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개인적으로 느낀 독일 유치원과 한국 유치원이 몇가지 크고 작은 차이점을 적어보고자 해요
물론 저는 백프로 다 이해가고 그런건 아니지만 아 독일은 이렇구나... 이런 문화구나 ...이해하고 넘어가고 있어요
1. 양말과 실내화
프락티쿰을 할때 하루는 Erzieher 들이 옆에서 짜증을 내더라구요
왜 애는 양말을 안신겨와? 뭐 이런식으로요
무슨일인가 하고 봤더니 한 여자애가 맨발로 걸어다니고 있었어요
저는 순간 어떻게 된건지 이해가 갔지요.
애 어머니가 독일에 온지 얼마 안된 아시안이었는데 아마 그 나라도 한국처럼 좌식문화구나 그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아이도 맨발로 hausschuhe 없이 그냥 스스럼없이 걸어다녔던 거예요
그런데 선생들은 룩삭에서 양말을 막 찾더니, 양말이 없으니 다른아이 옷가방까지 뒤져서 양말을 꺼내와서 기어이 신기고 하우스슈허도 신게 하더라고요.
거기만 그런게 아니고 다른 키타들도 마찬가지 - 양말신고 hausschuhe 신고 이게 굉장히 중요하더라고요
이게 왜 그렇게 중요한가... 충격 받았고 그래서 독일인들 중에 양말신고 잠자는 사람도 있고, 또 그래서 양말신고 여름에 샌달을 신나보다?? 그 생각이 들더라고요.
키타에 따라서, 또 선생에 따라서 봄여름가을겨울 모두 양말 실내화신기는 곳이 있고, 7월같은 한여름에는 예외적으로 아이들이 맨발로 돌아다니게 하는 키타도 있어서 케바케 같아요.
2. flasche, matschhose, mütze
아마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물품은 flasche(물병) 같아요.
아이가 직접 손으로 들고 열고 마시게 아이들 취향대로 골라야해서 이렇게 물병 종류가 많은거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크리페 때는 도와주기는 하는데 시간이 얼마간 지나면 아이가 스스로 마셔야 해요.
겨울에 matschhose, mütze도 한국에서는 없었는데 독일만의 독특한(?) 문화인거같아요. 모든 아이들이 똑같이 마춰호제입고 야케 걸치고 뮤체 쓰고 목에 샬 두르고 겨울 옷차림이 똑같아요.
옷차림에 대해서 말하자면 한 아시안 엄마가 아이에게 폴로나 버버리키즈 같은 옷들은 입혀 보낸적이 있어요
브랜드는 상관없지만 키타에서는 오전오후 두번씩 신나게 모래 진흙 풀숲을 헤집고 누워서 뒹굴면서 노는데 그옷들 꽤 불편해보였어요. 보통 놀기좋게 그냥 C&A H&M tchibo 이런 옷을 편하게 입혀 보냅니다.
3. 물과 차
보통 키타에서 아이들 식사엔 tee 랑 wasser, milch(아침)를 제공하는데 차는 그냥 früchtetee 이고요
물은 화장실 수돗물을 가져옵니다... 처음엔 이게 문화충격이었어요. 애기들한테 화장실 물을 먹이다니...
그런데 대부분 크리페/ 키타들이 이렇더라고요. 플라스틱 주전자의 물... 화장실 수돗물입니다
수퍼마켓에서 사온듯한 물병 물... 그것도 역시 화장실 수돗물일 가능성이 99%입니다..
아이들이 물 다 마셨다고 하면 응, 화장실에 가서 물 떠오렴 합니다. 아이들도 수돗물 다들 마시니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요.
Brita 브리타 정수기 있는 키타 한곳 봤어요.
사실 제 의사도 수돗물 그냥 마셔도 된다 나도 그 물 마신다 안전하다 라고 했지만 전 집에서는 브리타로 걸러서 먹습니다.
