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박혁진 불법대출 의혹 검찰 수사의 치명적 오류
우리들병원 불법대출 의혹과 신한은행 문서위조 사건 개요
A씨는 2009년 김수경 우리들리조트 회장과 이상호 우리들병원 회장 등과 함께 레스토랑 사업에 참여했다. 당시 이상호·김수경 두 사람은 부부였다. 이들 사업에 A씨가 자신이 소유한 강남구 청담동 땅을 담보로 제공하고 이 회장이 연대보증을 했다. 그러나 사업이 실패했고 이 회장에겐 이와 관련한 신한은행 대출 260억여원을 포함해 1000억원대의 금융권 채무가 남았다.
재정 압박에 시달리던 이 회장은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빚을 상환하기 위해 나섰고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조건부로 1400억원을 대출해주기로 했다. 몇몇 담보를 제공하는 것 이외에 앞선 사업에서 연대보증을 선 이 회장이 연대보증인에서 빠지라는 게 조건이었다. 이 회장이 연대보증인에서 빠지기 위해선 A씨의 동의가 필요했다.
김수경 부부의 제안에 따라 담보를 제공한 A씨는 두 사람이 이혼을 앞둔 마당에 아무 이유 없이 연대보증해지에 동의해줄 이유가 없었다. A씨는 김수경 회장의 채무를 인수하고 사업권을 넘겨받는 대신 몇 달간의 운영자금조로 20억원을 이 회장 측에 요구했다. 연대보증해지가 급선무였던 이 회장은 20억원 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자 신한은행 측에서 이 회장에게 15억원을 추가 대출해주면 이 회장이 개인 돈을 더해 A씨의 돈을 갚는 데 사용하기로 했다. A씨도 이에 동의했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이 회장에게 대출해주기로 한 돈 중 7억2400만원을 A씨 동의 없이 이 회장 개인 대출의 이자로 인출해버렸다. 이에 대해 A씨는 ‘신한은행이 임의로 돈을 사용했다’며 반발했다. 화가 난 A씨는 자신이 운영하던 법인 명의로 받은 대출이자를 내지 않았고, 이에 은행은 A씨가 담보로 제공한 부동산을 경매에 넘기려 했다.
A씨는 소송전에 나서 신한은행 관계자를 상대로 사문서위조, 사금융알선 혐의로 고소했다. A씨는 신한은행이 이상호 회장의 연대보증 지위를 해제시키기 위해 먼저 이 회장에게 대출 등 자금 계획을 제시했고, 이를 위해 자신의 서명까지 위조(사문서위조)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2017년 법원에서 사금융알선 등이 일부 유죄로 인정됐다.
A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신한은행이 법원에 제출한 자료 일부가 조작된 의혹이 있다며 경찰에 이를 제보했다. 경찰은 추가 수사를 통해 A씨 의견이 맞다고 판단했다. 특히 대법원 판결까지 가는 과정에서도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새로운 증거가 발견됐다. A씨 명의의 대출통장이 김수경 회장의 사무실에서 발견된 것이다. 경찰은 이외 몇몇 증거들이 A씨의 주장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하다고 봤고, 이를 근거로 지난해 9월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주간조선의 첫 보도(2019년 2월 18일자 2545호 커버스토리)에서 제기된 청담 우리들병원의 1400억원 불법대출 의혹(이하 우리들병원 의혹), 그리고 이 사건에 얽혀 있는 신한은행 간부들의 사문서위조 및 횡령사건(이하 신한은행 사건)에 대해 검찰이 지난 5월 30일자로 무혐의처분했다. 이 사건은 주간조선 보도 후 정치권과 유튜브 등에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으나, 검찰은 공소시효 만료(6월 말)에 임박해서 사건을 종결처리했다. 이 사건을 최초로 수사한 경찰이 서울중앙지검에 기소의견으로 자료를 송치한 것은 지난해 9월이다. 송치 후 8개월 동안 사건 담당검사는 3번 바뀌었다. 검찰은 5월 말이 되어서야 두 차례 정도 사건 관련자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후 특별한 추가조사 없이 사건을 마무리했다.
