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선 ‘선(善)’이란 무엇인가 하는 문제부터 생각해보자.
‘선’이란 권력의 감정과 권력에 대한 의지 그리고
권력 자체를 인간에게 오도록 증대시키는 모든 것이다.
그럼 ‘악(惡)’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나약함에서 나오는 모든 것이다.
그럼 ‘행복(幸福)’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힘이 더 세진 느낌이고 싸워 이긴 느낌이며
어떠한 정점에 도달한 느낌이다.
나약한 인간이나 못난 인간은 세상에서 도태되어야 한다.
이렇게 말하면 여러분은 놀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간이란 존재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그런 자들이 망하도록 뒤에서 지원해야 한다.
인간이 진정한 훌륭한 존재가 되려면 그렇게 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인류애이다.
따라서 무익한 인간을 동정하면 안 된다.
그런데 그런 일에 앞장서는 대표적인 종교가
바로 크리스트교이다.
2.
“나는 지금까지 고소인들이 입에 담았던 그 어떤 말보다도
더 혹독한 말로 크리스트교를 고발한다.
그 어떤 부패도 크리스트교만큼은 썩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
크리스트 교회는 사람들의 약점을 이용하여 살아왔다.
......
크리스트교라는 기생충은 그 ‘신성’한 이성을 가지고
모든 피와 모든 사랑 그리고 삶에 대한 모든 희망을 빨아먹었다.
그들은 눈앞에 있는 현실을 부정하기 위해
‘저세상’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십자가는
일찍이 존재했던 것 중에서 가장 지하적인 반란의 상징이다.”
니체, <안티 크리스트>
니체의 담대한 결론 또는 확신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제목부터 자극적인 <안티 크리스트>는
니체의 글 중에 가장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기독교인인 내게는 불편하기도 했지만
그보다 그의 확신들- 내게는 성급해 보이는-이
더 안타깝고 궁금해서 한 번에 읽을 수 있었다.
기독교에 대한 분노 가득한 혐오는 분명
당대 성직자의 위선과 변질에서 배태되었다.
그는 교회가 십자가의 예수와
동떨어진 삶을 산다고 강력하게 질타한다.
오늘날에도 반복되는 현실이니 유구무언일 뿐이다.
그러나 궁금하고 기이한 건 서두부터 시작되는
여러 가지 그만의 전제(前提)들이다.
‘선(善)과 악(惡)’에 대한 그의 정의(定意)는
너무 이상하지 않은가?
선과 악을 ‘권력’과 연결하는 것,
권력 그 자체를 선에 연결하고
나약함을 악으로 결론 짓는 방식은 도대체
어디에서 기인하며 누구의 지지를 받는 걸까?
내가 기독교적 교육을 주로 받아들였기에
니체와 같은 이들의 주장이나 철학을 몰랐던 걸까?
세월은 흘렀어도 여전한 교회의 문제들이 부끄럽다.
목사 중 한 명으로서 책임감도 느낀다.
그럼에도 니체의 성급하고 독특한 전제와 결론,
그리고 극단적이고 단호한 비평이 마음에 걸린다.
여전히 그와 같거나 더 심한 부정적 시각으로
교회를 바라볼 이들이 있을 것 같아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