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6. 18. 흙날. 날씨: 뜨겁고 더워서 땀이 주르르 흐른다.
[매실원정대와 꿈의 학교]
해마다 6월이면 매실을 따러 지리산과 섬진강이 있는 하동에 갑니다. 높은 학년 어린이들은 스스로 선택해서 가기로 했는데 5, 6학년은 모두 참가하고, 4학년은 사정이 있어 다 못오고, 남민주만 같이 왔지요. 낮은 학년 가운데에서는 준섭이가 아버지랑 같이 왔네요. 지난해 가지치기를 많이 해서 딸 매실이 없어 본디 이틀 밤 사흘 낮으로 하던 매실원정대가 하룻밤 이틀낮 일정으로 일을 하게 됐습니다. 더욱이 경기도교육청과 맑은샘교육연구회가 여는 꿈의 학교 어린이들과 함께 매실을 따게 되어 하루 일정으로 내려온 친구들이 있어서 몸이 많이 피곤할만 합니다.
느즈막히 일어나 8시에 서민주 어머니가 보내주신 사골국과 순대를 송순옥 선생이 맛있게 차려내어 모두 편하게 밥을 먹습니다. 설거지는 아이들이 돌아가며 합니다. 9시 짐 정리를 모두 한 뒤 바로 매실밭으로 가서 매실을 땁니다. 왕규식 선생님네 매실밭은 매실이 없어서 친구분 밭과 마을 매실밭을 번갈아가며 두 시간 넘게 매실을 땄더니 150키로쯤 됩니다. 예전 4박 5일로 매실을 따러 온 자연속학교때는 매실을 얼마나 땄던지 학교에 돌아가서도 매실 따는 명상을 하곤 했지요. 매실을 따고 감을 따러 하동에 내려올 수 있는 것 모두 왕규식 선생님네 매실산과 밭, 감나무밭이 있어 가능한 일이고 아이들을 위해 기꺼이 일거리를 내놓으시는 왕규식 선생님 덕이지요. 지리산과 섬진강, 악양벌판을 내려다보며 호연지기를 기르기에 참 좋은 고장에서 일하고 놀고 자연에게 배우는 자연속학교를 10년 넘게 열어가고 있는 우리 학교입니다.
꿈의 학교 어린이들이 딸만한 곳은 남겨두고 나머지를 다 따는데 땀이 비오듯 합니다. 날이 정말 덥습니다. 정말 강물에 풍덩 빠져서 헤엄을 치고 싶을 정도인데 멀리 보이는 섬진강 햇살이 너무 뜨거워 보입니다. 주렁주렁 열린 매실을 따고 따다 놀다 땀에 몸이 흠뻑 젖을 때쯤 점심 먹을 시간입니다. 점심 먹기 전에 매실을 딴 매실밭 살구가 아이들에게 일하는 즐거움을 줍니다. 왕규식 선생님 친구분이 아이들에게 살구를 따서 가득 안겨줍니다. 가까운 곳에서 붉게 익은 산딸기도 맛이 좋습니다.
꿈의 학교 버스가 닿을 때쯤 예약한 식당으로 가서 기다리다 버스를 맞아 환영한 뒤 배부르게 밥을 먹습니다. 땀을 많이 흘리고 일을 했으니 든든하게 먹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돈까스를 반찬으로 만들어주시는데 다른 밑반찬은 아이들이 혹할만 하지는 않은 가 봅니다. 지역 명물인 섬진감 참게매운탕을 어른들은 맛있게 먹었는데 아이들은 아닌가 봐요. 그래도 맛있게 밥을 먹고 드디어 다 함께 매실밭으로 가서 한 시간 쯤 매실을 따니 매실이 없습니다. 삼십여명이 달려드니 금세 150키로 넘게 딴 셈입니다. 저마다 집에 가져갈 것을 담아라 하니 아이들이 아주 열심히 신나게 담습니다. 뭐든지 자기 것이 좋은 가 봅니다. 더 따고 싶어도 없고, 먼길 내려왔는데 섬진강에서 조금이라도 놀고 가야 하니 모두 평사리 공원으로 이동했습니다. 버스는 먼저 가고 학교차는 왕규식 선생님 집으로 가서 매실 분류와 포장을 마치고 평사리 공원으로 가니 섬진강에 푹 빠진 아이들이 젖은 채 올라오고 있습니다. 여벌 옷으로 갈아입고 5시에 빌린 큰 버스가 하동을 떠나고, 손호준 선생과 나는 학교차를 몰고 갑니다. 권진숙 선생은 친구 만난다고 하루 더 머무른다 합니다. 어제 손호준 선생이 줄곧 운전을 한지라 올라가는 길은 내가 하는데 안되겠다 싶어 중간 휴게소에서 손호준 선생에게 운전대를 넘겨주고 맙니다.
하룻밤 이틀 낮으로 와 일만 잠깐 하고 금세 올라가니 지리산 섬진강이 많이 아쉽습니다. 가을 자연속학교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요. 아침에 삶은 죽순을 먹지 못하고 올라온 것도 아쉽지만 아이들과 삶아먹을 죽순을 몇 개 들고 가니 그나마 낫습니다. 걱정했던 감기는 그나마 땀과 함께 조금씩 흘러가고 있는지 눈알이 빠질 것 같던 게 덜합니다. 땀이 치료를 한 셈입니다. 목기침만 잡히면 감기 뚝입니다. 밤 9시에 학교에 닿으니 텃밭일하고 뒤풀이 하던 아버지들이 반겨주워 반갑습니다. 1박 2일 매실원정대 모두 안전하게 매실 잘 따고 돌아왔네요. 이제 모레 아이들과 매실효소를 담는 일만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