그런데 검찰이 이 사건을 불기소한 이유가 석연치 않다. 검찰은 불기소처분 통지서에서 ‘증거불충분’을 불기소 이유로 들었는데 통지서에 붙은 별지에는 ‘혐의가 인정된다’는 내용이 가득하다. 이를 본 변호사들도 ‘이해할 수 없다’ ‘이상하다’는 반응 일색이다. 불기소처분 통지서에 나와 있는 피의자의 직업도 지난해 9월 시점으로 기재돼 있다. 피의자를 다시 불러 조사하지도 않았다는 이야기다.
검찰은 언론에 무혐의처분 이유를 설명하면서 우리들병원 의혹과 신한은행 사건이 마치 하나의 사건인 것처럼 이야기했다. 엄밀히 말하면 두 사건은 별개다. 우리들병원이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출받는 과정에서 신한은행 사건이 파생됐을 뿐, 의혹의 주체가 다르다. 주간조선도 첫 보도 때부터 두 사건이 다른 사건이지만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부각시켰다. 실제로 신한은행 문서위조 사건의 법원 재판 과정에서 이상호 우리들병원 회장, 김수경 우리들리조트 회장(이상호 회장의 전 부인), 우리들병원 전 재무이사 등이 등장했었다. 이상호와 김수경 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울 뿐 아니라 현 문재인 정부 실세들과도 친분이 있는 인물들이다. 결과적으로 검찰이 신한은행 사건을 불기소처분함으로써 우리들병원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의 차단막을 쳤다는 의구심이 일 수밖에 없다.
만약 신한은행 사건의 피의자들이 기소되거나 법원에서 유죄가 될 경우 우리들병원 의혹에 대한 본격 수사의 필요성이 제기될 수 있다. 이럴 경우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과 회사가 다시금 격랑에 휩싸이게 된다. 검찰이 신한은행 사건을 무혐의처분하면서 이런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했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 검찰이 산업은행에서 대출을 내어주는 과정에서 있었을지 모를 불법성 여부를 수사하려면 산업은행 및 우리들병원 이상호 회장 그리고 병원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가 이뤄져야 했다. 하지만 여기에 대한 별도 수사는 하지 않고, 대출 관련 의혹 자체가 사실무근인 것처럼 언론에 흘렸다. 더욱이 이 사건과 별개인 신한은행 문서위조 사건도 경찰이 넘긴 증거 등은 전혀 살펴보지 않은 채 사건을 무혐의처분했다. 정치인 개입 여부도 마찬가지다. 이미 주간조선 보도(2019년 3월 11일자 2548호)를 통해 정치인이 신한은행 사건에 개입한 자료(더불어민주당 정재호 의원의 자필이 담긴 자료)가 제시됐음에도 검찰은 ‘근거조차 없었다’고 했다.
주간조선이 두 차례 보도를 통해 제기한 의혹은 아래와 같이 몇 가지로 정리된다.
1) 2012년 4월 개인회생을 신청했던 우리들병원 이상호 회장이 한 달 만에 개인회생 신청을 철회하고 산업은행으로부터 1400억원을 대출받게 된 과정. 2) 산업은행이 이상호 회장에게 1400억원 대출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던 신한은행 대출 연대보증 해지 과정에서 불거진 신한은행 지점장의 사문서위조 및 횡령 의혹. 3) 2)에서 언급한 신한은행 지점장의 사문서위조 사건을 인지한 경찰 수사에 대한 청와대의 외압 의혹. 4) 이상호 회장의 전처 김수경 회장의 제안으로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했다가 결국 부동산이 경매로 넘어가게 된 피해자에게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정재호 의원 등 이 정권 실세들이 접근해 사건을 무마하려 했는지 여부.(이 피해자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도움을 줬다는 것이 양 원장의 해명이었음.)
주간조선은 이 사건을 최초 보도할 당시부터 위 의혹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가능하게 하는 객관적 자료들을 확보한 상태였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기 전 자료를 공개하는 것은 왜곡된 여론을 형성하고, 이것이 수사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공개하지 않았다. 수사가 모두 끝난 현재, 주간조선이 확보한 자료들은 이번 검찰 수사의 부실함을 드러내고 있다. 주간조선은 그동안 확보한 자료, 이번에 검찰 조사를 받았던 참고인에 대한 취재 등을 바탕으로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짚었다.
