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Life-slim life, The River Wild
2018년 9월 6일 목요일인 오늘로, 아내가 일본 도쿄의 IT업체에 취업하고 있는 막내의 사는 형편을 챙겨주려고 떠난 지 딱 열흘째다.
그동안 혼자 서초동 우리 법무사사무소 ‘작은 행복’을 지켰고, 새로 입주한 인근의 유니하우스 원룸을 지켰다.
혼자 밥을 지어먹었고, 혼자 빨래를 했고, 혼자 잠을 잤다.
문득 문득 외롭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동서니 처남이니 해서 주위의 도움이 있어 잘 견뎌냈다.
어제 같은 경우는, 내 중학교 동기동창인 이강국 친구까지 달려와서 권커니 잣거니 술잔을 나누면서 우리들 세상사 인생사 이야기를 툭 툭 다 털어냈다.
그렇게 우리 서로 위로하고 위로 받았다.
결국 우리 둘 모두 깊은 취기로 깊은 밤에 헤어졌었고, 나는 그 길로 원룸으로 돌아와 잠에 곯아떨어지고 말았다.
그랬으니 사방이 훤해진 늦은 아침에야 겨우 잠을 깰 수 있었다.
둘러봤더니 난장판이 된 방 풍경이었다.
어제 입었던 옷은 아무렇게나 벗어 던졌던지 바닥에 너부러져 있었고, 또 그 늦은 밤에 집에 들어와 도대체 뭘 했는지 그릇 몇 개도 바닥에 아무렇게나 뒹굴고 있었다.
도통 기억이 나지 않았다.
머리맡에 물도 흥건했다.
왜 그런가하고 살펴봤더니, 지난밤에 물을 마시다 남긴 컵을 잠결에 엎질러서 그 판이 된 것이었다.
시간도 보니 오전 7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잠 더 들려고 엎치락뒤치락 할 일이 아니었다.
집 정리도 해야 했고, 서둘러 출근해야 했다.
마침 오늘이 일본 갔던 아내가 귀국하는 날이어서, 그 난장판의 집구석 풍경을 보여줄 수는 없었다.
뻑적지근한 몸을 일으켰다.
우선 빨래부터 했다.
빨랫감을 세탁기에 넣고 세재 한 컵을 그 빨랫감 위에 뿌린 뒤에, ‘전원’ 버튼을 누르고 그리고 ‘동작’ 버튼을 누르면, 그 다음에는 세탁기가 알아서 빨래를 다 끝낸다고, 아내가 출국 전에 내게 알려준 지침대로 요 며칠 사이에 몇 번 빨래서 이미 한 터여서, 그 빨래는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다음은 아침식사였다.
덜 깬 취기여서 입맛이 없었다.
그래서 점심을 기약하면서 아침은 굶어도 될 것 같았다.
그러나 그럴 수가 없었다.
요 며칠 사이에 먹다 남아서 냉장고에 넣어놓은 음식들을 그대로 놔둘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먼 길 다녀오는 아내의 마음을 안쓰럽게 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남은 그 음식을 그대로 쓰레기로 버릴 수는 없었다.
어디에 버려야 할지를 몰라서였다.
내 몸으로 감당하는 수밖에 없었다.
먹어치워야 했다.
그래서 아침을 해야 했던 것이다.
밥을 지을까, 라면을 끓일까 하다가, 그래도 얼큰한 국물 있는 것이 낫겠다 싶어서 라면을 선택했다.
그렇게 끓이는 라면에, 애호박 고추전이니 찐 감자니 해서, 먹다 남은 음식들을 몽땅 집어넣었다.
그래놓고 내 그 이름 짓기를 ‘웃기는 라면’이라고 했다.
양이 좀 많다싶었지만, 점심 굶을 요량을 하고, 막판에 계란 하나 깨 넣기까지 한 그 라면을 다 먹어치우고 말았다.
그렇게 깔끔하게 아내 맞이 준비를 했다.
이제는 출근만 하면 될 일이었다.
속옷에 바지 윗도리 해서, 우선 옷을 챙겨 입었다.
그리고 그때까지 보거나 말거나 켜져 있던 TV를 막 끄려는 순간이었다.
