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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퍼거 증후군의 진단과 관련한 혼돈들 (I) - 서론 및 진단기준의 역사적 변천
아스퍼거 증후군
2007/08/06 16:06 |
최근 우리 나라에서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진단이 아동에게 내려지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참고문헌이 충분하지 않고, 임상적으로도 경험이 부족하여 실제의 임상에서 정확한 진단 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질환 자체가 아직도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 많아서 보다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사회적 상호작용에서의 심하고 지속적인 장해와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행동이나 관심 등을 보이는 전반적 발달장애의 하나이다. 아스퍼거 증후군을 보이는 대부분의 아동들은 정상 수준의 인지능력을 보이기 때문에 학과수업의 내용이나 언어기능에서는 크게 지체됨을 보이지 않는다. 또한 지능 지수(IQ)도 정상적인 수치(IQ>85)를 나타내는 아동들이 대부분이다. 최근에는 특정영역에서 천재적인 재능을 보이는 경우도 관찰된다는 보고가 있다. 또한, 아스퍼거 증후군을 보이는 아동들은, 비록 같은 진단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 임상양상이 매우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아동들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상황에서 ‘특이하거나 이상하게’ 보이기도 한다. 그 아동들이 보이는 부적절한 사회성(관계형성능력)으로 인하여 ‘왕따’가 흔히 되기도 한다. 특이하고 애매모호한 대상에 지나친 관심을 나타내는 그들은 근육운동기능 이상으로 인하여 보행이나 여타 운동기능이 자연스럽지 못하고 어색한 경우가 많다. 일반적인 사회적인 관습에 대하여 익숙하지 않거나 무지한 경우가 많으며, 대인관계를 어떻게 맺고 유지하는 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환경의 변화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그들은 사소한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이로 인하여 스트레스를 받는다.
아스퍼거 증후군의 진단에 있어 역사적 변천
유아 자폐증을 최초로 기술한 Leo Kanner와 같은 시대에 활동했던, 비엔나의 소아과 의사 Hans Asperger (1944)는 정상적인 지능과 언어 발달이 되어있으나, 자폐와 유사한 행동 (autistic-like behavior) 및 사회적 기술과 의사소통 기술의 심한 결함 (marked deficiencies in social and communication skills)을 가지고 있는 4명 소년들의 행동 양상에 대해 기술된 논문을 출간하였다.
Asperger는 Kanner 증후군과 비슷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몇 가지 중요한 차이점을 관찰했다. Kanner가 보고한 11명의 소년 중에 3명은 전혀 말을 하지 못했고, 나머지 아이들도 거의 의사소통을 하지 못했으나, Asperger의 사례에서는 소년들이 마치 작은 어른(little adult)처럼 말을 잘 했다. Asperger는 전반적인 운동 통합 능력(gross motor coordination)과 미세한 운동 기술(fine motor skill)이 모두 떨어지는 양상을 보인다고 하였으나, Kanner는 전자는 불량하고 후자는 매우 우수하다고 보았다. Kanner는 기계적인 학습(learning by rote)을 시키는 것이 자폐아를 발달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했지만, Asperger는 자신의 환자들은 추상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므로, 자발적으로 성취 가능하다고 보았다. Asperger는 자신이 정리한 증례들을 자폐성 정신장애(autistic psychopathy)라 명명하였다.
영국의 저명한 소아정신과 의사인 Lorna Wing(1981)은 Asperger가 정립한 개념을 영어권에서 본격적으로 연구하여 아스퍼거 증후군(Asperger syndrome)이라는 신조어로 정리하였다. Asperger는 만 3세 이전에는 이 질환을 진단하기 어렵다고 했으나, Wing은 만 2세 이전에 이미 몇 가지의 뚜렷한 특징을 보인다고 보고하였다. 또래의 아동들에 비하여, 타인에 대한 무관심, 언어 발달 이전 시기에 옹알이의 저하, 타인과 관심을 공유하는 능력의 부족, 상호소통하려는 경향의 현저한 저하, 정형화된 말투나 톤, 상상 놀이에서의 어려움 등등을 보인다고 주장하였다.
