치료받곤 한다.
솔직히 다른 데서 많이 써먹은 패턴인데. 정말 이런 식으로 영업이 될까?
그러니까 이건 사기다. 버럭!
'산다는 건 다 그런 거 아니겠어' 하고 꽁치를 입에 문 시시는 피식 웃는다.
하지만 어쨌든.
찾아오는 사람이 있고 들어줄 귀가 있고 골골골 모터소리가 나는 무릎덮개가 있는 삶이란.
아아 부러워라ㅠ.ㅠ
# 피고 또 지고, 그래도 다시 봄은 오고...
율리아와 '그'가 무미건조 회색에서 발랄한 핑크빛으로 무르익은 사랑의 달콤함을 만끽하던 차에 시시에게도 꿈에 그리던 그이! 가 나타난 것이다.
말 그대로 한눈에 뿅 가버린 시시의 침이 채 마르지 않을 찬사 열거가 보는 사람 입장에선 참 웃긴 것이다.(ㅋㅋㅋ)요즘 유행하는 무늬라나 뭐라나.
"웬(왠) 암코양이 합창단이니? 친구니, 시시?"
율리아의 호기심어린 투정에 살짝 코웃음도 쳐본다. 어이, 당신도 그렇거니와 시즌이 시즌인데 혼기가 찬 아가씨네 집에서 떼거지로 들려오는 세레나데를 알아보지 못하는 건가요?
공주님의 미모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여 경쟁률은 사상 최고를 자랑! 하지만 임자는 암암리에 이미 정해져 있는데...
어쨌든, 주도면밀하게 계획을 세운 령리한 프린세스 시시-_-;
깊은 밤, 새근새근 소리를 내며 율리아가 잠들었다 생각되는 그때
그녀는 반짝 눈을 뜨고 사뿐 몸을 일으켜 고양이다운 조용한 종종걸음으로
유유히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달만이 은은하게 빛을 뿌려주던 깊고 조용한 밤, 첫 양자대면
이성적인 대화는 개뿔도 없다.
하긴 이화춘풍 심야에 두 남녀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냐마는-
주고받는 눈빛, 어떤 뜻을 담고 있을 높고 가는 소리의 유혹.
그의 저돌적 대쉬 그리고 앙칼지고 매몰찬 거절.
순간 당황해서 멈칫하는 그를 놓치지 않고 프린세스는 게임을 주도한다.
여인들이여 본받자, 뭏든 연애에서도 밀고 당기기를 잘 해야 한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시는 프린세스 되시겠다.
2차접근. 남정네가 성질이 급하였다. 전후좌우 인정사정 안 봐주고 밀어붙이기-=‥
사랑보다 본능이, 대화보다 힘이 앞서 결국 Male수컷의 승. 이럴때 진정 남자에서 수컷으로 격하되는 것이다.(오~본능에 출실해~ 베이붸-_-;리마료씨가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님.)
사랑의 기쁨, 환희보다는 고통이 앞선 그녀의 첫사랑은 그녀 스스로가 그에게 싸대기 한방을 날리고 떠나보내는 것으로 슬프게 끝이 났다.
한껏 감상에 젖은 그녀는 귀가길에 혼자 중얼거린다. 독백 아니 방백인가. 속으로 뇌까려 본다.
-그러니까 사랑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사람들이 그토록 많이 입에 올리고,수없이 한숨짓고 노래하는 사랑...
나는 이런 사랑이란 싱싱한 연어 한토막만도 못 하고 몇 차례 후려갈겨 떠나보낼 정도의 가치만 부여하고 싶다.-
하아. 듣고 있던 나도 한숨이 절로 나누나.
그리고 귀가하는 차에 급박한 전개. 불이야아아아아아아-!
초보 주인께서는 집을 나간 그녀 생각에 털을 곤두세우고 하악을 내지를 만큼 연신 뻐끔뻐끔 담밸 피다가 그만 일 불 내셨다.
얼른 그녀를 날름날름 깨워 침착하게 상황을 종료시키려 하지만 이 체신머리없는 정서불안 심리치료사는 허둥대다 결국 안 그래도 뒤통수 한 대 맞은 프린세스에 찬물의 일격을 가한다. 촤악-!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 졸지에 시시, 프린세스에서 물에 빠진 생쥐로 직업 전향했다.
