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슬프지 않아》
희안아, 안녕. 잘 잤어? 오늘 날이 무척이나 맑아.
음…이렇게 날이 맑은 데 집에 있는 다는 건,
환상적인 날씨에게 너무나 미안한 짓 일거야.
그래서 나가려고 해.
네가 직접 골라준 노란색 원피스를 입고,
네가 사준 흰 색 구두를 신을 거야.
헤헤, 예쁘다고? 희안이도 참.
너무 부끄럽게.
봐봐, 내 볼이 벌써 빨개지고 있잖아.
히힛. 희안이 너도 멋져.
넌 항상 멋지니까. 헤헤, 당연한 거지?
와~ 희안아, 바람이 너무 따스해!
날 꼭 끌어안아주던 네 손길 같은 걸?
물론 그에 비하지는 못 하겠지만.
그래도 바람이 너무 너무 좋다~
참! 저거 봐봐! 너랑 나랑 같이 심은 개나리가 피었어!
너를 닮은 화사한 노란빛을 뽐내며 말이야.
저 개나리로 부케를 만들어 우리들 결혼식에 쓰기로 했었지?
우리 꼭 그러자. 넌 검은 색 턱시도를 입고, 난 하얀 드레스에 노란 개나리 부케를 들고.
엇? 마당에서 시간을 너무 많이 보냈다. 얼른 얼른 마을로 나가자!
언제 봐도 마을은 너무 좋은 것 같아. 사람들이 많으니까.
길치인 내가 길 잃어버리지 않게 네가 내 손을 항상 꼭 잡아줬잖아.
어? 저거 봐! 오늘 빵집에서 호두파이를 구웠대!
네가 제일 좋아하는 호두파이 말이야! 얼른 사먹자!
헤헷~ 내 양 손에 들린 호두파이 보여?
하나는 내가 먹고, 또 하나는 네가 먹는 거야.
음~ 이 부드러운 맛! 역시 호두파이가 최고라니까?
자! 다 먹었으면 이제 또 가자.
어? 노래가 들린다! 이 노래도 네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야.
봄의 왈츠.
나랑 닮은 노래라고 해서 항상 들었던 노래잖아.
기억나지? 항상 네가 흥얼거렸으니까.
어머? 벌서 끝났다. 에~ 아쉬워라.
노래도 다 들었겠다, 이젠 카페에 들릴까?
거기서 바나나 쉐이크를 먹는 거야.
바나나 쉐이크는 감히 환상이라 할 만해.
내가 좋아하는 노란색인데다 그렇게 달콤하기까지 하다니! 얼른 가자, 얼른!
와- 이 카페는 그대로야.
너랑 내가 손잡고 룰루랄라 놀러왔던 그 때랑 정말 그대로야.
너랑 내가 항상 앉던 길거리가 다 보이는 그 자리가 비었어.
그래서 천천히 다가가 앉았어. 여긴 너와 나 만의 자리니까.
너랑 나랑 해 논 낙서가 아직까지 남아있어.
그리고 내가 갖고 싶다 길래 훔쳐가려던 그 곰돌이 인형도.
너랑 나랑 함께 보낸 그 추억이 이 곳에, 그리고 내 가슴에 남았어.
야~ 너무 달콤한 향기야! 얼른 먹자! 바나나 쉐이크가 정말 좋아.
헤헤~ 걱정 마, 아무리 먹어도 난 살 안 찌는 체질이니까.
음…예전에 우리 약혼식 때 여기서 파티 했었는데….
그때 네가 내게 끼워 준 반지가 아직도 내 왼손 네 번째 손가락에 끼워져 있어.
그때가 생각나. 그날…그, 그날…네, 네가…나한테…뽀뽀…해 준 날….
그, 그래! 키, 키, 키, 키스였어!
하우~ 진짜! 신희안, 너무한다니까.
나 얼굴 빨개졌잖아! 안 보고도 느낄 수 있어, 내 얼굴 빨개진 거.
흠, 흠. 바나나 쉐이크도 다 먹었겠다, 이제 그만 나가자.
하늘에 해가 떴어. 마치 동화 속 한 장면처럼.
바람에 나부끼는 나무들, 길가에 이름 모를 꽃들. 손을 꼭 잡고 걷던 길거리.