* 의사소통 능력의 부족: 얼굴표정이나 제스처뿐만 아니라 대화 상황에서 적절하게 목소리의 톤을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 언어 표현능력의 특이성: 대화내용이 핵심에 쉽게 도달하지 못하고, 우회적이며 자신의 의도를 명백하게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대화상황에서 주제를 적절하게 전환하거나 새로운 내용을 상대방에게 효율적으로 소개하지 못한다. 대화 과정에서 상대방의 관점이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만의 관점에서 대화를 하기 때문에 일방적인 대화를 하기 마련이다.
* 사회적 적응의 어려움과 특이한 관심: 특이하고 제한된 영역에 관심을 보임에 따라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인 모습을 나타내게 되고, 사회적 맥락에 적응하기 위한 자조기술이나 상황에 적절하게 통합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어려서부터 보이던 제한 영역에 대한 관심이 나중에는 천문학이나 지리 같이 특정 부분에 실제적인 지식을 갖게 되는 경우도 있다.
* 정서발달의 문제: 감정적인 상호교류가 결여된 모습을 보이며, 감정이입이 제대로 안되고, 자신의 감정에 대하여 지식화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대화과정에서 사용되는 농담이나 비유를 이해하지 못하여, 상황에 적절한 감정표현이 잘 안 된다.
* 운동기능의 장애: 운동발달과제가 지연될 수 있으며, 나이에 비하여 걸음걸이가 불안정하거나 ‘까치발’ 등을 자주 보이기도 한다. 아스퍼거 증후군을 보이는 아동들은 서투른 동작들로 인하여 신체적 활동을 요하는 놀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
* 행동상의 문제점: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지는 아동의 부모들은 아이가 지나치게 공격적이거나, 거부하는 정도가 지나쳐서 지시따르기가 전혀 안되기도 한다. 또한, 자기중심적인 면이 강해서 상대방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이 관심을 갖는 주제만 계속 얘기하는 양상이 자주 나타난다. 사실상, 이런 행동상의 문제점으로 인하여 소아정신과에 의뢰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아스퍼거 증후군의 진단과 관련한 혼돈들 (II) - 아스퍼거 증후군 진단기준의 다양성
아스퍼거 증후군
2007/08/06 18:12 |
그동안 아스퍼거 증후군에 대한 진단 기준이 다양하여 Asperger의 진단 기준, Wing의 기준, Gillberg의 기준, Szatmari의 진단기준, ICD-10, DSM-IV 등 여러 진단 기준들이 논의되어 왔다.
대체적으로 보아, 미국에서는 DSM-IV 진단기준에 따라 아스퍼거 장애의 진단을 내리는 경향이 뚜렷하고, 유럽에서는 상대적으로 Gillberg의 아스퍼거 증후군 진단기준을 많이 따르는 듯 하다.
* DSM-IV의 Asperger’s Disorder 진단기준
A. 사회적 상호작용에서의 질적인 장해가 다음 가운데 적어도 2개 항목으로 표현된다:
(1) 사회적 상호 작용을 조절하기 위한 눈 마주침, 얼굴 표정, 몸 자세, 몸짓과 같은 여러 가지 비언어적인 행동을 사용함에 있어서 현저한 장애
(2) 발달수준에 맞는 친구 관계 발달의 실패
(3) 다른 사람과 함께 기쁨, 관심, 성취를 나누고자 하는 자발적인 욕구의 결여(예: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있는 사물을 보여주기, 가져오기, 지적하기의 결여)
(4) 사회적 또는 감정적 상호관계의 결여
B. 제한적이고, 반복적이며, 상동증적인 행동이나 관심, 활동이 다음가운데 적어도 1개 항목에서 나타난다:
(1) 강도나 초점에 있어서 비정상적인, 한 가지 이상의 상동증적이고 제한적인 관심에 집착
(2) 특정하고 비기능적인, 틀에 박힌 일이나 의식에 고집스럽게 매달림
(3) 상동증적이고 반복적인 운동성 매너리즘(예: 손 또는 손가락을 퍼덕거리거나 비꼬기, 또는 복잡한 전신 움직임)
