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육군, E3B 자격시험 위해 담금질 화기 숙련·응급처치·독도법·급속행군 전문성 중점 평가…작년 합격률 13~32% 우리 군 역대 최대 규모 96명 출사표
한미 육군 최고의 전사를 가리는 E3B 자격시험에 참가할 한국군 장병이 20일 로드리게스 훈련장에서 시험에 대비해 전투상황 하 부상자 응급처치 과정을 숙달하고 있다. 김병문 기자
한미 육군이 최고의 전사를 가리는 E3B 자격시험을 위한 담금질을 이어가고 있다.
20일 경기도 포천시 로드리게스 훈련장에서 만난 한미 장병들은 나흘 앞으로 다가온 E3B 평가를 준비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E3B란 미 여단급 부대가 시행하는 자격인증평가로 우수보병휘장(EIB)·우수야전의무휘장(EFMB)·우수군인휘장(ESB)을 통틀어 가리키는 명칭이다.
우리 육군이 2015년부터 선발하고 있는 ‘최정예 300 전투원’의 모체가 된 시험이기도 하다. ‘블루 배지’로 불리는 E3B 휘장은 미 육군은 물론 전 세계 군인들에게 최고의 영예로 여겨진다. 올해는 한미연합사단·미2사단(연합사단)의 주관 아래 오는 24일부터 28일까지 E3B 자격시험이 치러진다.
이날 만난 우리 장병들은 능숙하지 않은 영어를 동원해 미군과 소통하며 궁금한 점을 묻기에 바빴다. 장병들이 손에 쥔 E3B 교본 번역본은 이미 수십 번 들춰본 듯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E3B 자격시험에서는 장병들의 행동 하나 하나가 모두 평가 대상이다. 시험 기간 내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미군 기준에 맞춘 체력 측정을 통과하는 일도 쉽지 않지만, M240·M2 기관총, AT-4 대전차화기 등 한국군에게는 생소한 미군 화기를 다루는 숙련도 평가 항목도 포함돼 있어 더욱 까다롭다. 육중한 대전차화기(재블린)도 일일이 조립해 발사해야 한다.
E3B는 전장에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화기 숙련도와 전투상황 하 부상자 응급처치, 전투정찰 및 경계능력, 지도를 활용한 주·야간 방향 탐지 및 목표지점 도달 능력 등을 평가한다. 특히 마지막 날에는 16㎏의 군장을 메고 19.2㎞ 급속행군을 한다. 시험은 지난해 기준 합격률이 EIB 32%, ESB 13%, EFMB 17%에 불과해 미군 내에서도 ‘지옥 테스트’로 불린다.
우리 군은 2016년부터 E3B 자격시험에 참가했다. 올해는 역대 최대 규모인 96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육군수도기계화보병사단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장병을 포함해 각 군단에서 희망자 중 5~9명을 선발했다. 미군 장병은 1000여 명이 시험에 도전한다. 연합사단은 언어 장벽 등 여러 제한사항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미군용 E3B 교본의 번역본을 발간했다.
1군단 박준호 원사는 “언어 장벽과 피로 누적으로 준비 과정이 쉽지 않았다”면서도 “다음 주면 체력측정, 주·야간 독도법, 과제평가, 군장 뜀걸음 등 평가가 시작되는데 꼭 합격해서 대한민국 군인의 우수성을 알리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