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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의 폐허 속에서 경제성장의 발판이 되어 줄 자본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후 1970~80년대 들어서는 저축이 ‘한강의 기적’이라 불린 초고속 성장의 기초가 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혔다. 국민들에게도 절약과 저축의 생활화를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였는데 ‘1호 공익광고’에서도 이런 내용이 잘 드러나 있다.
식량 절약, 혼식 권장
1982년 방영된 공익광고 <1석 4조>에서는 식량 절약을 권장한다. “물방울이 모여서 시냇물을 이루죠. 절약하는 쌀 한 톨이 식량 자급 이룩하죠”라는 전용 로고송을 만들어 국민들이 따라 부르게끔 유도한 게 특징이다. 이처럼 혼식의 이점을 주장하는 공익광고 방영과 아울러 정부 차원에서의 강제적인 방법도 다수 동원되었다. 당시 학교에서는 혼식 여부를 확인하는 도시락 단속도 이뤄졌다. 식당에서는 쌀 음식 판매가 제한되었고, 쌀을 이용한 술 제조 또한 금지되었다.
② 1986년~1990년
안보의식 통한 국민단합
1980년대 전반기 이후 공익광고 주제는 더욱 다양해진다. 경제성장을 비롯해 국민화합과 민족 주체성, 안보의식 등이 그것이다. 그 가운데에도 안보는 빠질 수 없는 단골이었다. 통일과 안보 이데올로기를 주제 삼아 반공의식을 고취하기 위함이었다. 1986년에 방영된 공익광고 <간첩신고>를 보면 기차역에서 노부모와 아들로 보이는 가족이 등장한다. 이들은 이별의 인사를 나누며 서로를 꼭 끌어안는다. 이때 아들이 기차에 올라타자 “북에서 밀파된 대남공작원. 그들은 혈육의 정마저 져버립니다”라는 내레이션이 깔린다. 그리고는 뜬금없이 아시안게임 개최 관련 자료화면이 연이어 나온다. 바로 흘러나오는 내레이션은 “아시안게임의 성공을 위해 우리가 단합하고 힘쓸 때, 그들은 지금도 방해공작을 서슴지 않습니다”이다. ‘안보의식을 통한 국민단합’과 ‘아시안게임 개최 성공’을 연결한 점이 흥미롭다.
과소비추방
1989년부터는 마약과 과소비, 학원폭력 등을 주제로 한 공익광고가 많아진 것이 특징이다. 특히 당시 70여개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과소비추방의 날’이 선포되고 ‘과소비 추방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1989년 12월에 방영된 공익광고 <풍선>에서도 이런 내용을 엿볼 수 있다. 팔찌, 시계, 안경까지 모두 금으로 치장한 남·여가 각각 등장해 있는 힘껏 풍선을 불어댄다. 풍선 속에는 고급 자동차와 보석 등 사치품의 장면이 연이어 그려지고, 이에 따라 풍선의 크기도 점점 커진다. 결국 마지막 장면에서 풍선은 터지게 되고, 이 충격으로 인해 쓰고 있던 안경도 날아가 버린다. 안경알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박살 나는 모습은 공포감마저 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