이런 걸 배은망덕이라 하잖은가?
그 옛날 옛적 90년대, 미국에서 비슷한 예가 있었다. 물론 주인공 앵무새 총각은 공주님만큼 사랑스럽고 우아하진 않고 다만 약간 똑똑했다.
사람 말을 곧잘 따라하고 tv와 전화통화, 가족들의 대화를 주의깊게 관찰하던 앵무새 양반
무슨 이유에서였는지(까먹었음:P)당신이 잠든 사이에...가 아니고 가족들이 잠든 사이에 불이 났다.
파닥파닥 꽥꽥 와글와글 아우성과 혼란, 혼비백산. 자욱한 연기로 눈앞은 흐리고 따갑고 캄캄하고 코가 맵다.
모두 이성을 잃은 가운데 발톱으로 또박또박 911을 누르고 "Hot! hot!" 을 외쳐댄다.
소방대가 출동하고 가족들은 무사히 탈출. 집은 그냥 홀라당 타서 넘어가는데, 이 광경 지켜보던 집주인의 단말마
"우리 앵무새!!!!"
멍청하긴. 게임 오버 디 앤드. 훌륭한 아프리카 앵무새 통구이가 완성되었습니다. 물론 웰-던 이구요 시중가보다 30% 저렴한 가격으로 모시고 있습니다.
다행히 율리아가 전자의 주인만큼 멍청하지는 않아서 화재는 성공적으로 진압되었다.
율리아와 시시는 사태 수습 후 치즈 얹은 생선을 만끽하며 무지로 인해 사랑스럽고 또 충실한 반려조를 잃은 주인을 비웃었을지도.
며칠 후 율리아&시시家를 방문한 그는 둘만 남게 되자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난 그 때 네가 어디 있었는지 알지(훗) "
...결론은, 오빠 멋지3//ㅅ//♡잇힝.
며칠 뒤. 그의 동생까지 가세해서 율리아네 집에서 한판 노름-_-;이 벌어진다.
초짜 율리아.
약간 봐주는 두 사람과 멋모르고 아싸 좋구나 모드의 율리아.분위기 무르익어가는 가운데 그의 번뜩이는 눈이 달라진 시시를 포착해낸다.
"쪘구나?"
..중간생략.
"축하합니다. 3개월입니다~"
시시는 애 엄마, 율리아는 할머니?되다.
안절부절 우왕좌왕 위태위태 정신없는 율리아
"없앨 순 없나요?"
홧김에 폭탄발언.
한 가지. 그녀는 시시가 아니다. 출산의 최적의 장소와 조건, 알맞은 먹거리는 커녕 탯줄을 혼자 끊을 수도 없다. 브리짓(르네 젤위거)신세의 그녀는 당연히 독신 노쳐녀이니만큼 남녀관계의 단계가 시시를 따라잡지(-_-;)못했을 수도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황당하고 갑작스런 사건이 그녀를 혼란케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녀는 일 끝난 뒤 얼굴 찌푸리며 침대 맞은편에서 담배만 뻐끔뻐끔 피고 있는 동네 총각이 아니며 서민정에게 딱걸린 복대두른 박민지를 혼내던 김자옥(제니, 주노)도 아니다.
'이제 조금 뒤면 손주를 보겠구나'고 좋아하고 격려해 주기는 커녕 그냥 불안하고 초조하다고 그런 소릴 툭 던지다니.
한 엄마로서 책임져야 할 생명의 무게를 견디고 있을 애 어매*-ㅅ-*에게 태교에 더없이 좋지 않은 한 마디란.
아무래도 그녀는 아직 시시가 불안했나 보다.
시시의 입장에선 분명 불쾌한 옛 자리를 떨치고 심사숙고 끝에 간택한 거처와 파트너이건만,
그녀의 입장에선 쏟아지는 비에 쫄딱 젖어 애처롭게 울던 것을 들여놓았으니 캠패니언 애니멀의 개념보단 길거리출신이겠거니-하는 생각이 강했음에 틀림없다.