너무나…너무나 변함없는 그대로야. 정말이지 눈물이 다 날 만큼.
음…눈물은 왜 나는지 모르겠다.
이젠 그만 집으로 돌아가야겠어. 아직 해님이 웃고 있지만, 왠지 모르게 너무 피곤한 걸?
자, 자~ 우리들의 보금자리로 그만 갑시다~
저기 언덕 위에 우리 집이 보여.
빨간색 지붕에 하얀 벽면, 개나리로 가득 찬 마당.
살짝 고개를 내밀고 있는 잔디, 개나리 옆에 심겨진 사과나무 한 그루.
저 나무에서 사과를 따서 사과파이를 만들어 먹기로 했어.
기억나지? 내가 사과파이 만드는 법을 얼마나 열심히 배웠는데.
근데 지금은 봄이니까 사과가 익을 때 까지 더 기다려야겠지?
에휴~ 슬퍼라. 사과가 매일매일 익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제 사과 생각은 그만 하고 집으로 들어가자.
집을 열면 난 마음이 편해져.
너랑 같이 앉아 있던 소파가 보이고, 항상 같이 밥을 먹던 식탁이 보여.
또 내게 선물해 준 장미꽃다발이, 내가 네게 선물한 십자수도 보이고.
네가 이 집이란 느낌에 난 항상 집이 좋아.
헤헤, 이제 그만 씻어야겠다.
어? 너 나 샤워하는 거 보면 안돼! 알겠지?
음, 신희안 없고! 그럼 샤워를 하겠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바나나향 샴푸랑 로즈마리 향 바디클린져로 깨끗이 씻고,
초록색인 네 칫솔 옆에 있는 내 노란 칫솔로 이를 닦아.
치카치카. 양치하는 모습은 정말 웃긴 것 같아.
입에서 거품을 보글보글 내뿜고 있다는 느낌이 들거든.
난 거품괴물이 아닌데 말야.
이도 다 닦고, 세수도 했으니까 이젠 사과 향 샤워코롱을 뿌릴 거야.
네가 좋다고 한 그 향 말이야.
헤헷, 원랜 샤워코롱 향긴데 내 향기라고 거짓말 쳤었는데.
헤헤~ 용서 해 줄 거지?
이젠 배고프다. 흥! 호두파이랑 바나나 쉐이크 먹었지만, 벌써 소화가 다 됐다구~
벌써 저녁 먹냐고 놀리지 마~ 신희안, 자긴 매일 두 그릇이나 먹은 주제에! 흥, 흥!
히히~ 나 화나게 하지 마~ 안 그럼 너 밥 안 줄 테니까~
오늘은 네가 좋아하는 김치찌개!! 두부도 넣고, 햄도 넣고. 돼지고기도 썰어서 넣고~
또 김치! 김치를 넣고, 당면도 조금 넣을까? 그래, 맛있겠지? 조금만 기다려.
자~ 드디어 완성! 얼른 먹자~ 반찬은 지난번에 만들어 논 거 먹고.
히히~ 난 식사 시간이 제일 좋아.
왜냐구? 내가 만든 밥을 네가 너무 맛있게 먹어주니까.
알았어, 알았어. 네 잘생긴 얼굴 그만 들여다볼게.
나도 얼른 먹어야지~ 역시! 내가 만들었지만 너무 맛있다니까!
배부르게 밥 먹고, 히잉~ 설거지는 싫다~ 헤헷, 그냥 내일 할래.
뭐? 게으름뱅이라고 놀리지 마! 그냥 양치질 하고 얼른 자야겠다.
오늘은 놀러 갔다 와서 그런지 너무 피곤하거든.
자! 이제 양치도 했다, 얼른 자야지~ 너랑 나랑 꼭 붙어 자던 그 침대야.
연두색 바탕에 핀 노란 꽃이 너무 예쁘지? 히히~ 맨날 손 붙잡고 잤잖아~ 얼른 자자, 얼른~
어? 잠깐만, 희안아! 창밖에 별이 보여? 너무 예쁘지? 희안이 네 눈 같아.
반짝반짝. 얼마나 예쁜데. 히히~
별이 너무 예쁘다! 이대로 잘 수 없겠어. 별을 더 보고 잘래.