4. 아이 의사표현 의사존중
한국에서 가장 스트레스받는 시간이 식사시간과 낮잠시간이었어요
이제는 조금 바뀌었다고 하지만(?) 한국은 애들 밥을 억지로라도 다 먹여야했어요. 아이가 하원후에 배가 고프다 그러면 원에서 뭘뭘 먹였는지 얼마나 먹였는지 왜 애가 배고프다하냐고 연락오고 스트레스였어요. 아무리 구슬려도 아이도 울고불고 먹기 싫어하고...
독일 키타에서는 음식을 서빙(?)하면서 한명한명에게 물어봐요
너 감자 먹을래? 너 소스 원하니? 너 피쉬먹을래? 야 오더 나인??
그러면 아이들이 "야" "나인" 대답을 해요. 그러면 그대로 주고 따로 권유나 제안은 안해요..
이야기해본적 있는데 에치아들은 생각할것도 없이 당연한거 아니냐, 내 입으로 내 몸속에 들어가는 것을 내가 결정해야지 절대 누가 강요할수 없다 그러더라고요.
어떤애들은 엄청 잘먹어서 가리는거 없이 다 먹고 또 달라고 하고 안 먹는 애들은 안먹어요. 소스 없이 누델만 먹겠다는 아이도 많아요. 마찬가지로 소스없이 쌀만 먹겠다는 아이도 많고요. 다 자유예요.
가~끔 "나인" 이렇게 말해놓고 20초후에 "나 먹을래요" 이런 아이가 있는데, 저는 처음엔 벌떡 일어나서 두말않고 주려고 했는데 경험많은 에치아가 말렸어요.
"너가 안먹는다고 분명히 말했지?"
그럼 아이는 아무말 안해요.
"너가 확실히 대답을 했기 때문에 지금은 줄수 없어. nächste rund 까지 기다려."
그리고 다들 먹기 시작합니다. 아이는 지금 당장 먹고 싶어도 자기가 한번 의사결정했고 말한거가 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을 배우고 담 차례 서빙을 할때까지 기다려요. (텀이 꽤 길어요 ㅜ)
5. 선크림과 큘팩 coolpack
원칙적으로 키타에서는 선크림을 발라주면 안되고
부모가 아침에 바르고 보내거나, 아니면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선크림을 자기손으로 발라야 한다고 해요. 그런데 사실 전 에치아가 2살 3살 애들에게는 선크림 바르는것도 보긴 봤습니다...
또 투약이나 연고 바르는 것도, 소독도 금지입니다. 처음엔 큰 충격이었어요 소독 그런것까지.... 안되는구나
다만 기저귀발진 연고는 부모님이 보내준 연고는 바를수 있고요 (연고에 이름을 써놓습니다)
그러니 아이들이 다쳤을때 만병통치약은 바로 안전한 큘팩입니다.
키타 냉장고에는 항상 여러개의 coolpack이 있고 아이들이 요청하면 바로 큘팩을 줘요. 제 생각엔 아마도 심리적인 안정 때문이기도 한것 같아요. 나 다쳤다 -> 뭔가 조치를 취해줬다 -> 치료를 받고 있다 이런 느낌으로요...
6. 아이들 다치는것
독일 키타는 생각 이상으로 아이들 다치는 것에 쿨한 것 같아요!
아이들은 다치면서 커나가는 거라고 생각한다네요.
물론 아주 심각한 일이 생기면 선생들도 순간 괴력을 발휘합니다. 한번은 나무에 오르던 남자아이가 나무가 우지끈 부러지면서 추락했는데 바닥에 위험한 나무밑둥들이 많았어요. 비명이 들리자마자 선생들이 동시에 튀어가는데 무슨 우사인 볼트인가 싶더라고요.
