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술붕어입니다.
전남 구례에 가면
운조루(雲鳥樓)라는 집이 있습니다.
조선 영조 52년에 류이주(柳爾胄)라는 사람이 지은 집인데
이 집의 특징은
굴뚝이 없고 오래된 쌀뒤주 하나가 있다 합니다.
굴뚝이 없는 이유는
배고픈 사람들이 굴뚝의 연기를 보고 더 배고파할까 봐
연기가 밑으로 깔리도록 설계를 하였고
쌀뒤주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뒤주였는데
새겨져 있는 “타인능해(他人能解)”라는 말은
“ 누구라도 뒤주의 쌀을 가져갈 수 있다.”
라는 뜻이랍니다.
이 집은 여순반란사건과 6·25 사변 등 격변의 시대에
빨지산들의 활동무대였던 지리산 인근에 자리잡고 있었지만
무사 할 수 있었던 것은
쌀뒤주에서 나온 인심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농장에 갔는데
친구들 농막 비닐이 모두 찢겨져 있었는데
내 농막만이 무사했습니다.
동네 알콜 중독자의 소행인데
평소 내가 술을 조금씩 나누어 주었던 덕 같기도 합니다.
그분 술이 떨어지면 거의 발광 수준으로
트렉타를 몰고라도 이포에 나가 술을 사 오는데
돈이 없기 때문에 돈을 빌리러 다닙니다
그런데 동네에서 돈을 빌려주는 사람이 없고
빌려주었다가는 사나운 그 분 부인에게
술 사 주었다고 봉변을 당하기 일쑤라고 합니다.
농한기로 냉장고에 술이 없었는데
실망했을 알콜 중독자를 생각하면 안타깝습니다.
더불어 구치소에 수감된 어느 분 애주가로
그곳에서는 술믈 못 마실 텐데
김치 안주에 막걸리라도 마실 수 있는 내가
더 행복하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