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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와 개새끼
강아지와 개새끼는 같은 말이다. 할머니는 곧잘 더없이 끔찍하고 귀여운 손주를 보면 내 강아지라고 한다. 그러면 당연하게 여기고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그런데 이 말을 듣고 옆에서 아 아이가 할머니 개새끼로군요 했다면 어떠했을까. 대뜸 분위기가 험악하게 달라졌을 것이다. 그만큼 개새끼와 강아지는 같으면서도 현격히 다른 말이기도 하다. 아니 그렇게 들리고 또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강아지는 괜찮은데 개새끼는 왜 욕설이나 다름없어 부정적이면서 거부반응을 가져올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어딘가 야릇하면서 알쏭달쏭한 측면이 있다. 물론 오래되었고 습관적으로 두루 써온 말로 당연시하고 있으므로 강아지는 괜찮은데 개새끼는 삼가는 것이 좋다. 어미와 새끼를 부르는 호칭이 달라 구분되는 동물들이 있다. 특히 가축 중에 소와 송아지, 말과 망아지, 닭과 병아리, 개와 강아지다 그리고 꿩과 꺼병이, 고등어와 고도리 등을 들 수 있다. 분명 개새끼는 강아지다. 강아지라고 하면 누구나 너무 귀여워한다. 하지만 개새끼라고 하면 껄끄러워한다. 자칫 큰 소동이 벌어진다. 그렇다면 강아지와 개새끼는 같은 이름인데 무엇이 다른 것인가. 그런데 사람을 보고 개새끼라고 하면 더 없는 쌍욕이 되어 그 말을 듣는 순간 발끈한다. 왜 하필 개새끼만 그럴까? 가깝게 지내는 가축 중에 소새끼도 있고 닭새끼도 있고 돼지새끼도 있다. 그런데 그들 중에서 유독 개가 그렇게 만만한 것인가. 개새끼가 그렇게 못 마땅한 것인가. 두말 할 것 없이 강아지가 크면, 어린 개새끼가 크면 어미 개가 된다. 요즘은 개가 사랑을 독차지하며 사람과 대등하게 여기기도 한다. 여북하면 실내에서 함께 생활하며 내 새끼라고 끌어안고 다니며 밥도 같이 나눠먹을 정도다. 함께 산책하고 목욕시킨다. 애완견으로 부족해 반려견으로 지위가 한층 올라갔다. 한 가족처럼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개로서 가족으로 챙기는 서열도 단연 상위권으로 급성장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사회적 법적 장치도 만만치 않다. 개라고 섣불리 대하다가는 자칫 동물학대로 처벌을 면키 어렵다. 요즘은 나이든 부모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개가 끔찍한 대우를 받으며 우선순위다. 개 팔자가 상팔자란 말이 헛되지 않음을 실감케 한다.
강아지는 개새끼 귀엽다
개새끼는 강아지 욕이다
똑같은 개인데도 아니다
오로지 강아지만 귀엽다 - 강아지와 개새끼
개가 조금이라도 아프지 싶으면 병원에 가야한다고 호들갑을 떨다가 자칭 개 엄마가 먼저 아프겠다. 가족으로 극진한 대우를 받으며 호강을 하는 셈이다. 가족도 보통 가족이 아닌 경로우대를 훨씬 앞지르는 우대가족이다. 강아지는 개의 새끼다. 강아지만큼 귀엽게 생긴 새끼도 드물다. 복슬강아지라고 한다. 물론 모든 동물의 새끼는 다 귀엽다. 사람도 아기 때는 귀여움이 넘친다. 쥐새끼 같다는 그 쥐도 괜찮고 사나운 호랑이 새끼도 귀엽다. 이처럼 어미와 관계없이 새끼의 모습은 그 어느 것도 의심의 눈초리가 없이 순수함이 담겨있어 은연중 따스한 마음이 전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개는 개새끼보다 강아지라고 부른다. 개새끼라면 여전히 쌍욕으로 들려서 그럴까? 살아가면서 어찌 좋은 날만 있을 수 있으랴. 가끔은 속상하고 분통이 터져 자신도 모르게 냅다 욕을 퍼붓는다. 듣기에도 너무 쌍스러워 거북스럽다. 아예 이성을 잃은 듯, 개 같다거나 아예 개새끼라고 쏘아대면 흥분은 절정에 다다른다. 그렇게라도 해서 원만하게 해결될 일이라면 다행이겠지만 어디 그렇던가. 오히려 엉뚱하게 비화되어 더 큰 화근이 되기도 한다. 무심코 뱉은 말들이 상대방이 아닌 자신에게로 고스란히 되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왜, 하필 아무 관계없는 개를 들먹거리며 걸고넘어지는 것일까. 그토록 개가, 개새끼가 모질도록 못된 것인가. 차라리 강아지라 하면 어차피 같은 이름으로 귀엽기나 할 텐데. 춤이라도 추듯 무성한 신록이 한바탕 출렁인다. 상대방을 비하할 때 하필 개새끼라고 퍼붓는다. 개새끼는 욕설이다. 아무도 온몸에 가시투성이인 고슴도치를 곱상하게 생겼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미를 닮은 새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도 어미는 제 새끼가 세상에서 가장 잘 생기고 듬직해 귀하게 여기며 사랑을 듬뿍 쏟는다. 어찌 고슴도치만 그러랴. 다람쥐는 말할 것 없고 호랑이도 새끼가 귀엽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개새끼라고 하면 좋아하지 않는다. 본래는 욕이 아닌, 친구나 자손에게 귀여움과 반가움을 나타내고 사랑을 전하는 뜻으로 쓰였다고 한다. 개새끼는 곧 강아지인데 다른 짐승들과 달리 유독 개만 차별화하듯이 강아지는 괜찮아도 개새끼는 아주 민감하게 반응을 하면서 욕설로 변질되었다. 개만도 못하다. 개가 뭐를 잘못 했는데 그럴까? 개 같은 날이라고 한다. 개같이 벌어 정승같이 쓴다. 제 버릇 개 못 준다. 개 꼬리 삼년 묵어도 황모 되지 않는다. 개가 웃을 일이다. 개가 똥을 마다한다. 개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못된 여자와 남자를 아울러 연놈이라 한다. 특히 행실이 좋지 않거나 정조관념이 희박할 때 얕잡아 뭉개버리는 말이다. 성관계가 너무 문란하여 도덕적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 사람이다. 하는 짓거리가 얄밉거나 더럽고 됨됨이가 좋지 않은 남자를 지칭하는 말이다. 개만큼 영리한 동물도 없는데 개도 주인을 알아본다고 비아냥거린다. 왜 개가 이처럼 모질게 비유되며 비웃음을 살까? 그래도 여전히 사랑을 듬뿍 받는 개다. - 2020. 06.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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