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아침 차례지낼 때 제삿상에는 멥밥 대신 떡국을 올린다.
이처럼 떡국은 특별한 음식이다. 설날 아니면 결혼식 손님들을 대접하기 위해 떡국을 내었다.
요즘 도회지에선 마트에 가면 떡국을 사시사철 팔기 때문에 먹고 싶으면 언제든지 사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옛날 시골에선 특별한 날이 아니고선 맛보기 어려웠다. 사려고 해도 파는 곳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잔칫날을 앞두거나 설이 다가오면 떡국을 만들기 위해 미리 쌀을 물에 담궈서 불린 뒤 건져냈다가
방앗간에 가서 가루로 내어 집에서 시루에 찌거나 아니면 멀리 읍내에 나가서 방앗간에 가서 빻아서
스팀으로 쪘다. 그것을 다시 찧어서 떡국 가래를 뽑아 건조했다가 완전히 마르기 전에 칼로 썰어서
대소쿠리에 담아 바람이 잘 통하는 실겅 위에 올려놓고 보관을 했었다.
떡국에는 끼미(꾸미)가 들어가는 데 꿩고기를 잘 볶어서 김 꿉은 것과 함께 토핑을 했다.
꿩고기가 귀하니까 '꿩 대신 닭'이란 말도 생겨 났다. 예전엔 시골에선 꿩도 많아서 아이들이 '사이나'를 까치밥에 살짝 넣어
꿩이 많이 내려오는 밭에 흩어 놓으면 꿩들이 내려와 주워 먹고는 죽곤 했었다.
내가 꿩고기를 처음 맛 본 것은 할머니 산소엘 성묘갈 때에 길가 보리밭에서 수리가 꿩을 잡아 먹는 것을 쫓아가 빼앗아
집에 가져와 요리를 해 먹었는데 꿩고기가 그렇게 맛있을 줄을 몰랐다. 그 후 꿩고기 맛을 못잊어 십여년전쯤 제주에 놀러 갔을 때 사육하는 꿩고기를 식당에서 사 먹었는데 옛날 먹었던 고기양은 고사하고 그 맛을 찾을 수가 없었다.
옛날 시골에선 설날 차례를 지내고 나면 음식을 이웃과 나누어 먹었는데 어머니는 떡국과 제사음식을 한 상 차려서
박수건으로 덮어서 머리에 이고 이웃에 있는 거실 할매집으로 가져가셨다.
거실 할매는 우리 할머니 언니 되셨는데 기갈이 보통이 아니셔서 며느리를 여덟이나 쫓았던 분이다.
이웃집에서 음식을 갖고 오면 그집 여자들의 음식 솜씨를 비교하셨는데, 가령 떡국을 예로 들면 떡국 가래를 썰은 모양이 기계로 썰은 것처럼 곱기도하고 일정해야 했다. 그렇다고 썰은 모양이 원형에 가까우면 보기에도 단조롭고 먹기에도 좋지 않으므로 약간 타원형이어 한다. 너무 두꺼워도 안되고 또 너무 얇아도 안된다. 그렇잖고 크기가 들쭉날쭉 하였다가 욕을 테바지 얻어 먹었다. 그런데 어머니 떡국 하신걸 보고는 늘 잘 하셨다고 칭찬을 하시곤 했다. 그런데 자신은 솜씨가 깔끔하고 빼어났으나 딸들은 데숭스러웠다. 자식농사가 제일 어려웠던 모양이었다.
첫댓글 오래만에 듣는 단어 박수건 요즘 꿩키우는것 야생이면 기름기도 적고 단백
전에 제주 해양경찰 고위직 제자가 대접해준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