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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기 -14 / 프랑스 / 낭시, 롱샹교회, 바젤(스위스)
2004.03.19 금요일-03.20 토요일
예기치 않은 여행
처음에는 이번 여행이 이렇게 장기간 거창하게 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여행을 떠나기 며칠 전까지만 해도 로테르담에서 가까운 벨기에의 부뤼셀과 룩셈브르크 정도를 짧게 다녀올 생각이었다. 그런데, 여행 떠나기 며칠 전 낭시에 사는 학교 후배 서진원에게 연락이 닿았다. 델프트 공대에 교환학생으로 낭시에서 유학 온 이지영의 제보가 주요하였다. 진원이와는 잘 알지는 못하는 사이였지만 서로 통하는 게 있어 금방 의기투합하게 되었다. 진원이가 하는 말이 낭시로 내려오면 같이 여행을 같이 갈수 있겠다는 것이다. 낭시에는 또 다른 후배 이정훈도 있다. 고맙다 진원아. 얼마나 좋아. 가이드가 생겼으니 말이다. -사실 이번 여행은 거의 서진원의 탁월한 가이드 실력으로 돌아다닌 여행이었다. 그러던 차에 지도를 보니 낭시 밑에 리용이 있지 않은가. 리용에는 나와 같은 사무실에서도 같이 일했던 후배 정구원이가 있다. 메일을 보낸다. 구원아 내가 리용에 가면 여행 같이 갈 수 있겠냐. 그럼요. 내려오세요. 이번 여행을 같이 작당모의 한 또 다른 동지, 로테르담에 같이 있는 정영욱과 델프트공대에 있는 이동복까지 합세하여 이렇게 여행의 판은 짜졌다. 자 이제 가자 프랑스로. 언제 올라올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떠난 여행이 10박11일이나 되었고, 다녀온 곳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도시를 돌아다니게 되었다. 어찌 하다 보니 대서양 물에 접한 로테르담에서 유럽대륙을 수직으로 가로질러 지중해 모나코까지 차를 타고 여기저기 들르면서 갔다 오는 그런 여행이 되었고, 돌아오는 길은 스위스와 룩셈브르크 까지 거쳐 오게 되었다. 정확한 길이는 모르지만 지금 다시 따져 보니 족히 4,200㎞는 되는 것 같다. 일행모두가 건축을 전공한 사람들이라 각 도시의 주요 건축물들을 찾아다니는 그런 일정이었지만 지나면서 보게 된 프랑스의 전원 풍경과 그와는 또 다른 분위기의 스위스의 전원, 그리고 눈 덮힌 알프스의 풍경들은 내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였다. 여행을 다녀 온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여운이 남아 지금도 꿈속에서 헤메고 다니고 있다. 내 마음은 아직 여행이 끝나지 않은 모양이다.
3월19일 금요일
차를 빌리고
3월19일 2시경 델프트공대에 유학하고 있는 동복이가 일찍 왔다. 3시경 로테르담 시내에 있는 차를 빌리러 같이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 아침부터 비가 추적추적 오는데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3시경 시내로 가서 렌트카 업체 Hertz에서 차를 한대 빌린다. 난 여기 유럽의 시내 운전은 아직 자신이 아직 없다. 길 위에 전차도 많고, 특히 신호등이 헷갈린다. 동복아 니가 운전해라. 일단 집으로 와서 영욱이가 올 때 까지 기다리다가 드디어 6시에 길을 떠난다. 빨리 가자. 프랑스 낭시로.
