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건봉사 등공대(騰空臺), 나무아미타불 염불로 장엄하다
기자명 심정섭 전문위원
33기도순례단, 4월 20일 건봉사에서 제12차 기도정진
부처님 진신 치아사리 친견도…13차 순례 영광 불갑사
33기도순례단은 만일염불회 발상지인 금강산 건봉사 등공대에서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하며 서방정토에 나기를 발원했다.
“나무서방대교주 무량수여래불(南無西方大敎主 無量壽如來佛),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무한광명(無限光明)과 무한생명(無限生命)으로 서방 극락정토를 관장하는 아미타부처님께 귀의해 피안의 길로 나아가고자 하는 불자들의 “나무아미타불” 염불이 만일염불회 발상지 금강산 건봉사 등공대에 울려 퍼졌다.
전국 기도성지를 찾아 정진하는 33기도순례단(지도법사 석중 스님)은 4월 20일 강원도 고성 건봉사를 찾아 ‘제12차 기도정진’을 이어갔다. 지난 3월 울진 불영사 순례에 이어 4월 건봉사를 찾은 70여 명의 순례단원들이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이어가며 금강산 등공대 앞에서 두 손 모아 서방정토에 나기를 기원했다.
서울과 용인에서 아침 7시에 출발한 순례단은 이날 금강산 최남단 고성 지역에 낮게 내려앉은 운무를 헤치고 빗줄기가 이어지는 건봉사에 도착했다. 건봉사 불이문에 들어선 순례단은 먼저 부처님 치아사리를 친견하고, 대웅전에 자리했다.
33기도순례단은 부처님 진신 치아사리를 친견하고 대웅전에서 기도를 이어갔다.
건봉사 부처님 진신 치아사리는 자장율사가 중국 오대산에서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모셔 온 진신사리 중 일부다. 자장 스님이 643년 귀국해 통도사·월정사·법흥사·정암사·봉정암에 나누어 봉안한 사리 가운데 임진왜란 당시 왜군들이 통도사에 난입해 금강계단에 봉안한 사리를 탈취해 갔다. 이후 사명대사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으로 일본에 끌려간 포로 송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에 갔다가 통도사 사리까지 되찾아왔다.
건봉사 대웅전에 자리한 순례단원들은 기도에 전념했다.
사명대사는 그 가운데 12과를 처음 의승군을 규합했던 의승군의 출발지 건봉사에 봉안했다. 의승군을 조직한 호국불교의 의미를 살리는 한편, 귀중한 부처님 진신사리가 또다시 탈취될 것을 우려해 분산해서 봉안한 것이다. 이는 건봉사 ‘석가여래치상탑비’에 상세히 기록돼 있어 역사적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사리의 수난사는 끝나지 않았다. 1986년 도굴꾼 일당들에 의해 분실됐다가 되찾았으나, 사리 12과 중 4과는 회수하지 못한 안타까운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특히 건봉사 부처님 진신 치아사리는 스리랑카 불치사에 봉안된 3과 이외에는 유일하기에 불교에서는 그야말로 보물인 셈이다.
그 부처님 진신 치아사리를 봉안한 곳 바로 옆에 자리한 대웅전에서 “석가모니불” 염불로 신심을 다진 순례단은 능파교 앞 봉서루 처마 밑으로 자리를 옮겼다.
기도를 마친 순례단은 조류를 방생하며 업장소멸을 서원했다.
그리고 “삼계중생의 모든 괴로움을 없애주시려고 서원하사, 삼아승지겁의 수행 끝에 팔만사천의 마군을 항복 받으시고 보리수 밑에서 성불하옵신 본사 석가모니 부처님이시여.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저희들은 여러 겁 동안에 지은 업장을 조금이라도 소멸하고자, 무참히 죽어가는 약간의 미물들을 놓아서 살려주는 법요를 봉행하오니, 굽어 감응하여 주옵소서.”라며 합장배례하고, 조류를 방생하며 여러겁 동안 지은 업장소멸을 서원하는 동시에 무참히 죽어가는 미물들이 살아나길 발원했다.
부처님 진신 치아사리 친견과 기도 그리고 방생을 마친 33기도순례단의 발길은 빗줄기가 점차 강해지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등공대로 향했다.
건봉사 뒤편 민간인 통제구역 산길을 따라 2㎞ 거리에 있는 등공대는 우리나라에서 염불만일회가 처음 결성되고 염불행자들이 서방정토로 올라간 장소다. 758년 발징 화상이 정신·양순 등 수행승 31인 및 신도 1820명과 함께 아미타만일염불회를 결성해 “나무아미타불”을 염불하며 1만일 동안 기도했다.
순례단은 비가 오는데도 불구하고 등공대에 오르며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이어갔다.
그리고 29년이 지난 787년 7월 17일 아미타불이 관세음보살·대세지보살과 함께 나투어 이들의 원력을 칭찬하고 수행승 31인을 극락세계로 이끌었다. 이에 신도들이 감격해 1300여 번의 절을 하자 또다시 신도 913인이 극락세계로 인도되었다. 이후 남아 수행하던 907인 중 48인이 또다시 아미타불의 인도에 따라 극락으로 향했다. 이때 발징 화상이 “남은 859인은 부처님 수기를 입고 다시 태어나 제도하라”고 했다. 그리고 이를 기념해 그 자리에 세운 것이 바로 등공대다.
중국 영명연수 선사는 “만 사람이 닦아, 만 사람이 모두 정토에 갈 수 있다”고 했고, 서산휴정 스님은 “‘나무아미타불’ 여섯 글자 법문은 윤회를 벗어나는 지름길”이라고 염불 수행의 공덕을 강조했다.
이날 빗길을 마다하지 않고 등공대에 오른 33기도순례단도 “나무아미타불을 지극정성으로 염송하면 남녀노소, 빈부귀천에 관계 없이 아미타 부처님의 가피를 입는다”는 선지식들의 가르침을 굳건하게 믿고 등공대를 돌며 “나무아미타불”을 지극정성으로 염송하며 등공대 참배를 갈무리했다.
등공대에서 염불정진을 마친 순례단원들은 합장배례하며 등공대 참배를 갈무리했다.
노유경 불자는 “절 수행을 하다가 몇 년전 수술 후부터 염불수행을 하고 있는데, 염불만일회의 역사가 숨 쉬는 이곳에서 염불할 수 있어서 특별한 순례였다”고 건봉사 순례의 감동을 전했다. 또 임명희 불자는 “순례에 참가해서 기도하면 일상으로 돌아가 살아가는 힘이 생긴다. 등공대에서 아미타불 염불을 하면서 더 큰 환희심이 일었다”며 순례가 삶의 힘이 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순례단은 등공대에서의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끝으로 다음 순례를 기약하며 금강산 건봉사 순례를 회향했다. 전국 기도성지를 찾아 기도 정진하는 33기도순례단의 13차 기도 순례는 6월 15일 불갑사에서 진행된다. 6월 15일 오전 7시 서울 조계사에서 출발해 봉은사를 거쳐 오전 11시 영광 불갑사에 도착하는 일정으로 진행된다. 불갑사에서 석중 스님 집전으로 염불정진과 방생기도를 봉행하고 서울로 돌아올 예정이다. 02)743-1080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727호 / 2024년 5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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