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Gemini
16-3: 활 솜씨로 싸움 중재한 여포
술잔이 몇 차례 돌자 거나해진 여포가 다짜고짜
“그대들이여! 양쪽 모두 병사를 물리어, 내 면목을 좀 세워 주구려!”
현덕은 아무 말이 없고 기령이 대뜸 나서며
“내가 주공의 분부를 받들고 10만 대군을 이끌고 유비를 잡으러 왔는데, 어찌 빈손으로 대군을 물린단 말이오?”
장비, 크게 노하며 칼을 뽑아 손에 들고 꾸짖는다.
“우리가 비록 병사는 적다마는, 너희들쯤이야 아이들 장난감일 뿐이다. 네깟 놈들은 1백만 황건적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이놈아! 네가 감히 우리 형님을 해치려 들어!”
관우가 급히 나서서 소매를 붙들며
“여장군의 뜻이 어떠한지 들어보고 난 뒤에 각자 영채로 돌아가서 어떻게 해보더라도 늦지 않을 것이오!”
여포: “내가 두 분을 함께 청한 것은 싸움을 말리기 위한 것이니, 제발 이러지들 마시오.”
이쪽에서는 기령이 분을 참지 못해 안달복달이고, 저쪽에서는 장비가 죽이겠다고 야단이다. 여포가 화를 불끈 내며 옆에 있던 병사들에게
“여봐라! 내 화극을 좀 가져오너라!”
여포가 화극을 손으로 번쩍 들어 올리니 기령과 현덕, 둘 다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다.
여포: “내 진정 두 집의 화해를 권하려 하는데, 성사 여부는 오직 하늘의 뜻에 달려 있소.”
말을 마치자 곧바로 옆에 있던 사람을 시켜 화극을 가져다가 원문(轅門·영채 대문) 밖 먼 곳에 꽂아두게 한다. 그러고는 기령과 현덕을 돌아보며
“원문은 이곳에서 150보 떨어져 있소. 내가 만약 화살을 한 방 쏘아 화극의 작은 가지를 명중시키면 두 집은 병사를 물리고, 맞추지 못하면 각자 영채로 돌아가 어떻게 싸울지를 생각해 보시오. 내 말을 따르지 아니하면 내가 힘으로 밀어붙이겠소!”
기령이 마음속으로 생각한다.
‘화극이 150보 밖에 있으니 어찌 능히 맞힐 수 있으랴? 일단 그렇게 하겠다고 하고, 못 맞출 게 뻔하니, 그때 가서 내 맘껏 무찔러 보자!’
곧바로 선뜻 응낙한다. 현덕으로서야 불응할 이유가 없다. 여포는 둘을 불러다 앉히고 다시 각각 술을 한 잔씩 더 따라 준다. 술을 다 마시고 나자, 여포가 화살을 가져오게 한다. 현덕이 마음속으로 축원한다.
‘제발 화살이 명중되소서!’
고개를 들어 여포를 바라보니, 전포 소매를 걷어 올리고 시위에 살을 매어 부러질 정도로 힘껏 잡아당겼다가 확 놓으니 ‘착!’하는 소리가 들린다. 이 상황을 두 구절로 표현하자면 바로 이렇다.
[조선일보 2026년 10월 29일, 전광진의 드라마 삼국지 119화(전광진 성균관대 명예교수)/ 이영일 ∙ 고앵자 yil2078@hanma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