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의 상징부인 시청·광화문 일대의 장애인 편의시설이 설계 기준을 지키지 않아, 실제 사용 때 불편하고 사고 위험도 큰 것으로 드러났다.
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는 18일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주최로 열린 ‘2004 진보 서울 토론회’에서 서울시청, 광화문 일대와 서울역, 시청역, 광화문역 등 3개 지하철역사를 조사한 결과 이렇게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 서울시당과 함께 벌인 실태조사는 11일 장애인이 직접 이 일대를 다니면서 문제점을 기록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각 시설물에 대한 조사결과, 광화문역 4번 출구의 호출기는 고장이 나 리프트를 사용할 수 없었다. 또한 8번 출구로 나올 때 보도 간 턱높이가 기준치인 2㎝를 초과해 휠체어를 탄 사람은 심한 충격을 받아야 했다. 승강장 안의 비상전화 조작부분의 높이도 기준상 90~110㎝이어야 하지만 120㎝가 넘어 휠체어에 앉은 장애인의 손에 닿지 않았다.
시민단체·민노당 실태조사...턱높이등 설계기준 안지켜
시청역 4번 출구의 손잡이는 중간에서 끊겼고, 서울역의 장애인 화장실은 좁아서 휠체어의 방향을 바꿀 수 없었다. 배융호 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 정책실장은 “상당수 화장실은 문이 안쪽으로 열려 휠체어를 움직일 수 없었다”라고 꼬집었다.
배 실장은 또 “세종로와 시청을 잇는 보도에도 위험한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며 “세종문화회관 뒷편 계단 경사로의 폭은 장애인편의증진법에 규정된 120㎝보다 훨씬 적은 75㎝였고, 기울기도 1/4로 서울시 기준인 1/8보다 급해 청룡열차를 탄 느낌이 들 정도”라고 지적했다. 시각장애인의 길찾기를 돕는 점자보도도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갑자기 끊기는가 하면, 광화문역 8번 출구 밖에서는 차도 방향으로 뻗어 있었다.
배 실장은 “기본시설은 거의 갖춰져 있으나, 실제 동선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숫자 채우기식의 편의시설 설치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심재옥 시의원(민주노동당)은 “이동권 보장은 엘리베이터, 리프트, 경사로 등의 개별적인 편의시설 설치만으로 안 되며, 이들의 연계성이 확보돼야 한다”며 “장애인 관점에서 편의시설이 설치될 수 있도록 정책 집행·평가 과정에서 장애인의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