01 모순된 불기소처분 통지서
주간조선이 입수한 불기소처분 통지서에서 검찰은 신한은행 청담동 지점 고모 전 지점장과 부지점장 박모씨에 대해 모두 ‘증거불충분으로 인한 혐의없음’으로 처리했다. 검찰은 67쪽에 달하는 별지를 통해 불기소 이유를 설명했다.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때 제기한 범죄혐의는 총 7개로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유가증권위조 △위조유가증권행사 △사기 △컴퓨터등사용사기 △업무상횡령 등이다. 두 사람이 구체적으로 왜 이런 혐의를 받고 있는지 여부는 차치하고서라도 불기소처분 통지서는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한둘이 아니다. 일단 불기소처분 통지서에는 두 사람에 대한 혐의 7개에 대해 동일하게 ‘증거불충분’이라고 적시했다. 문제는 첨부된 별지다. 여기에는 불기소처분 이유가 나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검찰은 피의자들의 업무상횡령 내지 사기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불기소 이유를 밝히고 있다.
“현 수사 사항으로 보아, 직접 증거 확보되지 않아 혐의 입증할 증거가 없다.”(피의자 박모씨의 업무상횡령 내지 사기, 불기소처분 통지서 63쪽)
“혐의를 입증할 직접 증거가 없다. 혐의 인정하기 어렵다.”(피의자 고모씨의 횡령, 불기소처분 통지서 67쪽)
이런 형식대로라면 다른 혐의에 대해서도 ‘○○○○해서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 ‘혐의를 입증할 직접적 증거가 없다’고 해야 한다. 하지만 다른 혐의에 대해서는 오히려 ‘증거가 충분하다’거나 ‘혐의가 입증된다’는 내용이 명확히 적시되어 있다.
예를 들어 고씨의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혐의에 대한 내용(불기소처분 통지서 60~63쪽) <사진 ③ 참조>을 보자.
“통장 분실 재발급 신청서 및 통장 위조 혐의는 (중략) 사실 및 외관상 정상적 통장이 아님이 인정된다.”
“피해자가 인감을 분실하지 않았음에도 막도장까지 조각해 통장을 재발급했을 것으로 볼 수 없는 점 (중략) 피해자의 위임을 가장한 재발급으로 보기 충분하다.”
“그러므로 피의자들의 공동 의사(목적)에 따라, 증거자료와 같이 피해자 명의 사실증명에 관하여 통장분실 제신고 및 재발생 신청서 5부에 대해 피의자 박모씨의 자필 위조에 의해 통장 5매가 발급, 행사된 각각 혐의에 대해 인정된다.”
두 피의자의 사기에 대해서도 검찰은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처분했는데, 정작 별지에는 ‘혐의가 인정된다’고 언급되어 있다. (불기소처분 통지서 65쪽)
“피의자들이 법규 및 자체 내규를 위반한 개인 형사사건이므로 자비로 충당하여야 함에도 허위 지원 신청서 및 사실관계 확인 면담을 통해 피해자 법인을 기망하여, 피해자 돈으로 국내 최대 로펌, 고액의 비용(민사 제외)을 지원받은 행위에 대해 편취 고의 인정하기 충분하다.”
이 통지서 내용을 검토한 복수의 검사 출신 변호사는 “이런 불기소처분 통지서는 처음 본다”며 “검찰이 의도적으로 추가 증거를 외면했거나, 경찰 수사 자료를 그대로 복붙(복사해 붙이기)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02 경찰이 찾아낸 새 증거들
신한은행 사건 피해자 A씨는 2014년 신한은행 청담동 지점장 고모씨와 부지점장 박모씨를 검찰에 고소했다.<위쪽 상자기사 참조> 당시 A씨는 공식선임한 변호사 이외에 안강민 전 서울지검장의 자문을 수차례 받았다. 당시 안 변호사는 천주교 수원교구 법률자문이었으며 천주교 신자였던 A씨와 잘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 당시 수사에서 검찰 역시 A씨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판단해 2016년 1월 두 사람을 기소했다. 검찰이 기소한 혐의는 총 네 가지(컴퓨터등사용사기,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사금융알선)였다. 하지만 법원은 이 중 사금융알선만 유죄로 인정했다.
당시 A씨 측 변호사는 법원에 제출된 신한은행 측 증거가 위조됐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변호사는 증거가 위조됐다는 확신을 갖고 경찰에 관련 사건을 다시 제보했고, 경찰이 이를 인지사건으로 수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경찰 수사에서 기존에 검찰이 발견하지 못했던 증거가 새로 발견됐다. 대표적인 것이 피해자 A씨 명의로 된 대출통장이었다. 피해자가 직접 발급받지도 않았고 본 적도 없는 통장이 김수경 우리들리조트 회장 집무실에서 3개나 발견된 것이다. 피해자 A씨와 김수경 회장은 레스토랑 사업을 위해 동업한 상태였다.