부엌에 있는 창이 제일 크니까 부엌으로 나가야 겠다.
이야~ 정말 많아. 정말. 저 별들 중에 제일 빛나는 별이 아마 너 일거야.
사랑해, 사랑해, 희안아. 정말정말 사랑해.
있잖아, 며칠 전 누가 나한테 그러더라? 안 슬프냐고.
이상하지? 내가 왜 슬퍼? 난 슬퍼 할 이유가 없어.
비록 아침에 눈을 뜨면, 내 옆에 네가 없지만,
너를 향한 그리움으로 하루를 눈물로 시작해야 하지만,
너 없는 공허함에 온 종일 넋 놓고 보내긴 하지만 슬프지 않아.
우리가 함께 심은 개나리가 너 없음에도 커 가는 걸 나 혼자 지켜보고,
우리들의 결혼식 부케로 쓰기로 한 개나리가 시들어 가는 걸 나 혼자 지켜보지만
그래도 슬프지 않아.
우리들의 약혼 기념일이 매년 다가올 때 마다 나 혼자 네가 좋아하는 호두 파이를 굽고,
달콤한 바나나 쉐이크를 만들어 우리들의 파티를 나 혼자 해야 하지만 슬프지 않아.
항상 너와 함께 먹던 음식을 나 혼자 억지로 먹어도,
같은 모양으로 산 머그 컵이 더 이상 쓸모없게 되도,
내 왼손 네 번째 손가락에 낀 반지가 짝을 잃어도 난 슬프지 않아.
우리들의 보금자리에 너와 나의 추억이 꼭꼭 새겨져 있고,
우리가 항상 걷던 길거리, 자주 가던 카페, 사소한 모든 것들 속에 네가 새겨져 있어
모든 걸 볼 때 마다 네 생각이 나지만 난 슬프지 않아.
널 앞으로 두 번 다시 못 봐도, 네 달콤한 목소리를 더는 들을 수 없어도,
부드러운 너의 입맞춤을 다시 느낄 수 없어도, 다정한 네 손길을 느낄 수 없어도 난 슬프지 않아.
네가 없는 이곳에서 살아도 난 슬프지 않아.
왜냐고?
이제…곧 네 곁으로 가니까 난 슬프지 않아.
〃 〃 〃
“쯧쯧, 안 됐어 정말.”
“그러게. 얼굴도 예쁘던데.”
“어? 선배, 뭐가요?”
“너 못 들었어? 501호 환자 죽은 거.”
“정말이요?”
“쯧쯧. 안됐어.”
“아~ 약혼자랑 같이 여행가다 교통사고 났는데
자기만 살아남은 충격으로 병원에 온 그 여자요?”
“그래. 얼마나 불쌍해. 얼굴도 예쁘던데.”
“말썽도 안 피우던 환자였는데.”
“맞아. 헛것을 본다는 게 좀 으스스 했지만.”
“근데 어떻게 죽었어요?”
“글쎄? 자세하겐 몰라도 창 밖에 별들을 바라보다 죽었대.”
“근데 그 여자가 죽기 전에 했다는 말이 뭔 줄 알아?”
“어? 뭔데요?”
“으으~ 난 으스스해 죽겠어.”
“야, 뭔데~ 빨리 말 해봐!”
“사랑하는 사람 죽고 혼자 남은 충격으로 매일매일 환상을 보면서 허공에다
웃으면서 이 말을 했대.
‘난 슬프지 않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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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사람이 죽어야 슬픈것도 아닌데,
죽여버렸습니다;ㅁ;
헤헤~ 이런 형태(?)의 소설이 생각 나 써봤습니다.
주제는 슬픔과 눈물인데, 슬프지 않아요!!ㅠ0ㅠ
그래서 슬픈!! (=_=a)
오랜만에 끄적인 단편입니다^^
예쁘게 봐 주세요>ㅁ<
학생은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ㅁ;
잠시 머리를 식히기 위하여 쓴 소설입니다=_=
그래도 이상한 점, 잘못된 점 있으면 꼭 알려주세요^ㅇ^
모두모두 안녕히 계세요^ㅇ^
첫댓글 사랑이 행복만하고 좋은 날만 있다면 그게 사랑일수는 없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