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천당
유옹 송창재
눈 오는 날에는
고개마루 넘어
종탑 끝이 허옇게 잘 보이는 시골
황산의 작은 교회가 있었다.
지푸라기 너덜너덜한
거친흙 벽돌을 쌓아
누리끼리한 비닐을 바람벽으로 둘러친 구유처럼 가난한 예배당에서는
듬성듬성 가마니를 깔고 고개를 주억거리며
글 모르는 할머니는 찬송가를 잘도 부르셨다.
요단강 건너가 만나리!
할머니의 요단강은 요강이었는지도 모른다.
누가 주님이고
누가 객님인지도 모르며
조는 듯 깨어있는 듯
지긋이 감긴 눈가엔 자주
맺힌 눈물도 보았다.
그 할머니 지금 천당에 계실까.
표정도 없이
좋으나 싫으나 무뚝뚝하시던
가난한 촌 양반 김생원의 마누라가.
주일이면 변소간도
교회 칙간에 가서 눈다.
교회 늦는다고!
천당에 계실까 지금은
눈내리는 크리스마스에는
비탈져 미끄러운 언덕교회로
절뚝이는 나를 잡고
주님께 인도했다.
누런 옥수수가루 배급을
받아야 했으니까.
그 할머니 지금 천당에 계실까.
눈 오는 크리스마스
낡은 시골 교회로 올라가는 길은 멋졌었다.
그 길은 천당의 길이었다.
내 크리스마스 카드에는
늘 그 언덕이 있었다.
복 받아
하늘 끝에 닿은 궁전같은 지금 예배당에도
그때의 할머니는 가 계실까
지금 눈 온다.
오늘도 바람에
둘러친 비닐 들썩이는 가난한 예배당에
고운 할머니가 눈물 흘리고 계신다.
엄마도
할머니가 그리우실거다.
첫댓글 살아계실 때는
예배당에서 주님을 찾고 계셨으니
지금쯤은 틀림없이
천당에 계실 것에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