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를 둘러보면 한숨만 터진다.
가뜩이나 웃음기가 가신 두산 김경문 감독(47)의 입가에 주름살 하나가 늘었다.
병역비리 파문으로 투수진이 붕괴됐고 이번에는 에이스인 박명환까지 불구속 기소됐다. 오는 5월 재신검을 받아야 하지만 전력의 일부로 생각했던 박명환이다.
물론 구단에서는 아직도 낙관하고 있다. 이전까지 병역법위반 방조혐의로 기소됐던 선수 대부분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기 때문. 그러나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지 않을수 없다.
이 와중에도 희망은 남아있다. 2명의 듬직한 외국인 투수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두산은 올시즌 외국인 선수 2명을 모두 오른손 투수로 뽑았다. 플로리다에서 메이저리그 경험을 쌓은 척 스미스(35)와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출신인 맷 랜들(28)이 주인공이다.
스미스는 지난 2000년, 2001년 두시즌 동안 선발투수로 34경기에 출전해 11승을 거뒀다. 210⅓이닝 동안 탈삼진 189개를 기록할 정도로 위력적인 구질을 갖고 있다.
랜들의 장점은 동양야구를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랜들은 지난 99년 다이에(현 소프트뱅크)를 거쳐 지난해까지 요미우리에서 활약했다.
이렇다할 성적은 없었지만 투구 스타일이나 구질이 예사롭지 않다. 일본 야구에 익숙한 랜들은 정교한 컨트롤에 다양한 변화구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직 실전피칭을 보지 못했지만 두산 코칭스태프는 벌써부터 만족스러운 모습이다.
두사람 모두 모나지 않은 성격으로 동료들과 무리없이 어울리고 있다. 스미스는 쾌활한 성격을 앞세워 벌써부터 친밀한 존재가 됐고 학구파인 랜들은 어느새 익힌 한국말을 써보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김감독에게 스미스와 랜들은 '희망'의 다른 이름이다. < 민창기 기자 huel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