(4) 대상의 부분에 지속적인 집착
C. 장해가 사회적, 직업적, 또는 다른 중요한 기능 영역에서 임상적으로 심각한 장해를 일으킨다.
D. 임상적으로 심각한 전반적인 언어발달의 지연은 없다 (예: 단음절 단어를 2세에 사용하고, 의사소통을 위한 구를 3세에 사용한다).
E. 소아기에 인지 발달이나 나이에 맞는 자기-보호 기술 및 적응 행동의 발달 (사회적 상호작용 이외의), 환경에 대한 호기심의 발달에 있어서 임상적으로 심각한 지연은 없다.
F. 다른 특정 광범위성 (전반적) 발달장애나 정신분열증의 진단기준에 맞지 않는다.
* Gillberg & Gillberg의 Asperger’s syndrome 진단기준
Social impairments in reciprocal interactions (at least 2 of the following)
i) inability to interact with peers
ii) lack of desire to interact with peers
iii) lack of appreciation of social cues
iv) socially and emotionally inappropriate behavior
All absorbing narrow interests (at least one of the following)
i) exclusion of other activities
ii) repetitive adherence
iii) more rote than meaning
Imposions of routines and interests (at least one of the following)
i) on self, in aspects of life
ii) on others
Speech and language peculiarities (at least three of the following)
i) delayed development
ii) superficially, perfect expressive language
iii) formal, pedantic language
iv) odd prosody, peculiar voice characteristics
v) impairments of comprehension including misinterpretation of literal/implied meanings
Non-verbal communication problems (at least one of the following)
i) limited use of gestures
ii) clumsy/gauche body language
iii) limited facial expressions
iv) inappropriate expression
v) peculiar, stiff gaze
Motor clumsiness
i) poor performance on a neuro-developmental examination
아래는 핀란드 대학 연구팀에 의하여 미국 소아 청소년 정신의학회지 2007년 5월호에 게재된 아스퍼거 증후군 관련 논문에서 Gillberg의 기준, Szatmari의 진단기준, ICD-10, DSM-IV 등 4개의 진단 기준의 차이점들을 비교한 표를 인용한 것이다.
Comparison of Four Sets of Diagnostic Criteria of AS
DSM-IV |
ICD-10 |
Gillberg and Gillberg′ |
Szatmari et al.,1989 | |
Manifestation Delays in speech Delays in cognitive development Delays in self-help skills, adaptive behavior, and curiosity about environment
Social impairments Impaired nonverbal communication Inadequate friendships Lack of empathy Lack of sharing
Odd speech and language Formal, pedantic language Odd prosody Misinterpretations of literal/implied meanings Repetitive patterns of speech Idiosyncratic use of words
Stereotyped, repetitive behavior All-absorbing interest Routines or rituals Repetitive motor mannerisms Preoccupation with parts of objects Motor clumsiness Isolated special skills Clinically significant impairment in social, occupational, or other important areas of functioning Exclusion of autistic disorder |
No No No
Yes″ Maybe Maybe Maybe Maybe
Not defined Not defined Not defined Not defined Not defined Not defined Yes‴ Maybe Maybe Maybe Maybe Not defined Not defined Yes Yes |
No No No
Yes″ Maybe Maybe Maybe Maybe
Not defined Not defined Not defined Not defined Not defined Not defined Yes‴ Maybe Maybe Maybe Maybe Maybe Common Not defined Yes |
Maybe Not defined Not defined Yes Yes Maybe Maybe Maybe
Yes Maybe Maybe Maybe Not defined Not defined Yes Yes Yes Not defined Not defined Yes Not defined Not defined No |
Not defined Not defined Not defined Yes Yes Yes Maybe Maybe
Yes Not defined Maybe Not defined Maybe Maybe Not defined Not defined Not defined Not defined Not defined Not defined Not defined Not defined Yes |
AS = Asperger syndrome.
′Ehlers and Gillberg, 1993; Gillberg, 1991; Gillberg and Gillberg, 1989.
″At least two required.
‴ At least one required.
DSM-IV/ICD-10의 진단기준에서는 ‘임상적으로 심각한 전반적인 언어발달의 지연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 Szatmari의 기준에서는 언어발달의 지연에 대한 언급이 아예 없으며, Gillberg & Gillberg의 기준에서는 아스퍼거 증후군의 일부 경우에 언어발달의 지연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허용하고 있다.