운전은 영욱이가 잘한다. 영욱이가 빗속을 뚫고 로테르담을 빠져나간다. 고속도로는 그렁저렁 차는 많지만 제 속도를 내고 있다. 조금 가다 보니 영욱이가 그런다. 지금 벨기에로 들어왔습니다. 야 이게 뭐야. 정말 국경도 없네. 그래서 네덜란드 사람 중에 세금이 싼 벨기에에서 사는 사람이 많데나. 이거 좀 시시하네. 조금 있으니까 핸드폰에서 메시지가 뜬다. 뭐 벨기에로 오신 것을 환영한데나 어쩐데나. 벨기에는 안트워픈 Antwerpen을 지나 부뤼셀Brussel을 지난다. 로테르담에서 약 120km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한시간 반 만에 부뤼셀로 오네. 부뤼셀을 지나 룩셈브르크 Luxembroug로 방향을 잡는다. 낭시로 가려면 룩셈부르크를 지나야 한다. 그러니까 처음 가려고 했던 부뤼셀과 룩셈부르크를 그냥 지나치는 격이 되었다. 비는 더욱 거세어 지고 있다. 그래서 차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겨우겨우 가고 있다. 룩셈브르크 근처 어는 휴게소에서 저녁을 먹기로 한다. 이제 세상이 달라졌다. 여긴 불어권이다. 이제부터 꼼짝 없이 벙어리 신세다. 어버어버.
빗속을 뚫고 차는 다시 달린다. 룩셈브르크를 지나면 바로 프랑스다. 유일하게 알 수 있는 것은 고속도록 주변 France 라는 글자와 고속도로의 이정표판의 색상이 파랑색이라는 것이다. 그것들을 보고 프랑스로 왔음을 안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여기가 프랑스인지 룩셈브르크인지 벨기에인지. 후후 이게 유럽이구나. 이렇게 낭시에 도착한 것은 12시가 다 되어서 이다. 약 480Km정도 떨어진 거리를 6시간정도 운전을 한 셈이다. 빗속이라서 조금 더 늦은 것 같다.
작당모의
낭시 중앙역에서 메일로만 주고 받아온 서진원을 드디어 만난다. 반갑다. 너가 진원이구나. 어 그래 정훈이도 나왔구나. 정훈아 참 오랜만이다. 그래 다들 잘 있었어. 예. 가자 어디 가서 커피나 한잔 하면서 이번 여행 얘기나 해보자. 가까운 레스토랑으로 진원이가 안내를 해준다. 밤늦은 시간인데도 사람들이 많다. 우리가 간 곳이 낭시에서 제일 좋은 식당이라고 한다. 뭐 고관대작들이 낭시에 오면 여기 온데나. 아르누보 Art Nouveau 스타일의 식당이다. 낭시가 아르누보 건축의 중심지라고 진원이가 한참 설명을 해준다. 우린 진원이의 설명을 들으면서 커피만 먹는다. 자 이제 다 모였으니 다시 구체적인 계획을 짜보자. 두런두런. 꿍짝꿍짝. 얘기가 끝나고 진원이네 집으로 간다. 벌써 새벽 1시다.
낭시에서, 아르누보 스타일의 실내장식으로 되어 있는 레스토랑.
3월20일 토요일
롱샹교회 Notre Dame du Haut chapel in Ronchamp (1950)
아침 일찍 진원이의 꼬마들이 소리를 낸다. 아구 귀여워라. 6살 혜림이와 2살 혜영이가 인사를 하고, 진원이의 아내도 인사를 나눈다. 아 이거 감사합니다. 재수씨. 폐를 끼치게 되었군요. 아니예요. 편히 쉬다 가세요. 네. 진원이의 집은 낭시 언덕위 아파트에 있어 날이 밝으니 창밖으로 온 낭시 시내가 훤히 보인다. 아 이게 낭시이구나. 나지막한 집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누가 낭시가 작다고 했지? 바로 앞에는 공동묘지도 보인다. 여기서는 이런 묘지가 혐오시설이 아니다. 그냥 일상의 한 부분이다. 우리도 그러면 좋겠다.
진원이의 집에서 내려다본 낭시의 풍경/ 사진 아래쪽으로 묘지가 보인다.
