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와 그의 친구들 작품을 한 곳에서 감상하는 기회《완당묵연 : 추사와 함께했던 사람들》展
기자명김희병 기자
입력: 2026.03.20 05:29
수정: 2026.03.24 12:21
천 자루의 붓으로 맺어진 묵연… 《완당묵연 : 추사와 함께했던 사람들》展 개최
- 추사 김정희의 독창적 예술 세계와 그를 둘러싼 19세기 거대한 '예술의 숲' 조명
- 3월 17일부터 8월 31일까지 더프리마아트센터에서 개최
19세기 조선 서예를 대표하는 추사 김정희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는 한 개인의 성취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추사체의 파격 뒤에는 뜻을 함께했던 이들과 깊은 교감, 그리고 학문과 예술을 매개로 이어진 폭넓은 연대가 뒷받침하고 있다. 이러한 관계망을 조명하는 특별전 《완당묵연(阮堂墨緣) : 추사와 함께했던 사람들》展이 3월 17일부 터 8월 31일까지 더프리마아트센터 2층에서 열린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스물넷 청년 김정희의 학문적 시야를 넓혀준 청나라 대학자 옹방강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추사는 아버지와 함께 자제군관 자격으로 청나라에 들어가 옹방강을 만난다. 옹방강의 아들 옹수곤, 완원의 아들 완상생과의 교유는 평생 추사를 지키는 힘이 되었다. 그들의 묵적이 이번 전시에 출품되어 관람객을 맞는다.
추사에게 금석학과 고증학의 세계를 열어준 거장, 그리고 대를 이어 깊은 학문적 교감을 나눈 이들 자제들의 글씨를 마주하며, 완원의 성을 딴 당호 ‘완당(阮 堂)’에 담긴 학예일치(學藝一致)의 웅장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이어지는 공간에서는 조선 후기 문예 부흥을 이끈 정조대왕을 비롯해 명재상 번암 채제공, 동국진체를 완성한 원교 이광사의 글씨가 함께 걸려 추사체가 탄생할 수 있었던 시대적 숨결을 짐작하게 한다.
'신분과 국경을 초월한 묵연(墨緣)의 재회와 주요 명작'] 전시장에서는 신분과 당파, 국경을 초한 추사의 폭넓은 교유 관계가 생생한 작품으로 펼쳐진다.
진흥왕 순수비 고증에 뜻을 모았던 조인영, 시련의 시기를 지켜준 권돈인과 윤정현 등 사대부 문인을 비롯해 화원과 역관 등 중인층과의 각별한 묵연(墨 緣)이 집중적으로 조명된다.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는 추사 김정희의 파격적인 필치가 담긴 <호상루(濠想樓)>, 청나라 학자 완상생(阮常生)과 서체의 근원을 논하며 우정을 나눈 귀중한 서간이 공개된다.
또한 양자 김상우의 <소동파입극도(蘇東坡笠屐圖)>를 통해 대를 이은 학예의 숨결도 느낄 수 있다.
김정희, 호상루(濠想樓):여유롭게 사는 곳, 종이에 먹, 62×23.8cm
작품은 작자미상의 <묵란도(墨蘭圖)>는 당대 최고 세도가였던 흥선대원군(노석도인진장 老 石道人珍蔵)과 김옥균(고우서화진장 (古愚書畵珍藏)의 수장인이 선명하게 찍혀 있는 흔치 않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당대 최고의 안목을 지닌 이들이 앞다투어 소장했다는 역사적 사실은, 이 작품이 단 순한 습작을 넘어 시대의 수작(秀作)임을 증명한다.
작자미상, 묵란도 (墨蘭圖), 종이에 먹, 43×27cm
여기에 남종화의 맥을 이은 소치 허련의 <죽수소경(竹樹小景)>, 우봉 조희룡의 <묵매도 (墨梅圖)>, 자하 신위의 <연죽도(煙竹圖)> 등 추사와 ‘묵연’을 맺은 이들의 서화 명작들이 한자리에 나란히 걸려 19세기 문예 부흥기의 감동을 선사한다.
'마천십연 독진천호(磨穿十硯 禿盡千毫)' 즉 평생에 걸쳐 벼루 열 개에 구멍을 내고 붓 천 자루를 닳게 한 수행과 실사구시의 태도는 기교 의 능함과 서툶을 따지지 않는 ‘불계공졸(不計工拙)’의 경지로 이어졌다.
전시는 김정희 한 사람의 성취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추사와 묵연을 맺은 이들의 글씨와 그림을 통해 19세기 조선의 학문과 예술의 깊이를 가늠하게 된다.
전시개요
전시명: 《완당묵연(阮堂墨緣) : 추사와 함께했던 사람들》
전시 기간: 2026. 03. 17(화) ~ 2026. 08. 31(월) 관람 시간: 10:30 ~ 19:30 (매주 월요일 휴관)
전시 장소: 더프리마아트센터 2층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37-11)
문의: 02-725-9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