DSM-IV/ICD-10의 진단기준에서는 아스퍼거 장애와 고기능 자폐증이 다른 종류의 장애로 보고 있다. 하지만, 2004년 영국의 Uta Frith 가 아스퍼거 증후군의 진단에 있어 혼돈스러움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하면서, 유럽의 보편적인 견해로 Gillberg의 진단기준을 상당부분 인용하고 있다.
즉, 아스퍼거 증후군은 자폐증과 근본적으로 다른 장애라기보다는, 자폐 스펙트럼장애의 경미한 축의 끝에 위치하는 자폐증의 변형된 한 형태라고 하였으며, 결과적으로 고기능 자폐증과 아스퍼거 증후군을 구별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유럽에서는 고기능 자폐증 (high-functioning autism)이라는 용어를 더욱 많이 사용하고, 아스퍼거 증후군과 혼용하고 있다고 하였다.
2007년 핀란드 대학 연구팀이 설명하는 아스퍼거 증후군의 견해 역시 이와 유사하나, Uta Frith의 설명과 비교하여 한 가지 중요한 차이점이 존재한다. Uta Frith는 Gillberg의 기준처럼 아스퍼거 증군의 진단에 조기의 언어 및 인지기능 지연이 없어야 한다는 점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하면서, 어느 기준이 맞을 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라고까지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핀란드 대학 연구팀은 DSM-IV/ICD-10 진단 기준처럼, 조기의 언어나 인지기능 발달의 지연이 없어야 한다는 점이 보편적인 견해라고 적고 있다. 즉, 유럽 내에서도 나이가 어려 언어 발달 및 인지기능의 저하가 없어야 한다는 기준에 있어 이견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2007/08/07 18:44
일반적으로 임상에서 아스퍼거 증후군의 진단은 다소 무분별하게 내려지는 경향이 있다. 일부에서는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진단은 우수한 지능을 가지고 있으며, 때로는 천재적인 성향을 보인다는 인상을 주고 있을 정도이다. 지능이 정상범주이면서 친구관계에 어려움을 보이는 자녀의 부모가 소아정신과 전문의에게 마치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진단이 자신의 자녀에게 내려지기는 바라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는 일부 동료 의사들의 경험을 전해 들을 수 있기도 하다.
현재 아스퍼거 증후군의 진단이 혼돈스러운 이유는 공식적인 진단체계인 DSM-IV (미국정신의학회 제정)와 ICD-10 (WHO 제정)에서 정하는 아스퍼거 증후군 (DSM-IV에서는 아스퍼거 장애)의 진단기준에 동의하지 않는 연구자나 임상가들이 유럽을 중심으로 다른 견해를 주장하기 때문이다. 아스퍼거 증후군 진단에 대한 유럽의 견해를 일반적으로 ‘spectrum approach’라고 부르고 있다.
사실상, 아스퍼거 증후군의 진단에 있어 미국에서의 견해와 유럽의 견해는 많은 부분이 동일하지만, 몇 가지의 차이점이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i) 아스퍼거 증후군과 고기능 자폐증은 동일한 장애인가, 아니면 별개의 원인과 병리기전을 가진 다른 장애인가?
ii) DSM-IV/ICD-10의 진단기준처럼, 아스퍼거 증후군의 진단에 있어 어려서 언어나 인지기능의 발달에 지연이 없다는 기준이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가? 아니면, 조기에 언어발달의 지연이 있었던 아스퍼거 증후군은 존재할 수 있는가?
iii) 신경심리학적 특성으로, 지능검사에서 높은 언어성 지능 (verbal abilities)과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동작성 지능 (visual-perceptual/spatial abilities)의 소견이 아스퍼거 증후군의 전형적인 특징인가? 아니면, 아스퍼거 증후군에서도 언어성 지능이 동작성 지능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소견을 보일 수 있는가?
