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위키는 작성자들이
이치사다 선생이 짧게 요약한 책 한권만 띡 보고 대강 끄적여놓은터라 그닥 참조할 거리는 못 되고.
머 그 위키에서 말한대로 북주가 가진 자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체제였던 반면
북제는 그렇지 않았으며,
군주들 상태도 전반적으로 좋지 못했지만.
애초에 북제 자체가 병력이나 생산력 같은 기초 체급은 북주보다 엄연히 우세였습니다.
그러니 북주가 만만찮은 전투력이나 병력으로 북제와 서로 난타전을 주고 받아도, 끝내는 영토를 잃고 패퇴해서
관중으로 찌그러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촉 지역을 얻기 전에 북제와 대결한 걸 보면 전과가 대강 6:4 정도로 우세해도 끝내 기껏 얻은 영토를 뱉어내고
돌아갈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나마 북주는 촉을 얻은 후로는 북제와의 이런 격차를 크게 상쇄합니다만, 북제도 회수 - 장강 유역을
얻었기에 북제라고 힘이 그냥 멈춰 있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한마디로 파워업은 너만 한 게 아니다, 였지요.
이후에도 북제와 다시 승부를 벌이는데, 결과가 시원찮았습니다.
그나마 이때는 오히려 우문태 생전 때보다도 결과가 안 좋은데, 이유는 우문호의 군사적 식견이나
리더십이 우문태만 못했기 때문. (* 우문호 이놈은 그야말로 딱 정치군인이지 조조나 사마의, 유유, 우문태, 고환 같은 이런 유는 아니었음.... 열화판 사마사라고나 할까. ; )
그 잘 알지도 못하는 분들이 자꾸 그냥 북주가 먼저 얼음 깨다 북제가 안 깨니 북제가 그때부터 맛간 것임!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나 하는데, 그게 아니고 북제가 충분히 먼저 깰 수 있었는데 바보 같은 황제들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현상 유지에만 신경쓰며 조정 기강이 상당히 무너진 게 원인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먼저 못 깬게 아니라 안 깬거
근데..... 이 깰 수 있는 데 안 깨는 현상이, 바로 북제가 체제의 나아가할 이유와 목표를 잃고 선장 없이
표류하는 현상과 직결되어 있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북주는 나가면 질 확률이 없으니까 열세인 상황에서
얼음 안 깬 건 아니었거든요. 지고 오더라도 일단 건너가서 싸워보고 상대의 허실을 파악해보려고
온갖 신경을 다 쓰고 있었는데 북제는 어느 순간 이런 노력을 집어치운 게 문제.
그러던 어느날 북주가 기어코 각 잡고 북제에 총공세 들어가는데, 북제가 이때는 그 만만해보이던 남진한테도
캐발살나서 회수까지 도로 잃어 60개 주에서 50개주로 추락, 그러니까 국력이 5/6 상태가 된 꼴이었는데.
그런데도 북제 각지의 정예 부대나 자원이 만만찮아 북제의 황제가 조금이라도 목숨 걸고
사태에 맞서는 담력이라도 있었다면 결과가 그렇게 돌아갈 일이 아니었습니다. 생각보다 꽤 저항을 잘한 편인데
이게 무려 그 명장 곡률광이 없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그런데도 황제란 작자가 도망갈 궁리나 하며, 그러면서도 제대로 된 황족이 나라를 바로 일으켜세우는 건
절대 안 된다고 하니 각지의 군대들은 상황이 안 좋게 되자 계속 저항할 이유를 잃었습니다.
이게 바로 북제가 망한 이유.
하지만 만약 북주와 북제의 황제가 서로 뒤바뀐 상황이었다면 북제가 결코 망하지 않았을 사실은 분명합니다.
머 북주는 체제 자체가 막장 황제는 나오지 못할 정도로 의외로 지배층 내부 관계는 다소 수평적이긴 했습니다만....
굳이 가정하자면 그렇습니다.
어디 위키 말대로 체제가 썩어 빠져서 툭 치니까 와르르.....
이게 아니라, 물론 그것도 이유의 일부지만, 핵심 원인은 그냥 컨트롤 타워 사령탑 자체가 바보 같아서 망했다
이것입니다.
