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돌리드는 지명입니다.
에스파냐가 최전성기를 구가하기 전, 콜롬부스가 신대륙을 발견 하고 50여년 가량이 흘렀을 무렵,
식민지의 황금이 에스파냐 무적함대를 잉태하기 시작했을 때의 이야기 입니다.
역사상 무수히 많은 인종학살이 있었고, 그 중 유례없이 소수의 유럽인들이 다수의 원주민들을 학살한
시절입니다.
그리스도의 이름 아래 행해지던 대량 학살과 아메리칸 인디언들의 노예화를 보는 유럽의 시각은 두가지였습니다.
그들은 천성적으로 미개하고, 유럽인과 동급으로 볼 수 없는 저급의 인간이므로 학대하고 착취하는것이 당연하다는 의견과
본래 사람이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일진대, 당장 지금 벌어지고 있는 학살과 노예화를 그만두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바야돌리드의 한 수도원에서 교황의 특사를 앞에두고 양측 주장을 대변하는 논리학의 대가인 세풀베다 교수와
실제 아메리카에서 산전수전 다 겪으며 그 참혹함을 깨달은 라스카사스 수사가 논쟁을 벌이게 됩니다.
실제 역사상 두 사람이 마주 보고 논쟁을 벌인것은 아니었으나, 각자의 저작활동과 여론몰이를 통해서
논쟁은 실재했고, 두 사람의 이름을 따 '라스카사스-세풀베다 논쟁'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수도원의 설전은 극적 구조를 위한 노련한 작가의 장치입니다.
기독교 안에서만 구원이 가능하다는 그들의 한계를 인정하고 소설을 들여다 본다면,
굉장히 훌륭한 소설입니다.
연 초부터 이런 소설을 접하게 된건 행운입니다.
물론 논쟁은 소설 속에서도 끝나지 않았고 (진정한 의미로) 앞으로도 이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