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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 위치한 파파라치 전문 교육 기관. 30명 정원의 공개특강 강의장은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수강생들로 가득했다. |
[현장]=파파라치 전문 양성기관 교육 현장 다섯평 남짓한 강의실은 진지했고, 간절한 눈빛들로 가득찼다.
정원 30명은 일찌감치 마감됐다. 일부는 교육장 문 밖 간이 의자에 앉아 강의를 들었다. 또 일부는 자리가 없어 발걸음을 돌렸다.
자신을 학원장이라고 소개한 강사는 "믿고 따르면 한달 1000만원 수입은 기본이고, 최대 6000만원도 가능하다"고 자신에 찼다. 그 말은 솔깃했고, 순간 내 월급을 떠올려 보았다.
다단계 판매 업소가 떠오를 법 하지만, 여기는 시민감시단을 자처하는 일명 '파파라치' 전문 교육소의 풍경이다.
학원 소재지역 약사들, "교육소 설립 후 보건소 신고 급증"지난 2일 일간신문엔 '시민감시단 교육특강' 광고가 실렸다. '남녀노소 누구나 월수입 1000만원 이상을 벌수 있다'는 제목의 광고엔 신고포상금 관련 교육 내용을 비롯해 3일, 4일 이틀간 진행되는 공개 특강도 소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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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한 일간지에 게재된 파파라치 교육기관, 공개 특강 광고 내용. |
인근 지역 약사들은 지난해부터 부쩍 늘어난
팜파라치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라고 말한다. 그 이유 중 하나로, 같은 지역에 해당 학원이 있다는 점을 꼽았다.
해당 학원이 인근에서 팜파라치 전문 교육을 진행하고부터 지역 보건소에 팜파라치 신고 건수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고 한다.
한 지역약사회장은 "지역에 팜파라치 양성 학원이 있단 말을 듣고 알아보았다"며 "해당 학원이 교육을 하고부터 보건소에 접수되는 팜파라치 신고 건수가 급증해 약사회도 골치거리"라고 토로했다.
20대부터 60대까지 수강생 다양…"약국·병원, 매력적 아이템"수강생을 자처해 1만원을 내고 3일 특강에 참석했다. 드디어 2시, 평일 오후 시간이었지만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속속 찾아왔다. 대전, 부산에서까지 특강을 듣기 위해 상경했다는 참석자도 있었다.
교육 내용은 ▲신고포상, 파파라치, 시민감시단의 이해 ▲신고포상금 제도의 필요성 ▲1000여종이 넘는 신고포상금제도 ▲돈 많이 버는 신고포상금 실전사례 ▲손쉽게 단속할 수 있는 비법 등으로 구성됐다. 직업인으로서 자긍심 고취부터 실전까지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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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고포상금 제도 공개특강 강의 자료. |
3시간 가량 진행된 강의의 키워드는 '사명감'과 '포상금'이었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불법을 감시한다는 사명감과 함께 이를 통해 거액의 돈도 벌 수 있다는 것이 강사의 설명.
강사는 교육을 마치고 성공적으로 파파라치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을 이날 수강생들의 '선배'라고 칭했다. 그러면서 "여러분들의 선배는 최소 600만원에서 최대 6000만원까지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강의 내용 중에 약국, 병원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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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사가 수강생들에게 신고포상금이 입금된 통장 내역을 보여주고 있다. |
법적으로 금지된 비닐봉투를 무상 제공하는 상인을 신고하는 일명 '봉파라치' 활동을 소개하며, 강사는 "약국은 봉파라치도 좋다. 돈 많은 약국은 양심의 가책 없이 신고를 해야 한다"고 부추겼다.
현금영수증 발급을 거부하는 병원이나 약국 등 업소를 신고하면 지불 금액의 20%를 포상금으로 받을 수 있다는 소개도 이어졌다.
더불어 약국은 약사가 아닌 직원이 의약품을 판매하거나 조제하는 경우, 병원은 탈세 관련한 신고가 가능하다고 했다. 지역 보건소와 경찰서가 신고 장소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특히 일부 성형외과나 치과, 한의원, 요양병원 등에서 탈세를 목적으로 현금 거래를 유도하는 것을 몰래카메라로 촬영해 신고하면 건당 최대 100만원의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고액의 '매력있는 아이템'이라는 소개도 덧붙였다.
"파파라치, 복장·말투에 주의하라"…개별 현장 교육도 시청각 자료와 더불어 단속에 나설 수강생들의 단속 복장, 말투 등에 대한 교육도 이어졌다.
강사는 "무모한 작전은 금물이다. 경계심을 갖게하면 상대는 몸을 사린다"며 "복장은 최대한 정장으로 깔끔하게 입고 날씨 이야기 등을 꺼내며 상대의 경계심을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개 특강 수강료는 1만원이었지만 강사는 강의 말미에 개인 레슨을 유도했다. 개별 강의는 수강생이 원하거나, 강사가 수강생에게 맞는 분야를 선정해 교육하는 게 이 곳의 관례라고 소개했다. 운전면허를 따고, 도로주행 개인레슨을 받았던 장면이 불현듯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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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강생들이 학원 직원에게 단속용 몰래카메라 작동 방법을 배우고 있다. |
개인 강의를 위해서는 최소 70만원에서 100만원 이상하는 몰래카메라를 구입해야 한다. 그러면 강사가 동행하며 현장 실습까지 진행한다. 학원 측의 설명이다.
강의장 앞에 전시돼 있는 몰래카메라는 일반 소형 카메라부터 펜, 넥타이, 안경 등 다양한 형태가 구비돼 있었다.
학원장은 "17년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 학원은 경기 불황과 더불어 더 번창하고 있다"며 "정부도 신고포상금 제도를 1150여가지로 늘리고 공익신고자보호법을 공표하는 등 시민감시단을 적극 지원하고 있는 만큼 사명감을 갖고 더 적극적으로 감시단을 교육하고 배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