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황금률
저는 ‘시그니스 서울(SIGNIS / Seoul)’에서 회장으로 봉사하고 있습니다.
시그니스란 방송, 영상 제작, 인터넷처럼 커뮤니케이션 업종에 종사하는
전 세계 140개국 가톨릭 인들의 모임입니다.
‘가톨릭커뮤니케이션협회’라고도 부릅니다.
시그니스 서울에는 KBS, MBC, SBS, EBS, PBC, C&M, CJ 헬로 비전과
같은 방송사와 케이블방송사에서 일하는 700여 분들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분들은 커뮤니케이션 업종에서 일하는 일종의 ‘소통의 전문가’입니다.
하지만 그분들이라고 시그니스 안에서 소통을 잘하고 있다고 말씀드리기는
힘듭니다. 소통은 전문가조차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많은 분이 소통을 강조합니다.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문제가 생기면 불통의 문제를 제기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소통은 힘들고 중요한가 봅니다.
소통의 문제는 주로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인도 속담에 “자기 말만 하는 사람은 귀머거리와 같다.”라는 말이나,
독일 속담에 “설교하는 사람은 남의 설교를 듣지 않는다.”라는 말이
소통의 문제점을 잘 말해 줍니다. 말하는 사람들은 자기 입장에서만
말하려 하기 때문에 소통이 더 힘들어 집니다.
저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30년 넘게 만들었습니다.
청취자와의 소통을 위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프로그램을 만들다 보니,
청취자의 욕구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후로는 청취자 입장에서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분들이 원하는 이야기, 필요로 하는 것들을 담아내려고 애를 썼고,
가능한 한 청취자들과 같이 공감하며 방송하려고 힘썼습니다.
그러다 보니 ‘방송은 소통’이라는 믿음이 더더욱 몸으로 느껴졌습니다.
성경에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
(마태 7,12)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가톨릭의 아주 중요한 정신으로 ‘황금률’(Golden Rule)이라고도 부릅니다.
중국의 사자성어에도 ‘역지사지’(易地思之)란 말이 있습니다.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는 뜻입니다. 소통에서 황금률처럼
중요한 것은, 듣는 사람에 대한 말하는 사람의 자세입니다.
라디오의 이름난 진행자들은 거의 모두 청취자와 1대 1로 말하듯이
방송합니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 소통하는 것입니다.
오늘은 전교주일입니다.
이웃을 전교하기 위해서는 소통의 기술을 알아야겠습니다.
그러려면 먼저 그 이웃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둘째는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이보다 더 큰 계명은 없다.” (마르 12,31)
시그니스 서울 회장
김승월 프란치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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