* Spectrum approach
핀란드 대학 연구팀이 미국 소아 청소년 정신의학회지 2007년 5월호에 게재된 아스퍼거 증후군 관련 최신 논문에서 설명하는 아스퍼거 증후군의 진단에 대한 유럽의 보편적 견해는 아스퍼거 증후군은 자폐증의 변형된 형태로, 자폐스펙트럼 장애의 경미한 축의 끝 부분에 존재하는 장애라는 점이다. Wing의 자폐스펙트럼 장애의 범주에 아스퍼거 증후군을 포함시켰듯이, 고기능 자폐증과 아스퍼거 증후군을 별개의 장애로 구별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현재 고기능 자폐증의 용어가 아스퍼거 증후군에 비하여 훨씬 많이 사용되고, 실제적으로 아스퍼거 증후군과 혼용되고 있다고 하였다. 또한, DSM-IV/ICD-10에서 제시되는 아스퍼거 증후군의 진단에 어려서 언어 및 인지기능 발달의 지연이 없어야 한다는 부분을 보편적인 견해로 받아들이고 있다. Spectrum approach를 주장하는 그룹에서는 성인이 되어 보이는 임상 양상은 아스퍼거 증후군과 고기능 자폐증이 매우 흡사하다고 주장하면서, 현실적으로 두 장애의 치료방식에 있어 차이점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의 Frith (2004)는 Gillberg의 진단기준에서 아스퍼거 증후군의 일부 경우에 언어발달의 지연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허용하고 있듯이, 아스퍼거 증군의 진단에 있어 조기에 언어 및 인지기능 지연이 없어야 한다는 점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하면서, 어느 진단기준이 맞을 지는 향후 시간이 말해줄 것이라고 하였다. 아스퍼거 장애와 고기능 자폐증은 다른 장애로 설명하는 Khouzam 등 (2004) 역시 아스퍼거 증후군에서 어려서 언어 발달의 지연이 있을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고 하였다.
아스퍼거 증후군의 신경심리학적 profile을 보면, WISC에서 동작성 지능이 언어성 지능보다 낮은 특징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Frith (2004)와 Gillberg의 연구팀 (2007)은 아스퍼거 증후군에서 비언어성 지능 즉, 시지각/시공간적 능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지만, 아스퍼거 증후군과 고기능 자폐증을 별개의 장애로 진단할 정도로 명확하게 차이를 보여주는 연구결과는 없다고 하였다.
그리고, 유럽에서 실제적으로는 고기능 자폐증이라는 용어가 아스퍼거 증후군에 비하여 자주 사용되고 있지만, 아스퍼거 증후군이 여전히 의미있게 사용되는 이유 중 하나는, 일반인들이 일상적인 상황에서 종종 마주칠 수 있는 경우로서 강박적일 정도로 협소한 분야에의 지나친 관심과 사회 생활에서의 부적응을 보이는 사람들 대하여 상태를 설명하고 이해를 돕는 데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 미국의 견해
미국에서는 아스퍼거 증후군의 진단에 DSM-IV 진단기준을 우선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신박이 미국 Boston University Medical Center에서 소아정신과 전문의 수련을 받을 때나 New York University Medical Center 소아 청소년 정신과에서 발달장애 연구에 research fellow로 참여하였을 때, 자폐증이나 아스퍼거 증후군에 해당하는 환자들을 지도 교수와 함께 진료를 한 뒤, DSM-IV 진단기준을 복사하여 진단항목을 하나씩 맞추어 보면서 정확하게 진단을 내리려고 노력했었다.