애 티셔츠가 갈기갈기 찢어지고 바지까지 쫙 찢어졌는데 다행히 개복수술을 해야할 정도로 다치진 않았더라고요... 이렇게 크게 다친경우는 바로 학부모에게 연락이 가요. 또 넘어져서 앞니가 부러진 경우, 또 한번은 가튼에서 큰 아이들이 싸우다가 냄비를 던져서 다른아이 이마가 찢어졌어요. 이때는 부모와 112에 동시에 연락했어요.
(보통 바깥놀이를 할때 실제크기의 냄비, 프라이팬, kuchenform 같은 것이 많아요. 여기에 소꿉놀이를 합니다)
하지만 위 경우들은 아주 심각한 경우들이었고 보통 어디 긁히거나, 머리 찧거나, 멍들거나, 무릎 까져서 피가 나거나 그런 정도는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요.
물론 물어봅니다.
"너 weiterspielen 하고싶니? 아니면 pause 하고싶니?"
그러면 10중에 9은 바이터슈필렌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만약 다른 아이가 때리거나 물거나 꼬집으면, 다친 아이가 말을 합니다 "야콥이 물었어요"
사실이라면 야콥이 압홀렌될때 부모에게 말을 합니다. 물었던 횟수, 장소, 그 후에 어떤 태도였는지까지.
교정될수 있도록 다들 노력하고요.
다친아이는, 흉터가 없고 아이가 괜찮아보이면 굳이 부모가 왔을때 말은 안합니다.
한번은 어떤아이 뺨에 붉은자국이 쫙 그어있는걸 발견하고 아이를 불렀어요. "뺨에 그건 왜 다친거야?"
쳐다만 보고 아무말도 하지 않아요. 아이도 놀다가 다쳐서 언제 다쳤는지 모르거나 그냥 잊어버린 거예요.
누가 때리거나 할퀴었으면 말을 합니다.
"아직 아파?" "나인" "그래 그럼 가서 놀아"
그런식으로 가벼운 사고들은 지나갑니다.
부모에게는 있었던 일만 사실 그대로 이야기하는 정도이지 키타에서 수그린다거나 잘못했다고 빌거나 그런건 전혀 없는 것 같아요..
7. 도시락 brotdose
브롯도제(brotdose), 혹은 브롯박스라고 하는데 보통 도시락을 열어 아침식사를 하고, 점심은 키타에서 제공하는 경우가 많아요.
물론 키타마다 제각각 다릅니다. 키바키!
그리고 오후에 14~14:30분쯤 간식 먹는 시간에 또 그 도시락을 꺼냅니다. (도시락을 두개 싸오는 경우도 있음)
그 시간을 imbiss, 혹은 kindercafe 라고도 부릅니다 이 역시 키타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간식은 보통 기본이 빵(슈퍼마켓에서 보는 Harry 같은 빵들)에 버터 + 치즈 +슁켄부어스트나 킨더 슁켄 같은거 올리거나 빵 + frischkäse + salami, 빵 사이에 뭘 바르고 끼우냐에 따라 무한 조합이 가능해요.
그리고 야채 과일 스낵 견과류 babybel käse, cheestrings 라고 하는 손으로 찢어먹는 치즈도 자주 보이고요.
reiswaffeln를 샌드위치처럼 포개서 중간에 땅콩버터 바른것도 맛있어 보이더군요.
주를 이루는 야채는 오이/파프리카/ 당근/
과일은 베리류 사과 복숭아 바나나 수박 멜론 등등.
단, 마말레이드나 도넛 초코칩쿠키 이런 종류는 권해드리지 않아요. 가끔 honigwaffel은 보이지만 같은 단것이래도 너무 대놓고 단맛은 다른아이들 보기에도 너무 자극적이고 그런 것 같아요...
가끔 크리페나 키타에서 찬장에 애들 줄 간식을 쌓아놓고 가끔 주는데 보통 쯔비박 zwieback(다들 좋아함) DM에서 파는 마른과자류, 힘베어 바플, 참깨스틱..
