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노래
애들아,
아이들아.
한창 무르 익은 봄이
푸른 날개를
젓듯이,
달빛에 흠뻑 젖은 철쭉꽃 같은
시절이 내게도
있었더란다.
처녀적 우르르 떼를지어
쫓아다니는
사내들
에게,
바람결에 흔들리는
갈대인 양
앙큼도
떨었
어.
이 사람 놀리고 재미 있고
저 사람 눈 힐긋 마냥
기쁘고 행복해,
잡힐 듯 말 듯 도망 다녔는데,
나도 모르게 잡혀버린 사람.
그 사람을 보았을 때
가슴이 텅빈 것
같았어.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어.
바로 너희들 아빠로.
인하여.
내가 먼저 졸랐어
꽃반지 끼워
달라고.
그런데 말이다.
얼마나 징하고 얼척이 없는지.
면사포를 쓰던 다음 날부터
하루 걸러걸러
고주망태.
게다
얼마나
웃기는지 아느냐.
너희들 외할머니 할아버지 앞에선,
따님을 공주같이
모시옵니다
아첨을
떨어.
그래도
다행 하나.
월급봉투 빈 적 없고
바람피운 적은
없었단다.
험악한 산을 오르고 내리다 보면
산 너머 푸른 벌판에 피는
아름다은 꽃을
보겠지.
처녀적
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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