그동안 Gillberg, Frith 등 유럽의 연구자들이 DSM-IV 진단기준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다른 진단기준을 이용하여 주요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미국에서의 보편적인 견해는 아스퍼거 증후군 (DSM-IV에서는 아스퍼거 장애)과 고기능 자폐증을 다른 별개의 장애로 보고 있다. DSM-IV의 진단기준에서는 이러한 부분이 다른 특정 전반적 발달장애나 정신분열증의 진단기준에 맞지 않는다라는 항목으로 포함되어 있다. DSM-IV의 아스퍼거 장애 진단 기준을 만드는데 실제적으로 참여하였던 Yale 대학 소아정신과의 Ami Klin과 Fred Volkmar 등이 이러한 관점을 일관성 있게 주장하여 왔다 (2000, 2003, 2005, 2006). 그외에도, Rinehart 등 (2002), Khouzam 등 (2004) 등이 아스퍼거 증후군과 고기능 자폐증을 하나의 스펙트럼으로 보는 견해에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DSM-IV/ICD-10 진단기준에서처럼 조기에 언어 및 인지기능의 발달에 지연이 없어야 한다는 점을 보편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물론, 이 항목 한가지 만으로 진단을 내리는 것은 아니지만, 감별진단에 있어 중요한 항목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진단에 있어 아스퍼거 증후군만의 독특한 특징들에 대한 이해가 매우 중요하다. 아스퍼거 증후군을 보이는 아동이 스스로 소외되어 떨어져 있기보다는, 타인과의 관계형성을 추구하지만, 사회적 상황에서 어색하거나 둔감한 모습을 보인다. 아동이 어려서 언어발달이 늦었거나 반향어와 같은 현상은 없으며, 언어발달이 정상범주이거나 오히려 조숙했던 면이 있었다. 그러나, 상대방과 대화를 상황에 맞추어 의사소통 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양상을 보여 화용기술 (pragmatics)의 저하가 특징적이라 하겠다. 아스퍼거 증후군 아동의 의사소통 양상을 보면, 대화내용이 핵심에 쉽게 도달하지 못하고, 우회적이며 자신의 의도를 명백하게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대화상황에서 주제를 적절하게 전환하거나 새로운 내용을 상대방에게 효율적으로 소개하지 못한다. 또한, 특이하고 제한된 영역에 관심을 보임에 따라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인 모습을 나타내게 되며, 이러한 특성이 일반적인 교육이나 사회적 관계형성에 있어 방해가 되어, 상대방의 관점이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만의 관점에서 대화를 하기 때문에 일방적인 대화를 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아스퍼거 증후군의 경우는 고기능 자폐증에 비하여 사회적인 상황에의 동기부여가 보다 크고 참여적이라 할 수 있겠다.
아스퍼거 증후군의 경우는, 웩슬러 아동용 지능검사 (WISC)에서 일반적으로 동작성 지능이 언어성 지능보다 낮은 반면 (PIQ<VIQ), 고기능 자폐증은 동작성 지능이 언어성 지능보다 높이 나오는 경향이 높다 (PIQ>VIQ).
일반적으로, 아스퍼거 증후군은 IQ가 정상범주이거나 정상범주에 가까운 수준을 보인다. 종종 매우 우수한 지능을 보이기도 하여 부모가 자신의 자녀가 영재라는 기대를 갖게 하기도 한다.
Klin 등 (1995)이 아스퍼거 증후군은 신경심리학적으로 비언어성 학습장애의 특성을 포함한다고 주장하면서, 이러한 인지기능상의 소견은 아스퍼거 증후군의 중요한 특징이라 하였으며, Reitzel과 Szatmari (2003) 역시 시지각/시공간적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스퍼거 증후군의 주요한 소견으로 보았다.
즉, 아스퍼거 증후군의 특징적인 임상 양상을 보이면서, 어려서 언어 및 인지기능 발달의 지연이 없으며, 지능 검사 결과 동작성 지능이 언어성 지능에 비하여 의미있게 떨어지는 소견을 동시에 보인다면,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내릴 수 있겠다.
P.s. 아래의 글은 신박이 ‘아스퍼거 증후군 모임’ 카페에 올린 글에 한 부모님이 덧글을 단 내용의 중 일부이다.