신한은행 측은 기존 재판에서 이 통장의 존재 자체를 부인했었다. 경찰은 이 통장이 신한은행과 우리들병원 측이 피해자 동의 없이 모종의 일을 진행했다는 결정적 증거로 봤다. 또한 경찰은 신한은행이 무전표거래라고 주장하던 거래의 확인증도 찾아냈다. 그런데 확인증에 기재된 발행일자와 대출일자, 이자지급일 등이 뒤죽박죽이었다.<아래 사진 참조> 누가 봐도 위조됐다는 의심이 갈 수밖에 없는 문건이었다.
▲ 검찰에 송치된 자료 중 경찰이 신한은행 측에서 위조한 것으로 의심하는 신한은행 전표 중 하나. 신한은행은 이 전표의 날짜 등이 맞지 않자 나중에 무전표거래라고 주장했고 검찰이 이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런 확인증이 총 5매가 존재한다. ⑥ 이 확인증 양식은 2012년 9월 개정된 이후 인쇄되었음을 알 수 있다. ⑦ 인쇄 시점보다 거래 시점이 앞서 있음. 정상적이라면 거래 시점보다 앞서서 인쇄된 공란의 확인증에 거래내역이 인쇄되어야 한다. ⑧ 2012년 6월 거래를 했는데, 다음 이자납입일이 2012년 4월 16일이라고 찍혀 있음. 정상적이라면 다음 이자는 7월 이후라는 안내가 있어야 한다
경찰은 법원 재판 과정에서 제시되지 않았던 이러한 추가 증거들을 찾아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새로운 증거들이 제시됐음에도 검찰은 ‘대법원에서 무죄가 난 사안’이란 이유로 관련자들을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검찰의 불기소처분 통지서에는 피의자인 신한은행 전 지점장 고씨 직업을 ‘신한은행 본점 ○○○○센터장’으로 표기하고 있다. 하지만 고씨는 올해 초 신한은행을 퇴사했다. 올해는 부르지도 않았다는 이야기다.
결과적으로 검찰은 이 사건이 경찰의 인지사건임을 십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고소사건이나 고발사건을 일선 검찰이 무혐의처분할 경우 고검 등에 항고를 할 수 있는 절차가 있다. 하지만 인지사건은 검찰이 무혐의처분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즉 이번 사건의 경우 검찰의 무혐의처분은 신한은행이나 우리들병원에 ‘면죄부’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 검찰이 경찰에서 넘어온 사건에 대해 경찰과 의견을 달리할 경우에는 차장검사 결재 사안이 된다. 경찰과 똑같은 경우는 부장검사가 결재하게 되어 있다. 이 사건의 경우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넘겼기 때문에 적어도 차장검사까지는 보고가 됐다고 봐야 한다. 불기소처분 통지서에는 서울중앙지검장의 직인이 찍혀 있다.
03 정권 바뀌니 태도 달라졌나?
검찰이 이 사건을 처음 수사한 것은 2014년 박근혜 정권 때로, 당시는 부실수사 의혹이 불거지지는 않았다. 물론 피해자 A씨는 당시 검찰 수사 역시 부실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중에 경찰 수사에서 위조 의혹이 드러난 은행의 확인증 등에 대해서 검찰이 진위 여부를 판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간조선이 다각도로 취재한 결과 당시 검찰 수사는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 중 하나는 주간조선이 입수한 당시 사건 수사보고서 중 하나다. 검찰은 이 사건의 유죄를 입증하기 위해 이상호 회장과 김수경 회장의 재산 및 주식 변동 사항에 대해서까지 조사했다. 다음은 수사보고서에 나와 있는 내용 중 일부다.<아래 사진 참조>
“결국 피의자들은 연체이자를 대납해오던 이상호의 개인회생 신청 후 법원의 포괄적금지명령으로 채권채무가 동결되었고 이를 인지한 상황에서, 사업주체 및 주채무자인 김수경 재산인 주식에 대하여 질권 설정 등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아니하였고, 피해자가 일방적으로 채무인수를 함으로써 김수경은 사업채무 부담에서 완전히 벗어났음은 물론 재산권 행사에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아니하고 주식을 자유로이 매매하였음을 알 수 있음.”
