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을 방문했을 때 7개월 된 딸을 유아차에 싣고 지하철 내 유아차 공간에 탄 적이 있다.
아이가 '아아' 소리를 내자 나와 아내는 바로 '쉿!' 하며 아이의 행동을 제지했다.
그러자 아주머니 두 분이 우리 가족을 향해 다 들릴 정도로 큰 목소리로 말했다.
'누가 요즘 애 데리고 지하철을 타.
우리 OO이는 저런 거 보면 애 안 낳겠다고 해'
그동안 아이와 함께 해외에 거주하며 대중교통 이용에 아무 문제가 없었던 우리 부부는 마치 아이를 데려오면 안되는 곳에
데리고 간 몰상식한 부부가 되었다.
이 경험은 최근 우리나라의 '노키즈존' 논쟁과 묘하게 겹쳐졌다.
노키지존을 둘러싼 논쟁에선 업주의 자유와 아동 차별, 두 가지 논리가 강하게 충돌한다.
영업의 자유는 헌법에서 보장한 직업 선택의 자유, 재산권 보장을 근거로 내세울 수 있다.
아동 차별의 경우, 헌법의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조항으로 논리를 뒷받침할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노키즈존 논쟁에서 아동 차별 쪽에 손을 들어주었다.
위원회는 노키즈존 운영이 아동권리 침해라고 주장하며 어린이가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영업의 자유보다 우선한다고 밝힌 바 있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역시 공공장소에서 어린이가 공간을 이용하는 데에 제한을 받는 것을 권리 침해라 보고,
구체적으로 우리나라의 노키즈존 증가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는 등 우려를 표한 바 있다.
공공장소에서의 행동이 익숙지 않은 어린이들과 이들을 관리하지 못하고 방치한 일부 부모들로 인해
영업 피해를 경험한 업주들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노키즈존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다른 차별을 허용하고, 강화시킨다는 점에서 더 큰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
우선, 어린이들이 노키즈존을 통해 나이가 입장 거부의 이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접하게 되면 차별을 학습하게 될 우려가 있다.
또한 노키즈존은 다른 종류의 '노OO존'으로 이어져 차별을 사회 전반으로 확산시킬 수 있다.
이러한 차별 행위는 세대 갈등을 부추길 우려가 있으며, 사회 구성원의 배타성을 강화할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에서는 노키즈존의 확산을 억제하고, 반대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제주도 의회는 '노키즈존 금지 조례안'을 추진한 바 있다.
노키즈존과 같은 차별 행위를 막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의 차별금지 사유로 명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가인권위원회법도 나이를 차별금지 항목에 포함하고 있어 별도의 차별금지법은 불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해당 법에는 노키즈존과 같은 새로운 혐오 표현 등에 대한 차별판단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약점이 있다.
노키즈존을 없애기 위해서는 차별금지법이 만들어 갈 제도적 토양 위에 노키즈논을 둘러싼 행위자들인 보호자와,
업주도 노력을 기울려야 할 것이다.
보호자는 어린이들을 책임감 있게 양육하고, 공공장소에선의 예절 교육에 힘써야 한다.
업주도 어린이들을 분리의 대상이 아니라 보호의 대상으로 여기고, 관용과 이해로 이들을 대해야 한다.
그러다보면 우리는 서로를 가로막는 벽을 낮추고,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넘치는 사회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송지원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