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초반 최고의 돌풍을 몰고 온 팀은 해태 타이거스다.
모기업의 부도로 어려운 현실 속에서 해태호는 꼴찌전력이라는 전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계속 중상위권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김성한 감독의 야구는 젊음,패기 그리고 당찬 승부근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조심스럽지만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내릴 만하다.롯데 삼성 태평양의 사령탑을 역임해 감독의 희로애락에 대한 감회가 남다른 박영길 스포츠서울 객원기자가 26일 대구구장에서 김 감독을 만났다.
―해태가 생각보다 선전하고 있어 칭찬이 자자한데 감독으로 첫 시즌을치르고 있는 느낌은.
그 좋고 화려한 멤버를 바탕으로 엄청난 인기를 누린 과거 해태를 생각하면 감독이 된 뒤 처음에는 광주구장에 관중의 숨소리,기침소리까지 들리는조용한 분위기가 너무 참담하더라고요.제가 감독이 되면 새 감독에 대한 기대와 관심을 갖게 돼 떠났던 팬들도 다시 해태로 돌아오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해태가 살아야 프로야구가 사는 것 아닙니까.
―지장,덕장,용장 가운데 어떤 소리를 듣고 싶은가.
모두 되고 싶습니다.이 세 가지 요소를 순간순간 적절히 적용하는 감독이었으면 합니다.때로는 선수들을 다그치고,때로는 긁어주고,때로는 머리를 쓰는,그런 감독이지요.특별히 어떤 야구 한 가지를 지향하다는 것은 없습니다.한 가지만을 고집하면 지금 세대에는 맞지 않는다고 봅니다.
―스프링캠프와 지금의 생각이 다른 게 있다면
막상 경기를 치러보니 캠프 때 생각한 것과 너무나 달라 당황했습니다.특히 선수들 부상은 전혀 생각지 못했어요.그래도 그나마 선전하면서 극복할수 있었던 것은 다른 감독과 다르게 승리에 대한 부담이 없어서 소신껏 야구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선수들 보직도 과감히 바꿀 수 있었고요.다른 감독들은 그런 결정에 대한 비난이 두려워서 하지 못하지만 저는 그렇지 않아요.또 젊은 선수들끼리 경쟁을 붙여놓으니 모든 선수가 끝까지 물고늘어져요.저 또한 마찬가지고요.부상을 내색하지 않고 뛰어주는 선수들에게요즘은 질타보다는 격려를 주로 합니다.
―현재의 페이스가 계속 유지되리라고 자신하는지.
사실 앞길은 막막합니다.고난과 역경이 분명히 있겠지요.5연패,6연패도 있을 겁니다.항상 주초에는 연패가 올까봐 불안하게 경기를 맞아요.그러니 항상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고 스트레스가 심합니다.표정관리도 해야하는데 남들이 항상 굳어 있다고 말하데요.스트레스는 등산으로 풀고 있습니다.내 몸을 혹사하고 땀을 흘릴 때가 제일 좋아요.
―8개 구단을 둘러본 결과 해태의 4강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은 것 같은데.
시작할 때 대외적으로 목표를 4강이라고 했지만 이 자리를 빌려 솔직히 말하면 우리 전력이 4강은 아니지 않습니까.감독이 그런 말 하면 안 되니까 그랬을 뿐입니다.단지 최선을 다하면서 팀에 변신을 주려고 하다보면 좋은 성과가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선수보강 등 여러 얘기들을 매스컴에하는 이유는 그런 일을 통해 팬들의 관심을 더욱 해태쪽으로 끌어오려는 생각 때문입니다.
―삼성 김응룡 감독에게서 18년 동안 배운 노하우를 섞으면 좋은 감독이될 텐데.
선수들을 장악하는 능력만큼은 김응룡 감독님께 철저하게 배우려고 합니다.그러나 선수들이 감독에게 접근하기 어려운 점에 대해서는 저는 달라요.선수를 장악하지만 표현은 솔직하고 자유롭게 하도록 하는 분위기를 만듭니다.
―예전의 해태와는 많이 다른데.감독으로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해태가 완전히 부서진 팀은 아닙니다.몇 군데만 기우면 명가재건도 가능하다고 봐요.정신력과 패기는 한계가 있습니다.실력과 전력이 받침이 돼야 하지요.그런 점에서 정상적으로 뒷바라지만 해준다면 제 임기인 2003년까지는좋은 팀을 만들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팀 매각 얘기가 오가고 있는데 솔직히 기대가 큽니다.
―심판에 대한 항의가 좀 거칠다고 하던데.
저는 어필을 많이 하지는 않습니다.그러나 가끔 남들이 보기에 거칠게 느껴지는 모양이더라고요.가끔 그런 소리를 듣습니다.
―감독으로서 프런트와의 관계설정도 중요한데.
야구는 야구전문가가 하는 것 아닙니까.이 부분에 대해서도 김응룡 감독님께 아주 철두철미하게 배웠습니다.소신껏 야구하는 감독이 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