빤질나게 안팎을 드나들다 결국 외간남자와 애새끼;를 배어 돌아왔으니 요것을 당장 요절내! 하는 마음도 없잖아 있을지 모른다.
어쨌든 중늙은 수의사 언니가 그녀를 대충 얼러서 보내고 율리아는 그 날로 당장 관련서적을 응용한 사이비 태교모드에 돌입하게 된다.
이게 마른 하늘에 웬(왠?) 잔소리냐-며 얼굴을 찌푸린 프린세스.
상심한 시시에게 그는 출산 선물로 기능과 디자인 면에서 거의 완벽에 가까운 출산 침대를 선보인다(쉬폰에 빌로드 천이라니!)
하지만 정작 출산이 임박하자 힘겹게 힘겹게 침대 시트 위로 올라가 출산을 맞는다.
낯선 고통의 두려움 속에서 익숙한 안온함이 필요했는가보다.
이상하다. 순산인척 하던 첫 출산은 난산으로 접어들고 시시의 상태가 심각해진다.
"시시, 조금만 힘을 내!"
"율리아, 나 죽을 것 같아. 나 좀 도와줘.."
눈물,
초조,
불안,
침묵. 그리고...
#시시, 세상의 모든.
DCinside-도둑이고 얼룩이고 다 큰 고양이 中
가끔씩 차도에 끔찍하게 나뒹구는 고양이 시체
13마리 고양이를 유괴한 이야기, 고양이를 맡아 준답시고 혹독하게 가둬 빈사 상태로..
이런 이야기는 속상하지만, 솔직히 우리 나라는 고양이들이 편하게 숨쉴 만한 곳이 아니다.
울음소리가 아기같아서 재수없다, 생긴 게 무섭다, 개처럼 충실하지 않아서 싫다, 새끼가 아니면 싫다...
그건 정말,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
조금만 둘러보면 여기도, 저기도
당신에게 인생이, 사랑이 무엇인지를 가장 아름답고 부드럽게 가르쳐줄 시시가 있다.
그러니 조금만 시선을 가까이, 발치 근처로 낮춰보는 것도 괜찮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겠지만 당신은 이제 세상에서 어디에 비할 데 없는 보물을 갖게 된다.
여기도, 저기도
고양이가 조금은 더 안심하고 도도도 뛰어다닐 수 있는 세상이 되길 바라며 이만 마침.
2005.02.13
p.s. '그'의 이름은 지금 생각하니 슈테판이었던 것 같다.
많은 이들이 그녀를 슈테판 츠바이크로 착각했다.
고로 둘은 관계가 있다(?)
슈테파니 츠바이크의 또다른 소설 '러브 인 아프리카'는 영화화 되었습니다. 심심하면 한 번 찾아보세요.
번역자는 안영란씨라는군요.
p.s.2 고양이 관련 볼거리 몇 개
고양이 명언-네이버 카페 '고양이라서 다행이야'
http://cafe.naver.com/ilovecat.cafe?iframe_url=/ArticleRead.nhn%3Farticleid=5193
일본의 동화[백만 번 산 고양이]사노 요코
http://blog.naver.com/microwavec/100001457909
역시 일본의 [Hello, Goodbye]Tamiya Sai(보다가 울어도..ㅠㅠ)
첫댓글 쓰다보니 어째 광고글같이 되었지만 북리뷰 맞습니다, 맞고요-//- 읽으신 분 다른 의견 구합니다~ 사진은 dcinside에서 핫초코님 허락을 맡고 퍼왔습니다.
진지하게 읽다가, 서점에서 책 꺼내기 난관에 맞닥뜨린데서 웃었습니다 ㅋㅋ 전 이책 주문한게 내일 도착한대서 아직 못봤는데 왠지 기대되네요, 리뷰 잘 봤습니다~~ 오랜시간동안 정성들여 쓰신거같은...
그렇게 기대 할것 까지야..저는 우연히 도서관에서 책 고르다가 발견해서 읽었어요. 그후 다빈치 코드가 베스트 셀러가 됬는데 끝 껍데기 보면 베텔스만 책이 있는데 나를 사랑한 고양이 시시라고 적혀있거든요.ㅋㅋ 어 ! 이거 내가 읽었던 건데 하고 생각한적이 잇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