물론 북제 자체가 좀 지배층 내분을 잘 다스렸다면 , 헝그리 정신을 잃지만 않았다면 망하지 않았을 것도
사실이지만,
멍청한 최고지도자가 저지르는 각종 우연 또한 여기에 대단한 일조를 한 것도 사실이라는거죠.
차라리 나라가 망할지언정 내부의 다른 누군가가 나를 제치는 상황은 용납 못한다.....
양나라 황제들이 이런 식이었고, 망할 때 북제 황제들도 똑 그런 식이었는데, 어째 조선에도 있었던 어떤
사람이 또 다시 떠오르는 하루입니다.
한편 생각보다는 잘 싸웠던 남진은 다음에......
첫댓글 결국 아무리 국력이 강해도 통치자나 내부 기강등이 엉망이면 소용이 없다는거...려나요?
내부 기강이 엉망이더라도 기본 체급에 지도자만 쫄보가 아니면 버틸 것 같습니다.
@마법의활 일단 중요한건 지도자가 어떤 사람이거냐인거네요.
지도자가 그나마 역량이 있으면 기본 체급만으로도 버틸수 있다는거니까.
@paul1117 결국 적자생존이네요
@쉥커코리아 아닙니다. 적자여도 체급 유무에 따라 코인이 안 주어지면 훅 가는 수가 있습니다. 촉한이 그런 나라였죠.
요는
"선장이 갈곳을 모르면 어떤 바람도 순풍이 아니다."
라는 오래된 격언으로 연결되는듯요.
뭐 낡아빠진 정신론이나 권력의지 옹호, 더 나아가서는 정치질 합리화로 이어지기 쉬운 경구라 별로 좋아하진 않습니다만 ㅇㅅㅇ
이런면 때문에 오히려 촘촘하고 빈틈 없는 관료제국가가 지니는 약점도 있는것같습니다. 컨트롤 타워가 무너지면 하부조직들이 자생적인 대응능력이 아예 사라지니까요. 마치 매우 효율은 좋은데 중요부품 하나 고장나면 제기능못하는 정밀기계랄까...
마키아벨리도 이런 상황을 두고 16세기 프랑스와 오스만의 예를 들면서 "이기기는 비교적 쉬우나 정복은 어려운 국가"와 "이기기는 무척 어려우나 일단 꺾으면 정복은 쉬운 국가"를 논했던것으로압니다.
잘 아시는 로마제국이야 정복하려면 아예 모든 군단장들이랑 차례로 타이틀 매치를 떠서 이겨야하는 구조였고요. 대신 여긴 뻑하면 내분나서 그거 이용하기도 쉬웠지만...
남북조시기 북조나 남조나 귀족제가 발달해 둘다 서민문화 보단 후한때 발달한 호족 장원제가 발전한 귀족 중심(귀족장원제)의 문화가 꽃을 폈고 특히 남조 육조시대는 폐군와 혼군이 제일 많이 등장했고 북조의 경우 대체로 안정된 시기가 있기도 하지만 북위의 멸망으로 북방 민족의 관습법을 법율로서 확립하지 못한 시기라.. 남북조의 왕조가 길게 간 것이 더 이상하다고 봅니다. 물론 100년을 넘기 왕조가 없다는 것이 그것과 관련이 있지만 북제의 경우 고씨 황실은 조정의 기강이 잡히지도 않았고 황제가 아침 저녁으로 제도를 바꾸는 난맥상이 일어나고 남조도 왕실과 귀족관리나 군벌을 견제하지 못해 정변이 안 일어난 황제가 없으니..
작금의 북한도 어느 정도 통하는 말인 것 같네요. 김씨 왕가를 위시한 지도층이 확고한 이념으로 버티며 명맥을 이어가는 나라. 국력이나 국가 체계는 개판인데 핵과 정신력 중국 헬프 로 유지한 나라.
김정은이 북제 군주보다는 제정신이죠. 고종보다도 낫습니다.
현재의 우리가 북제 같습니다.
중국하고 비교해보면 여전히 양상은 비슷할 겁니다. 우리가 지금도 북주고 중국이 북제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