”정말 전문적인 정신과적 지식이 미천한 제가 선생님들 만나뵙고 책을 보고 이 까페를 통해 이해한 한 바로는 모두 자폐스펙트럼에 해당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고기능 자폐든 아스퍼거든 다양한 증상들을 공유하므로 모두 아스퍼거란 이름 하에 통합 연구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상기 글에서 윗 문장은 유럽에서 아스퍼거 증후군을 고기능 자폐증과 구분하지 않고 자폐스펙트럼장애라는 범주에서 통합적으로 보는 관점을 나타내고 있어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아래 문장에서 고기능 자폐증과 아스퍼거 증후군은 모두 아스퍼거란 이름 하에 통합 연구되고 있다는 식의 표현이 ‘아스퍼거 증후군 가족 모임’ 카페에서 학술적인 근거없이 통용되고 있는 듯하여 매우 유감스러우며, 동시에 심히 우려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2007/08/09 15:49
신박은 아스퍼거 증후군의 진단에 있어 아스퍼거 증후군의 특징적인 임상 양상을 보이면서, 어려서 언어 및 인지기능 발달의 지연이 없으며, 지능 검사 결과 동작성 지능이 언어성 지능에 비하여 의미있게 떨어지는 소견을 동시에 보인다면,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내릴 수 있다고 하였다. 이런 경우에 해당하는 아스퍼거 증후군은 전형적인 임상 양상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아스퍼거 증후군의 진단과 관련하여 미국의 보편적인 견해와 유럽의 견해가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점을 위의 글에서 설명하였는데, 비전형적인 증례에 대하여 보다 큰 차이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유럽의 연구자들이 쓴 논문이나 글들을 보면, 아스퍼거 증후군의 진단기준에는 정확하게 맞지는 않지만, 특이한 영역이나 대상에 관심이 많으며, 대인관계에 서투른 양상을 보이면서 평생동안의 엉뚱함 (lifelong eccentricity)을 개인의 특징으로 하는 대상들에게 ‘Asperger trait’, ‘atypical Asperger’s syndrome’, ‘neurotypicals’ 등의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아스퍼거 증후군 가족 모임’ 카페에서는, 신박이 보기에, 전형적인 아스퍼거 증후군에 해당되지 않으면서, 사회적 관계형성에서의 어색함과 협소하고 경직된 사고, 지속적으로 특이하거나 엉뚱함을 보이는 대상들에게 ‘Asperger trait’ 에 준하는 labeling을 하는 식의 이해와 논의가 만연해 있는 듯 하다.
아스퍼거 증후군과 유사하지만, 상대적으로 경미하면서 비전형적인 양상을 보이는 증례들을 대상으로 엄격한 진단과정을 시행한다면, 그 중 일부는 아스퍼거 증후군의 진단에 부합되어 재진단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스퍼거 증후군의 진단기준에 맞지 않으면서, 상대적으로 경미한 여타의 증례들에게 지능검사를 포함한 신경심리검사를 시행하여 세밀한 진단을 내리게 되면, 미국에서는 비언어성 학습장애의 진단이 주어지는 경우가 상당수일 것이다. 유럽에서는 비언어성 학습장애의 진단이 내려지지 않는 경향이 높으므로, 애매모호한 ‘Asperger trait’라는 식의 용어를 사용할 것이다. 사실상, 비언어성 학습장애에 대한 학술논문이나 전문서적은 거의 대부분 미국에서 출판되고 있다.
아스퍼거 증후군과 비언어성 학습장애는 임상적으로 유사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기에, 많은 부모들이나 치료자들은 이 둘을 구분함에 있어 곤혹스러움을 느낄 때가 많다. 그러나, 전형적인 아스퍼거 증후군과 전형적인 비언어성 학습장애를 구분하는 것이 전문가에게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다.
아스퍼거 증후군과 비언어성 학습장애를 비교해 보면,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들은 비언어성 학습장애의 신경심리학적인 특성을 공유하고 있으나, 비언어성 학습장애의 상당수는 아스퍼거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로 볼 수 없다. 아스퍼거 증후군과 비언어성 학습장애를 구분하게 만드는 차이가 무엇일까?
아스퍼거 증후군은 전반적 발달장애의 하나로 비언어성 학습장애에 비하여 자폐성향이 두드러지는 것이 특징이다. 특정 주제에 과도한 관심을 갖는다는 면에서는 유사하지만, 아스퍼거 증후군은 비현실적으로 특이한 주제 (열차시간표 등)에 심한 집착을 지속적으로 보여, 아스퍼거 아동의 일상적인 생활의 리듬을 깨뜨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아스퍼거 증후군은 다양한 상동증으로 finger flickering, hand flapping, body rocking, body waiving, motor planning에 문제가 있어 몸이 흐느적거리는 양상들을 보이는 경우가 많지만, 비언어성 학습장애에서는 운동성 매너리즘이나 상동증이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아스퍼거 증후군은 비언어성 학습장애에 비하여 예후가 상대적으로 불량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며, 비언어성 학습장애의 경우는, 지능이 정상 범주라면, 성인이 되어 대부분 직업을 갖고 결혼 생활을 유지하며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비언어성 학습장애의 경우에 있어 또래의 정상군에 비하여 대화의 맥락에 충분하게 참여하지 못하고 화용기술 (pragmatic language)이 미숙한 것이 특징이고, 또래의 정상군에 비하여 눈맞춤이 어색하게 느껴지지만, 45분 동안 시행하는 진료시간 동안 어느 정도 정서적인 교류가 이루어 진다고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아스퍼거 증후군은 대화 상황에서 상호적인 면이 결여되고, 의도적인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되며, 특정 사건에 대하여 언급하거나 마음의 상태에 대하여 이야기체로 자연스럽게 말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또한, 상대방의 관심사에 귀 기울이지 못하고 일방적인 대화를 하게 되어 보다 심각한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겪는다. 전형적인 비언어성 학습장애와 아스퍼거 증후군의 임상 양상에 있어, 유사한 면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두 장애들은 뚜렷하게 질적인 차이를 보인다고 알려져 있다.