짐을 간단하게 챙기고 이제 드디어 떠난다. 조그만 차 한대에 남정네 5명이 꽉꽉 껴 앉아서 간다. 뒷자리 괞찮냐. 그래도 차가 보기보다 실내가 넓네. 가자 그럼. 모든 일정은 진원이가 짰다. 워낙 프랑스 정통파라 우리는 진원이만 따라다니면 된다. 우선 스위스 바젤로 가는길에 그 유명한 근대건축의 선구자 르 꼬르뷔제의 최고 명작 롱샹교회를 가기로 했다. 그래 이건 봐야지. 그 유명한 롱샹교회를 오늘에서야 보는구나. 건축하는 사람들은 다 안다. 롱샹교회. 그런데 워낙 외진 곳에 있고 찾기도 힘들어서 혼자 찾아 가기는 좀 힘든 곳이다. 그런데 우리의 가이드 진원이는 완벽하게 찾아가네. 아구 고마워라.
낭시에서 약 130km 정도 떨어진 곳이다. 오늘도 비는 부슬부슬. 1시간 반을 달려 드디어 롱샹교회에 도착한다. 언덕으로 한참 올라가야 한다. 저 밑 동네에서 휜히 보이겠구나. 바로 앞 주차장에 차를 멈춘다. 여기가 롱샹교회가 있는 곳이구나. 르 꼬르뷔제. 건축사에서 이 사람보다 유명한 사람이 있을까. 1887년 스위스 라쇼드퐁이란 곳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활동하면서 근대건축을 이끌었던 거장이다. 그리고 이 롱샹교회는 그의 대표작중에 가장 최고로 꼽는 건축물이다. 티켓을 끊고 조금의 경사로를 따라 올라 가면서 저기 롱샹교회의 하얀벽과 검은 지붕이 보인다. 아 저거구나. 내가 건축을 알게된 20년전 그렇게도 이 사진을 보고 스케치를 많이 했던 것을 이제야 실물을 본다. 저거구나. 진짜가 더 좋다. 아직도 비는 오지만 다들 서로 말도 하지 않고 각자 흩어져서 돌아다닌다. 아주 조형적으로 생긴 이 교회는 카톨릭 성당이다. 전혀 카톨릭 성당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다. 당시 주교 신부가 당신 맘대로 설계해 보라고 했던 일화가 있다. 그리고는 세계 건축계의 보물덩어리를 만들어 내었다.
롱샹교회 앞 주차장/ 분홍색 건물뒤로 롱샹교회가 살짝 보인다.
교회로 올라가는 경사로
롱샹교회의 제일 유명한 장면. 주출입구는 뒷쪽에 있다. 오른쪽에 보이는 부분은 외부에서 미사를 할 수 있는 곳인것 같다.
교회의 남측면/외부미사를 볼수 있을 것 같은 단이 보인다.
교회의 동측면/ 가운데 조그만 문이 주출입구 이다. 주차장에서 빙돌아서 여기로 들어가야 한다. 오른쪽 종탑 밐에 낙수물을 받치는 조형물이 있다.
엽서에서 스캔한 롱샹교회의 야경
엽서에서 스캔한 롱샹교회의 항공사진
준공당시의 르 꼬르뷔제- 모자쓰고 있는 사람/ 주차장 부분에서 찍은 사진. 뒷쪽으로 교회가 살짝 보인다.
절제된 빛들의 축제
조형적인 외관에 비해 자그마한 실내로 들어가면 그 놀라움이 더해진다. 두꺼운 벽에서 기하학적으로 뚫린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은 그야말로 예술 그 자체이다. 당시 입체파의 영향을 받은 르 꼬르뷔제는 자신의 건축 작품 곳곳에 이런 입체파적인 디자인을 접목시키고 있다. 모든 건축은 곡선으로 이루어 졌지만 또 엄격한 모듈의 규칙을 지키고 있다. 절제된 빛들의 축제 같다. 이렇게 건축이 빛에 민감한 건축을 보기는 드물 것이다. 구석구석 건축가의 손길과 생각이 닫지 않은 곳이 없다. 모든 창문의 디자인, 문과문고리의 디자인, 의자, 바닥의 패턴, 벽체의 마감 모든 것이 르 꼬르뷔제의 생각이다. 그의 나이 환갑이 지나서 완성한 이 건축이 아마 그의 최고의 절정기 작품이 아닐까. 한참이나 이 건물을 느낀다. 같이 숨을 쉬어보고 쳐다보고 만져본다. 그 다음에서야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내려와서 주차장 앞에 있는 티켓을 산 그곳에서 자판기 커피를 한잔 먹는다. 자 이제는 가자. 마을로 내려와서 저멀리 언덕위에 보이는 롱샹교회를 다시 쳐다 본다. 언덕위의 롱샹교회.