화면에 떠있는 얼굴이 낯익었다.
미국의 영화배우인 메릴 스트립(Meryl Streep) 그녀의 얼굴이었다.
내가 그녀와 인연이 된 것은, 40년 전으로 거슬러 내 결혼하던 해인 1978년에 개봉된, 마이클 치미노 감독에 로버트 드니로 주연의 전쟁영화 ‘디어 헌터’(The Deer Hunter)에서였다.
언뜻 못생겼다 싶었지만, 출중한 그 연기가 나를 매료시켰다.
그 이후로, ‘맘마미아’ ‘철의 여인’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죽어야 사는 여자’ ‘아웃 오브 아프리카’ ‘폴링 인 러브’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 등, 그녀가 출연하는 웬만한 영화는 죄다 봤다.
젊은 시절에는 젊은 대로, 중년에서 노년으로 나이가 들어가면 들어가는 대로, 그 나이에 걸맞게 연기하는 그녀의 기품이 늘 나를 감동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녀의 얼굴이 보이는 순간에, 내 그 영화를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출근은 뒤로 미뤘다.
일어서려다 말고, 우선 그 영화부터 볼 작정을 했다.
그래서 다시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1994년 미국 제작으로 커티스 핸슨 감독에 메릴 스트립 주연의 스릴러 영화인 ‘리버 와일드’(The River Wild) 그 영화였다.
이전에 래프팅 가이드 일을 했고, 지금은 농아들을 가르치는 중년여성인 게일이, 아들 로크의 열 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일 중독자로 평소 가정에는 소홀한 남편 톰을 한사코 끓어 들여, 함께 고향땅의 거친 강을 찾아 몇날며칠을 흘러내려가야 하는 래프팅에 도전하게 되는데, 그 래프팅에서 만난 젊은 남자 웨이드로 인해 한 때 생사의 위기에 빠졌다가, 다시 정상의 삶으로 돌아오는 과정이 그 영화의 줄거리였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 보다가 출근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끝내 그 영화의 마지막을 볼 때까지 일어설 수가 없었다.
‘slim life’라고 해서 삶을 얄팍하게 하겠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법무사로서의 일에 치중하고 있는, 그래서 마치 일벌레같이 일하는 현실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는 듯해서였다.
나 같은 느낌이 받는 사람이 또 있겠다싶어서, 인터넷 Daum사이트에서 그 영화에 대한 자료를 챙겨봤다.
짐작한 대로, 여럿 있었다.
그 중에 딱 하나의 경우만 여기 소개한다.
다음은 ‘물에 빠진 물고기’라는 필명으로 게시된 글 그 전문이다.
‘시작은 설레고 신나고 즐겁고 행복하다. 혼자 타는 것도 아니고, 구명조끼랑 안내자도 있는데, 놀이하는 기분으로 탄다. 강 가운데로 갈수록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어지면, 조금 겁나기 시작한다. 하지만 자리만 지키면 아무 일 없다. 급류에 이르면 보트는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불안하게 만든다. 급류에서 벗어나기 위해 힘껏 노를 젓지만, 맘대로 안 되고 보트는 방향을 잃는다. 그러다 잔잔해지는 구간에 이르게 되고, 잠시 후엔 이전보다 더 큰 급류를 만나게 된다. 한 명이 물에 빠지면 무게가 한쪽으로 기울어져 보트 자체가 뒤집어 질 수 있다. 그리고 강 하류에 이르면 그때서야 진짜 즐거움을 느낀다. 결혼도 마찬가지다.’
내 지금 삶의 모습을, 정확하게 짚어내고 있었다.
문득 노래 한 곡을 떠올렸다.
‘즐거운 나의 집’이라는 그 노래였다.
또 뭔가 결단해야 했다.
그 암시를 가슴에 안고 출근한 오늘 아침이었다.
첫댓글 마늘 세쪽에, 파 한 줄기에, 매운고추 한 개를 넣어야
얼큰하고 맛있는데...
아깝네.
짬뽕라면인가 잡탕라면인가....혼자있을땐 해장국물로는 제격이라네....
마능 다져서 들어가야 라면 국물맛이 나긴하는데....매운맛 좋아하면 청양고추 추가해도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