즉 당시 피해자가 채무인수를 함으로써 이상호 회장과 김수경 회장이 재산상의 이득을 취했다는 의미다.
검찰이 이 회장과 김 회장의 재산 상황에 대한 내사까지 할 정도로 나름 수사에 공을 들였지만 법원이 무죄로 판단했으니 검찰 입장에서는 억울할 법한 사안이었다. 그런데 법원에 제출된 증거자료가 위조되거나 두 사람의 범죄를 입증할 수 있는 추가 증거가 경찰 수사에서 새로 발견됐다. 검찰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기소한 혐의를 입증해줄 수 있는 증거를 경찰이 찾아준 셈이다.
하지만 검찰은 경찰이 제시한 증거들을 사실상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다. 검찰은 대법원에서 무죄가 나온 사안이란 이유만으로 새로 나온 증거에 대해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정권이 바뀌니 같은 수사에 대해 검찰이 소극적인 입장으로 돌변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심지어 주간조선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타 언론이 취재에 들어가자 신한은행 측도 전 지점장과 부지점장의 ‘개인비리’라는 사실은 인정했었다. 그런데 검찰은 신한은행보다 한발 더 나아가 아예 무혐의로 결론 지었다.
04 정권 실세 연루 “증거조차 없다”?
검찰은 사건을 무혐의처분하면서 ‘정권 실세 연루설’도 실체가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 검찰 관계자는 언론에 “실세들의 영향력 행사 의혹 부분은 수사를 해볼 만한 단서조차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주간조선이 두 번째로 보도한 ‘우리들병원 1400억 대출 관련 소송, 정재호·양정철… 여권 실세들 왜 나섰나’(2019년 3월 11일자 2548호)에서 제시한 정 의원의 자필 문건은 그 자체로 단서가 될 수 있다. 주간조선 취재에 따르면 정 의원은 피해자 A씨의 반발을 해결하기 위해 신한금융지주 고위관계자와 최소 3차례 논의했고, 그 결과를 가지고 A씨를 찾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은 ‘고위관계자와 합의된 사항’이라며 ‘4년간 연체이자를 내지 않는 것과 새로 받는 대출의 이자율’ 등을 A씨에게 제안했다. 또한 정 의원은 “신한은행에 선이자를 10억원 정도 예치하면 연체이자를 받지 않고, 하나은행으로 대환할 때까지 최대한 낮은 금리를 고위관계자가 제안했다”고도 말했다. 주간조선은 이 주장의 근거로 정 의원의 자필이 담긴 문서를 제시했다. 신한은행 측 역시 주간조선에 지주사 고위관계자가 정재호 의원을 만난 사실을 인정했고, 그의 지시로 당시 신한은행 부행장이 정 의원을 두 차례 만난 적이 있다고 시인했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역시 마찬가지다. 양 원장도 이 사건과 관련해 A씨 사무실로 직접 찾아와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양 원장은 “(2017년) 8월 중 금융감독원장이 바뀌면 그때 가서 문제를 다시 논의해보자”는 식의 제안을 A씨에게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간조선이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김수경 회장도 이 문제와 관련해 양 원장의 이름을 여러 차례 언급하고 있다. 검찰이 이 문제를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A씨를 불러 물어보면 될 일이었다. 검찰은 실제로 A씨를 5월 말 한 차례 불렀다. 그런데 A씨가 서울중앙지검에 머문 시간은 20분에 불과했다. 이 중 사건을 담당한 검사와 마주한 시간은 5분 정도였다고 한다. 사실상 정상적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해 A씨는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담당검사가 ‘인지 사건인데 어떻게 사건을 알고 있었냐’ 등의 질문을 했다”며 “결정적으로 ‘당신이 이 문제를 계속 제기해서 고씨(전 지점장)가 결국 은행을 그만뒀고, 박씨(전 부지점장)는 건강이 안 좋아졌다’는 말을 듣고 더 이상 조사가 의미 없는 것 같아서 검사실을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인 관련 얘기는 아예 물어보지도 않았다”고 했다. A씨는 이번 검찰 수사에 대비해 변호인 등을 선임했었으나, 변호인이 검찰 관계자들을 만나고 온 후에 사의를 표명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금 와서 보면 결국 검찰이 불기소를 염두에 두고 사건을 마무리하려 했다는 분위기를 변호인이 감지했기 때문이 아닌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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