비 안개 속으로 긴 여운이 남는다. (계속)
교회의 배치도/ 왼쪽 길을 따라 올라가서 건물의 오른편으로 들어간다.
롱샹교회의 평면도/ 각실의 이름은 정확하지 않음. 그냥 내가 붙인 이름임.
단상을 쳐다보며. 지붕과 벽체가 살짝 떨어져 있다. 육중하고 무거워 보이는 지붕이 이렇게 가볍게 들어올려져 있다니.
외부창이있는벽/기하학적인스테인드그라스의 창으로절제된빛이들어온다.
외부창이 있는 두꺼운 벽의 빛이 리듬감 있게 보인다. 외부로 통하는 문. 사진 오른쪽으로 개인기도실1의 벽이 살짝 보인다.
외부창이 있는 벽을 정면에서 쳐다보면서/ 창문의 크기가 다 틀리다. 물론 창문하나하나의 스테인드 그라스 디자인도 틀리며, 이 창호디자인도 꼬르뷔제가 하였다. 지붕이 벽과 살짝 떨어져 있는 그 사이로도 빛이 들어온다.
지붕의 곡선이 실내에서도 그대로 느껴진다. 오른쪽 벽으로 조그만 참회실이 보인다.
개인기도실1. 위쪽으로 종탑이 있고 그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
개인기도실1의 천정
개인기도실3은 천정부분이 빨간색으로 칠해져 있다.
어떤 창문의 디자인. 두꺼운 벽체의 두께가 보인다. 두꺼운 벽에서 흘러나오는 빛은 더욱 엄숙하게 실내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또 다른 창문. 꼬르뷔제의 자필 글씨라고 하는데.
롱샹교회 밑으로 보이는 마을 풍경/ 벨포트 Belfort로 가는 길이 보인다. 기차를 타고 오는 사람은 벨포트 역에서 내려 여기까지 와야한다.
교회 앞에 있는 어떤 건물/ 사제들이 쓰는 숙소 같기도 하고 잘은 모르겠다.
교회 옆에 있는 종.
마을 밑에서 롱샹교회를 쳐다보면서. 사진 가운데 저멀리 언덕위에 교회가 보인다.
첫댓글 프랑스 여행은 3월19일에 떠나서 약 10일동안 한 여행이었습니다. 로테르담을 출발해서, 프랑스 낭시.리용을 거점으로 해서 바젤(스위스)를 거쳐 프랑스 남부 마르세이유, 깐느, 니스, 생폴 드 벙스, 모나코, 다시 스위스 제네바, 로잔에서 룩셈브르크를 거쳐 다녀온 여행이었습니다.
정말 환상입니다.~~
서점에서 경이로운 건축물(?)에 관련된 책에서 우연히 본 건물이라 흥미있게 봤는데... 정말 대단한 건물이었군요... 외관도 그렇지만 내부의 모습이란... 더욱 감동이었습니다. 잘 봤습니다. *^^*
롱샹교회는 사실 일반인들은 잘모르지만, 유럽의 사람들에게는 꽤 유명한 건물입니다. 우리가 간 날 어느 프랑스 고등학생들로 보이는 학생들이 단체로 왔더군요.
롱샹성당, 이번에 갈껀데 정말 기대되네요^^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