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하준의 직설] 언론들의 눈물겨운 성과 쥐어짜기
134조를 퍼붓고 8조 원 끌어온 것이 투자 유치 성과인가?
조하준 기자 승인 2023.04.27 01:57
주류 언론들의 눈물겨운 ‘윤석열 대통령 방미 성과 쥐어짜기’가 연일 기승이다. 어제는 넷플릭스 투자 유치를 가지고 쥐어짜더니 오늘은 방미 이틀 만에 8조 원대 투자 유치를 이끌었다고 그걸로 성과를 쥐어짜고 있다.
주류 언론들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이 국빈 방미 이틀 만에 미국 기업으로부터 총 59억 달러(약 8조원)의 한국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고 한다. 전날 넷플릭스의 25억 달러 투자를 이끌어낸 데 이어 25일(현지시간) 오전 경제 일정에서 미국 첨단 기업 6개사의 19억 달러 투자, 소재기업 코닝의 15억 달러 투자 등 성과를 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앞으로도 미국 첨단 기업들의 한국 내 투자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단다.
이게 사실이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넷플릭스 투자 유치 건은 이미 필자와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가 그 실체를 밝힌 바 있다. 그리고 나머지 투자 유치 건도 마찬가지다. 백악관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이 윤석열 대통령이 워싱턴DC에 도착한 24일(현지시간) 별도의 브리핑을 열고 이번 국빈방문에 대해 설명하면서 말한 것이 있다.
제이크 설리번은 “우리의 경제와 인적 유대가 이번 국빈방문의 중심이 될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만 해서 지난 2년여 동안 한국은 미국에 1,0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그것은 미국 전역에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는 텍사스의 삼성 반도체 공장, 현대의 전기차 공장, SK 배터리 공장의 상당한 신규 투자 등이 포함된다.”고 했다.
1,000억 달러는 필자가 지금 기사를 쓰고 있는 2023년 4월 26일 원/달러 환율 기준으로 133조 6,500억 원이라는 엄청난 거금이다. 2년여 동안 한국이 미국에 쏟아부은 돈이 133조 원이 넘는다는 것이다. 그 덕에 미국 경제가 살아났다고 칭송해마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이 이끌어온 투자 유치 액수는 다 합쳐봐야 8조 원도 채 되지 않는다. 정확하게 계산하면 7조 8,853억 5,000만 원이다.
134조 VS 8조. 누가 봐도 우리의 손실이 너무나 크지 않은가? 자그마치 17배나 차이나는 액수다. 134조 가까이 퍼부어서 끌어온 이익이 고작 8조밖에 되지 않는다면 이게 얼마나 밑지는 장사인지 말 안 해도 다 알 것이다. 무려 17배 가까이 밑지는 장사를 한 것인데 이걸 ‘성과’라고 보도하는 게 참으로 신기할 따름이다.
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의 대중 경제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중국 내 판매 금지를 검토 중이라 한다. 이렇게 되면 마이크론과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3등분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내 매출이 올라갈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백악관은 우리 기업이 이 같은 '반사이익'을 얻지 못하게 국빈방문에 앞서 우리 정부에 노골적으로 요구했다는 게 파이낸셜타임스의 보도 내용이다. 이번 국빈방문 때 우리 주요기업 122개 회사 경영진이 총출동했다. 이들이 간들 뭘 얻어올 것이 있겠는가?
앞서 말했듯이 상대의 호의에는 반드시 상응하는 대가가 따르는 것이 외교의 기본이다. 미국이 윤석열 대통령을 국빈 초청하며 환대한 것에는 당연히 그에 따른 비용 청구서가 뒤따르는 법이다. 바로 저것이 비용 청구서인 것이다. 한국으로부터 단물은 다 빨아먹고 뒤에서는 한국 기업들의 손발을 묶기 위해 윤석열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122개 회사 경영진이 총출동한들 뭐가 달라질까? 세상에 공짜는 없다.
또 정부 및 기업도 이번 미국 국빈방문 중에 가시적인 협력 성과 창출을 위한 행보에 돌입했다고 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오후 총 23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 산업 관련 12건, 청정수소·SMR 등 에너지 협력 11건 등이다. 대통령실은 23건의 MOU를 시작으로 순방기간에 총 수십건의 기업, 기관 간 협력 MOU가 체결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전에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 순방 당시에도 지적했던 것이지만 MOU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문서다. 쉽게 얘기하면 “생각해 볼게.”를 문서로 표현한 것이 MOU다. 확실하게 한다, 안 한다는 뜻이 담긴 게 아니라 생각해 본다는 뜻이란 말이다.
지난 1월에 윤석열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를 순방하면서 무려 300억 달러의 투자를 끌어왔다고 언론들이 그야말로 야단법석을 떨었다. 그럼 지금쯤이면 이제 구체적인 사업 진척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 아랍에미리트가 약속했다는 300억 달러 투자는 지금 어떻게 되었는가? 아직도 감감 무소식이다.
충분히 예상된 일이었다. MOU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문서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300억 달러 한국에 투자하려고 했는데 자금 사정이 안 좋아져서 못하게 됐다.”고 해도 따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정말로 아랍에미리트가 300억 달러 투자를 할지 안 할지는 앞으로도 알 수가 없다. 이젠 모두 MOU가 정확하게 무엇인지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
언론들의 눈물겨운 윤석열 정부 성과 쥐어짜기를 언제까지 두고 봐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기성 언론들로 인해 윤석열 대통령은 그야말로 벌거벗은 임금님이 다 되었다.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에서 재단사들은 자기 잇속을 챙기기 위해 왕을 속였다. 그러나 왕은 본인의 체면 때문에 그대로 사기꾼들의 농간에 놀아났다. 신하들도 감히 왕이 무서워서 진실을 제대로 알려주지 못했다. 다른 백성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사기꾼들의 사기극에 명시적으로든 암묵적으로든 동조하고 있을 때 오직 한 아이만이 “임금님이 발가벗었다!”고 진실을 말했다. 그제야 왕은 자신이 ‘착한 사람들 눈에만 보이는 옷’을 입은 게 아니라 진짜로 발가벗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신하와 백성들도 그제야 발가벗고 거리를 돌아다닌 왕을 조롱했다.
명색이 언론이라면 “지금 폐하께선 착한 사람들 눈에만 보이는 옷을 입고 계신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지금 폐하께선 아무 것도 안 입은 나체이시다.”는 진실을 말해야 하는 것 아닌가? 어째서 다들 진실을 외면하고 없는 성과 쥐어짜내고 분칠하기에만 급급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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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기레기는 영원한 기레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