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첫째 날(4월 29일 목요일)
부산역에서 KTX 고속열차로 오전 6시 30분 출발하여 오전 9시 30분에 서울역 도착했다. 서울역 뒤편에서 인천국제공항행 리무진 버스로 9시 40분에 출발하여 인천국제공항에 10시 50분에 도착함. 가는 도중에 버스 안에서 해군 천안함 46 용사들의 영결식 장면을 텔레비전 중계로 시청했다.
왕복 항공료 140만 원을 유로화로 환전하여 연희단거리패 상임연출인 이윤택 선생에게 건넸다. 그리고 구옥순 선생님이 여행 용돈으로 부친 20만원에 다시 5만원을 보태 유로화로 환전했다. 수속을 밟는 창구 앞에 연희단거리패 <햄릿>의 의상과 소도구를 담은 푸른색 상자들이 즐비해 있다. 화물 운송 규칙이 더욱 까다로워져 화물 상자의 규격이 여간 복잡한 것이 아니다. 다시 규격 상자에 포장하여 화물을 먼저 탁송하고 개인 여권 수속을 밟았다. 탑승 수속을 통과한 뒤 곧바로 28 번 게이트 앞 롯데 면세점에서 아내와 아내의 친구, 그리고 딸아이가 구입한 가방, 손지갑, 화장품, 핸드백을 찾아 여행 가방에 챙겨 넣은 뒤 우리가 타야할 네델란드 암스테르담 행 비행기(KLM)를 탑승하기 위해 112번 게이트로 바삐 걸음을 옮겼다
<우리 일행이 타고 갈 네델란드 항공사 비행기>
오후 1시 30분에 탑승했는데 관제탑의 이륙 신호를 기다리느라 비행기 안에서 30분을 기다렸다. 드디어 오후 2시 정각이 되어 비행기가 이륙했다. 내 자리는 좌석 3개 중 가운데인데, 왼쪽 창구 옆은 젊은 청년, 오른쪽은 젊은 처녀인데 가는 동안 한 마디 말도 나누지 않았다. 남에가 간섭받기 싫은 현대인의 폐쇄적인 소통 구조를 철저하게 실감했다.
비행기의 평균 비행 속도가 시속 800킬로미터인데 중간 기착지인 네델란드 암스테르담까지는 약 8990킬로미터이므로 어림 잡아 11시간의 비행 시간이 소요된다. 기내에서 점심과 저녁 두 끼가 제공되었다. 점심은 비빔밥을, 저녁은 스파게티를 선택해 끼니를 떼웠다. 비행기의 평균 고도가 일만 미터인데 실외 온도가 평균 마이너스 45도이다. 그런 탓인지 온 몸에 한기가 느껴져 기내에서 제공된 담요로 몸을 덮고 자다가 깨고 나서 다시 잠드는 등 취생몽사의 상태로 11시간을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버티어 냈다.
<무대 세트와 의상, 소품 등을 화물로 부치는 연희단거리패 단원들>
네델란드와 우리나라 서울의 시차는 우리나라가 약 6시간 가량 빠르다. 비행 11시간 만인 오전 1시(현지시간 오후 6시)에 네델란드 암스테르담 쉬폴 공항에 도착했다. 출국 수속을 끝내고 루마니아 부카레스티 공항으로 갈아탈 비행기가 있는 42번 게이트로 바삐 걸음을 옮겼다. 42번 게이트에 도착하니 무엇보다 흡연 구역이 어디 있는지에 관심이 집중되었다. 그러나 단 한 군데 있는 흡연 구역까지 왕복 30분 여 분이 걸려 포기하고 말았다. 다시 출국 수속을 마치고 현지시간으로 오후 7시 경에 탑승하여 약 4시간 만에 루마니아의 수도인 부카레스티 공항에 오후 11시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마치고 짐을 찾자 말자 대합실 밖으로 나가 담배를 피웠는데 주위가 핑그르르 돌며 머리 속이 멍해진다. 이윤택 선생, <햄릿>의 드라마트루거인 성균관대 영문과 김동욱 교수, 부경대학교 영문과 정해룡 교수, 이렇게 넷이서 콜라로 목을 축인 뒤 연거푸 세 대의 담배를 피우며 담소를 나누었다.
현지 시간으로 30일 오전 1시에 부카레스티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공연장이 있는 클라이오버 시로 향했다. 3시간 30분이 지난 오전 4시 30분 경에 앞으로 우리 일행이 묵을 숙소인 호텔 ‘지울’에 도착해서 방 배정을 받았다. 서사극 전문인 전 한양대학교 독문과 교수인 이원양 선생, 김동욱 교수, 정해룡 교수, 그리고 나 이렇게 네 사람은 각각 2인용 침대가 있는 방 하나씩을 배정받았다.
<우리 일행이 7박 8일간 머물 클라이오버 시의 지울 호텔>
연희단거리패 단원들은 화물차가 도착하기를 기다려 소품과 분장 상자를 연습장에 내려놓아야 하기 때문에 기다리고 우리 일행은 각자 방으로 들아거 여장을 풀었다. 공산화에서 자유화로 들어선 지가 20년이 넘었는 데도 호텔 숙소는 우리나라 여관방 수준 정도로 아주 검소하고 집기가 전근대적이다. 호텔 숙소 식당에서 아침 7시 경에 빵, 햄, 우유 등으로 아침을 먹고 9시 경에 호텔 로비에 모였다.
<호텔 현관 유리문에 붙여진 페스티벌 인터내셔널 셰익스피어 포스터>
첫댓글 우아.. 그렇게 긴 시간 동안 말없이 가는 건 정말 지겨움을 넘어서 괴로우셨을거 같아요. 외국사람도 아닌데 말이라도 좀 하고 가면 서로 덜 지겨울텐데 말이에요. 먼 루마니아 풍경 재미있게 보겠습니다.
햐~~어딜 가나, 절친 담배는 떨어질 줄 모르옵니다! ㅎㅎ . 그렇게라도 해서, 젊은 세대와의 불통 장벽을 이겨내시고, 호텔에 여장을 풀게 되었으니, 극적(?)이옵니다~~
건강하게 잘 다녀오셔서 반갑고 여독이 안 풀린 상태에서 신인상 심사까지 하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선생님 정말 여행에서 돌아오신 다음날 바로 심사하러 오셨더군요. 그날은 건강해 보이셔서 미처 몰랐습니다. 담배 때문에 비행기로 먼길 가시기 힘들다고 하셨던 거 기억납니다. 흡연의 유혹도 잘 견디시고 무사히 도착하셨네요. 흥미진진한 여행기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