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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형이 삼진을 당한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는 장면. 그의 표정이 궁금하다 |
Q. KIA가 연패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빈타가 원인인데요. 특히나 팀 장타율 3할2푼9리는 8개 구단 가운데 꼴찌입니다. 해태(KIA 전신)때부터 이어오던 거포 계보가 끊긴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팀 내 장타자가 눈에 띄지 않습니다. 그 맥을 김주형이 이었으면 하는데요. 김주형의 성장에 따라 KIA의 미래도 바뀔 것으로 보입니다. 과연 김주형은 언제쯤 주전 거포로 성장할 수 있을까요. - 김강호 -
A. 지난해부터 김주형(24)과 관련된 문의를 많이 받고 있습니다. 잊을 만하면 날아오는 세금용지처럼 1달에 한 번씩 김주형의 가능성과 미래를 묻는 이메일을 받고 있습니다.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제 이메일에 '김주형 편지함'이 따로 있을 정도입니다.
2004년 광주 동성고를 졸업하고 KIA(계약금 3억 원)에 입단할 때만 해도 김주형은 팀의 미래를 책임질 차세대 거포로 평가받았습니다. 천부적으로 타고난 185cm, 93kg의 듬직한 체구와 강한 손목 힘은 거포로 성장하기에 제격이었습니다.
전해 미국 플로리다 교육리그에서 타율 4할2푼(50타수 21안타), 9타점을 올리며 예상은 현실이 되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2004년 허리 근육통에 시달리며 출발이 어긋나고 맙니다. 그해 47경기에 출전해 타율 1할6푼2리, 2홈런, 8타점을 기록하는데 그치지요.
다음해도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2006년 김주형은 어느덧 그라운드보다는 팬북에서나 얼굴을 볼 수 있는 잊혀진 선수가 됐습니다. 차세대 대형거포는 고사하고 수비가 엉망인 반쪽선수로 평가됐지요.
지난해 6월 생각지도 못한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유격수 홍세완이 부상으로 빠지며 3루수 이현곤이 유격수로 이동을 한 것입니다. 당시 서정환 전 감독(MBC-ESPN 해설위원)은 "김주형에게 주전 3루수를 맡길 것"이라며 "성장속도를 감안할 때 올시즌 (김주형이)일을 내도 낼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실제로 김주형은 6월 14일 대구 삼성전에서 일을 냈습니다. 6타수 2안타를 기록하며 5타점을 기록한 것입니다. 무엇보다 2안타가 모두 홈런이었습니다. 거포 갈증으로 목이 타들어가던 KIA 팬들에게 김주형은 희망의 탄산음료였습니다. 6월 1달 동안 타율 2할8푼6리, 6홈런, 12타점을 기록해 당당히 주전을 꿰차는가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뿐이었습니다.
7월에 들어서자 배트는 공을 맞추기보다 허공을 가르는데 익숙해졌고 글러브는 도넛처럼 구멍이라도 났는지 공을 빠뜨리기에 바빴습니다. 삼진과 실책을 연발한 김주형은 8월 이후 자취를 감췄습니다.
9월 들어 간간히 1군행이 흘러나오긴 했습니다. 하지만 KIA 코칭스태프는 "아직 멀었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습니다. 다시 팬북으로 사라진 김주형은 올시즌을 앞두고 피나는 훈련을 했습니다.
특히나 나무늘보가 스윙하듯 느려 터진 배트스피드(제 표현이 아닙니다)를 최대한 높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했습니다.
KIA 박흥식 타격코치는 "동계훈련에서 스트라이드 시 앞발을 들지 않는 노스텝 동작으로 배트스피드를 높이는데 주력했다"며 "타격의 정확성은 확실히 좋아졌다"고 평가했습니다. 김주형 스스로의 평가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2007시즌까지 김주형 스트라이드 시 발을 들었다. 올시즌은 그렇지 않도록 자세를 교정 중이다 |
과연 올시즌 김주형은 달라진 타격폼으로 주전을 차지할 수 있을까요. 확률은 반반입니다. 우선 긍정적인 예상입니다. 김주형은 달라진 타격폼 이외에도 좋은 변화가 있었다고 말합니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좌익수 훈련을 받았다."