아스퍼거 증후군이나 비언어성 학습장애 환자군에서는 친구를 새로이 사귀거나 유지하기가 어려우며, 교실에서 엉뚱한 행동을 하거나 상황에 부적절한 말을 언급하거나, 또는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간섭을 하거나 말 참견을 하고, 특정 주제에 대하여 과도한 관심이나 집착을 보이는 등, 사회적 맥락에서 상황을 연결하여 파악하고 인과관계를 이해하여 결과를 예견하는 상황 판단력이 떨어져서 사회적 관계형성능력이 떨어지는 증상들을 공통적으로 보이고 있다. 미국 Yale Child Study Center의 Ami Klin 은 아스퍼거 증후군과 비언어성 학습장애의 여러 증상들 중 사회성 영역에서 대인관계 능력의 저하를 주요 문제로 보아 두 가지 장애들 둘 다 사회성 학습장애 (Social Learning Disability)로 부르고 있다.
* 비전형적인 아스퍼거 증후군의 증례로 보이는 한 예를 들어보고자 한다.
초등학교 5년인 남아가 보호자와 함께 신박의 클리닉을 방문하였다. 신박에게 오기 전에 이미 다른 두 명의 소아 정신과 의사를 만났던 적이 있었다. 첫 번째에서는 아스퍼거 증후군이 의심된다는 얘기를 들었고, 두번째에서는 성격상의 문제라는 식의 설명이 있었다고 하였다.
보호자가 설명하는 환아의 상태는 사회적 상황에서의 어려움, 특이한 주제에 대한 지나친 관심, 상대방과의 상황에 적절한 의사소통 능력의 부족 등 아스퍼거 증후군의 특징적인 양상을 상당히 보였다. 그의 발달력 상 어려서 언어발달의 지연이 뚜렷하게 있었다는 보호자의 보고가 있었다. 그리고, 지능검사 등 기본적인 심리검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신박은 아스퍼거 증후군의 진단에 있어 아스퍼거 증후군의 특징적인 임상 양상을 보이면서, 어려서 언어 및 인지기능 발달의 지연이 없고, 지능 검사 결과 동작성 지능이 언어성 지능에 비하여 의미있게 떨어지는 소견을 동시에 보인다면,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내릴 수 있으며, 이런 경우에 해당하는 아스퍼거 증후군은 전형적인 임상 양상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고 하였다.
해당 환아는 아스퍼거 증후군의 특징적인 증상을 보였으나, 어려서 뚜렷한 언어발달의 지연이 있었다. 현재 지능 검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신박이 추측해 볼 수 있는 경우는 두 가지 경우이다. 첫째, WISC에서 언어성 지능이 동작성 지능에 비하여 의미있게 높으며 (VIQ>PIQ), 시지각/시공간적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이다. 이런 경우는 전형적인 아스퍼거 증후군의 진단 기준에는 딱 맞지는 않더라도, 아스퍼거 증후군의 범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두번째 경우로, WISC에서 언어성 지능이 동작성 지능에 비하여 의미있게 떨어지면서 국어 등 긴 문단에 대한 독해력이 떨어지는 학습능력의 부진을 동반할 때, 아스퍼거 증후군의 진단보다는 고기능 자폐증이나 다른 진단의 가능성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