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정 점수 이상을 받으면 무조건 합격하는 공인중개사 시험에 상대평가 제도를 도입해 시장 수요보다 과도하게 배출되는 공인중개사 합격자 수를 줄여나가기로 했다. 다만 합격자 수 제한은 수험생과 교육·출판업계의 반발이 극심해, 상대평가 전환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20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부동산 중개보수 및 중개서비스 개선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공인중개사 시험의 난이도 조절과 상대평가 도입 등 제도 개선을 검토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중개사 자격 취득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업계 경쟁력 강화를 위한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공인중개사 자격 취득 제한은 중개업계에서 오래전부터 제기해온 문제다. 절대평가로 이뤄지는 공인중개사 시험 합격자가 매년 1만~2만 명에 달하면서 업계 경쟁이 과도해지고 수익성이 하락한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오는 10월 치러지는 제32회 공인중개사 시험에는 역대 최다 인원인 40만8,492명이 응시원서를 제출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현재까지 공인중개 자격증 취득생 수는 약 46만 명으로 추산된다"며 "중개사 과다 배출은 자격증 대여 문제 등 불법행위를 양산하고 소비자 유치를 위한 허위매물 광고 경쟁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당장 중개사 시험의 상대평가 전환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수험생은 물론 연관 교육·출판업계 또한 합격자 수 제한에 부정적인 입장이기 때문이다. 김준환 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자격 취득자 제한에 대한 요구가 10년 넘게 있어왔지만 정부도 여러 우려 사항을 고려해 제한을 보류해왔던 만큼 이번 검토 방침도 흐지부지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자격 인원을 제한해 시장을 보호하려는 정부 취지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 국민에게 열린 시험의 합격 장벽을 제한해 시장을 만들어준다는 방향은 옳지 않다"며 "절대평가 내에서 합격 점수 기준을 높이는 방안이 나아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도 구체적인 제한 방안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상대평가 전환에 대한 구체적인 인원 제한 등 방침은 정해진 바 없다"면서 "급격한 제도 개선에 따른 수험생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예기간을 두고 단계적인 인원 조정을 해나간다는 방침일 뿐"이라고 밝혔다.
한편 보장 금액이 적어 실효성 논란이 일던 중개사의 책임 보장 한도는 상향된다. 다음 달 시행령 개정으로 중개사고에 대한 개인공인중개사의 보장 한도는 기존 연간 1억 원에서 2억 원으로, 중개법인은 연간 2억 원에서 4억 원으로 오른다.
국토부는 "중개산업 실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11.6%가 중개사를 통한 부동산 거래 중 사고를 경험한 것이 있었다"며 "현행 규정은 2008년 개정돼 그간 부동산 가격 상승을 반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