여름에는 아이스크림도 자주 먹습니다.
학부모들이 선물로 사와서 식후에 다같이 먹기도 하고, 생일선물 이런걸로도 들어오고 키타에서 여름이니까 아이스크림이 나흐티쉬로 나오는 날도 많아요! 2살 3살 아이들도 함께 먹어요. 처음엔 이것도 은근 문화충격이었어요.
8. 미슝 mischung
독일키타는 독특한게 아이들 나이대가 섞인 미슝이 많아요. 만2살~만6세까지 다양하게.
그래서 느린 아이는 자기보단 어린 동생들하고 놀면서 편안함을 느끼는것 같아요. 5살인데 3살과 어울린다거나
나이에 대해 큰 인식이 없어요. 한국에서 야너 몇살이야? 내가 언니야~ 이런 식의 말들을 많이 들었는데...
큰 아이들(4,5,6세)이 어린아이들(2,3세)을 많이 배려해주고 참아주고 인내해주고 도와주고... 그런 예쁘고 착한 모습들이 많이 보여 마음이 뭉클할때가 많아요.
9. 휴가와 병가
첨엔 Erzieher 들 왜 저렇게 툭하면 아프다고 병가를 쓸까 했더니
저도 일해보니 가끔씩은 병가를 쓰게되더군요.
그래도 아프면 눈치안보고 병가를 쓸수 있다는 것이 제가 느끼기엔 한국 유치원과의 가장 큰 차이점 같아요.
한국에선 동료였던 선생님이 자궁암의 한 종류로 진단받았는데 병가는 아예 포기하시고, 고용노동부에서 질병으로 인한 퇴사는 10명중 2명 받을까말까 한다며.. 증빙되어야하는 서류가 너무 많고 번잡스러워서 포기하셨었던 기억이 나요.
원아비율이 기본적으로 2세~6세 미슝14명 그룹에 선생님 두명.
크리페는 기본적으로 1인 3~5명 담당인데 휴가를 가거나 병가로 빠지면 좀 빡세긴 해도 또 아이들도 여러 이유로 백프로 등원하지는 않기 때문에 그럭저럭 괜찮아요.
한국에선 만1세반 혼자 5명을 보고 만 2세는 7명, 만3세는 15명, 만4세는 20명을...6살은 26명까지도 혼자..
지금도 한국 친구랑 카톡해보면 2세반 15명을 둘이서 본다고 합니다 ㅠ
인원이 많으니 아무래도 애들도 좌식생활을 했어야 했구나 이해가 되고,
내가 빠지면 답이 없다는걸 알기 때문에 아파도 억지로 이악물고 출근 했던거 같아요. 한번은 요추 염좌로 허리가 아팠는데도 가서 일하고 퇴근후에 응급실에 갔구요. 지나고 보니 보육교사들이 맘놓고 병가내기가 어려운 시스템이었구나 생각이 들어요. 물론! 그 직업만 그런건 아니지요..
10. 몸터치
이건 좀 미묘한 주제인데, 베트남이나 물론 한국도 포함해서 동양권이 몸터치에 둔감한것 같아요
바꿔말하면 독일아이들이 몸터치에 예민한 것 같아요! 잘 만지지 않아요. 남의 몸이나 물건을요.
동양아이들은 약간 벽을허물었다 친해졌다 느끼면 어린나이가 아닌데도 무릎으로 올라타거나 기대거나 몸을 치대는 거요. 물론 친근함의 표시이긴한데 이걸 은근히 싫어하는 에치아들도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아이가 호기심에 에치아물병을 손으로 턱 만지고 그러면 순간 찌푸리시더라구요. 남의 물건이나 몸을 터치하는 것에 나 역시도 크게 생각하면서 살지 않았는데... darf ich das anfassen? 아이들끼리 뭔가 보여줄때 이런 질문을 자주하기걸 듣기도 하고요. 이것도 독일의 한 문화인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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