그렇습니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김주형은 외야수로 변신했습니다. 내야수 때는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올시즌 두산 이대수를 능가하는 '수비계의 재앙(이 역시 제 표현이 아닙니다)'이었습니다. 포구와 송구 모두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KIA 조범현 감독은 포지션 변경에 대해 "(김)주형이의 내야 수비부담을 덜어줘 타격을 강화시키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지난 일이지만 어째서 김주형은 내야 수비가 그토록 약했던 것일까요. "주변에서 자꾸 '수비 못 한다' '그것도 수비냐'고 지적하니까 나도 모르게 몸이 움츠려 들었다. 평범한 땅볼도 긴장이 되니까 어이없는 실책으로 이어졌다." 김주형의 고백입니다.
어린 선수에게 격려는 질책보다 효과적인 지도법입니다. 항상 KIA에게 아쉬운 점이 바로 그 점이지요. 그러나 어디 KIA에게 아쉬운 게 지도법뿐이겠습니까.
각설하고. 진화한 타격폼과 수비 포지션 변화가 긍정적인 면이라면 부정적인 면은 이런 많은 변화에도에도 불구하고 김주형은 여전히 제자리라는 것입니다.
올시즌 김주형의 좋지 않은 성적을 열거한다면 아브라함의 가계도 만큼이나 장황해지기에 볼넷과 삼진만 예로 들겠습니다.
지난해 김주형은 21타수당 볼넷 1개를 얻고 삼진은 3.6타수당 1개꼴을 당해 리그 최악의 선구안을 자랑했습니다. 올시즌도 다르지 않습니다. 10경기에 출전해 15타수를 기록한 가운데 삼진은 무려 6개, 볼넷은 1개를 얻는데 그치고 있습니다. 파워도 다소 준 느낌입니다.
그러나 김주형은 아직 낙관적입니다. "여전히 삼진이 많지만 지난해처럼 어이없는 공에 배트가 나가는 경우는 드물다. 장타도 마찬가지다. 노스텝의 간결한 스윙 동작과 손목 힘을 극대화 시킨다면 시간이 갈수록 파워가 더 좋아질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김주형의 최대 단점으로 많은 이들이 '근성 부족'을 꼽습니다. 지난해 KIA 모 코치는 김주형을 가리켜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는 선수"라고 칭했습니다. 가능성에 집중한다면 여전히 대형 타자 후보감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타석에서 '죽을 힘을 다하자' 는 태도를 찾아볼 수가 없다. 삼진을 당해도 미소를 진다"며 근성과 집중력 부족을 강하게 질타했습니다.
올시즌도 예외는 아닙니다. "신인 나지환보다 근성이 떨어진다"는 소리가 들리고 있습니다. 근성을 높이지 않으면 김주형의 성공 가능성은 희박해 보입니다.
자, 김주형 본인의 말을 들어볼까요. "근성부족? 억울하다." 김주형은 정말 억울하다는 듯 목소리에 힘을 줬습니다. "매일 이를 악물고 그라운드에서 죽기 살기로 뛰고 있다."
하지만 삼진을 당했을 때 웃는 건 오해를 사기에 딱 좋지 않을까요.
"표정이 원래 그렇다. 언짢은 일이 있어도 밖으로 잘 표출하지 않는 성격이다. 코칭스태프나 팬들이 '넌 뭐가 좋아서 항상 실실 웃고 다니느냐'고 하시는데…."
숨을 고른 뒤 김주형이 한 말은 이렇습니다.
"내가…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
김주형은 좋은 일은 아주 조금만 내비치고 나쁜 일은 마음속에 꼭 담아두는 24살 청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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