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화된 식생활·'S라인' 부작용 등…항문 아픈 20·30대 급증
'병은 자랑하라'는 얘기가 있다. 아픈사실을 널리 알려야 주변의 도움을 얻을 수 있고, 그래야 나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뜻일 터.
하지만 아직도 항문병은 사람들이 주변에 알리길 꺼리는 병 중의 하나다. 숨겨도 병은 생긴다. 부산에서만 연간 1만건 이상 항문 수술이 이뤄지고 있다지 않은가.
그렇다보니 대장·항문을 전문으로 보는 병·의원들도 많이 생겼다. 사람 신체의 부위 이름을 병·의원 상호로 바로 갖다쓸 수 없도록 한 법규 때문에 이름도 갖가지. '학문외과''창문외과''항운병원''미항외과''학운외과''장문외과''대항병원' 등. 무슨 암호풀이같기도 하다.
한가지 특이한 것은 최근 들어서 20,30대 젊은 환자들이 많다는 점. 그중엔 젊은 여성들도 생각 밖으로 많다. 아름다움을 '지상과제'처럼 여기는 연령대여서인지 이들이 느끼는 당혹스러움은 아무래도 더 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병에 눈이 달렸겠는가. 그들이라고 피해갈 수는 없는 법.
부산의 한 전문병원의 경우 지난 2000년 20대 환자는 전체의 6% 내외에 불과했다. 30대 환자가 16%대.
그러나 올 1~3월엔 20대와 30대가 각각 20%를 넘었다. 겨우 6년 사이에 20대,30대 젊은 환자들이 전체 환자의 절반에 육박할 정도로 늘어난 것이다. 특히 20대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왜 그럴까. 전문가들은 그 가장 큰 원인을 식생활 습관의 서구화로 꼽고 있다.
항운병원 황성환 원장은 "육식류는 소화물이 장에 머무는 시간이 오래 걸려 변비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하고 "게다가 인스턴트음식은 과민성 장 증후군 등 새로운 소화기 장애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스트레스. '이태백'군(群)도 있지만 정작 직업을 가졌다 해도 경쟁에 뒤지지 않으려 얼마나 발버둥치는가.
무리한 다이어트는 또 어떤가. 이효리나 현영 등 유명 여자 연예인들의 'S-라인'에 대한 선망은 특히 무리한 다이어트와 살빼기 신드롬을 가져오고, 이는 결과적으로 변비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여기엔 미스코리아도 예외가 아니다.
항문질환에 대한 인식의 변화 탓도 있다. 행복한외과병원 제창민 원장은 "인터넷 등으로 이미 충분한 정보를 획득한 이들은 이를 그냥 '질환 중의 하나'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한 때는 병원에 들어와도 옷을 벗지 못하고 부끄러워 쩔쩔매던 20,30대 여성들. 이제는 그들이 스스럼없이 엉덩이를 들이대고는 치질을 고쳐 달라고 요구하는 시대가 됐다. 세상의 변화가 항문 쪽에서도 엄청 빨리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다. 윤성철기자
출처 부산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