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드시 이렇게 실천해야 한다는 건 아닙니다.
복지관마다 상황이 다르고, 복지관이 어떤 곳인지를 복지관 나름대로 다르게 정의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게 경로식당 업무를 맡는다면 아래와 같이 실천하겠습니다.
복지관 경로식당 사회사업
서울 한 복지관 선생님께서 경로식당 운영에 관한 어려움을 말씀하셨습니다.
“복지관이 개관한 지 20년이 다 되어갑니다. 개관하고부터 경로식당을 이용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이용기간이 평균 10년을 넘기신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다 보니 주인의식이 지나치셔서 새로 이용하시는 분이나 혹은 복지관 행사로 식당을 사용하시는 분께 폭력을 행사하시는 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자신의 자리에 다른 사람이 앉아서 식사하시는 게 불편하다는 이유입니다. 그 마음은 이해하지만, 종종 욕하시고 주먹을 사용하시기까지 하십니다.
이런 일을 반복하면서 단지 내에서 경로식당은 ‘고약한 이들이 밥을 빌어먹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가정 방문 중 어느 어르신께 들었던 말입니다.)
이런 상황을 해결해보고자 어르신들과 만나서 대화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견을 듣고 규칙을 정하고 긍정적인 점을 되새기면서 어르신들이 주인이 되어 즐거운 오후 한때를 보내는 행복한 공간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요? 지혜로운 분들의 의견을 구하고 싶습니다.“
며칠 뒤 이 글에 이어 조금 더 쓰셨습니다.
“저는 경로식당이 어르신들께서 대화하며 여유 있게 식사하시는 공간이었으면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여쭙고 의논하고 부탁할 기회를 가질 것입니다. 이때 소그룹(6명 정도)으로 어르신들과 편안한 공간에서 대화하며 천천히 듣고, 이렇게 1주일에 2그룹씩 10주 동안 대화하면 120명 모두 뵙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다 같이 모인 자리에서 합의하고 지켜주시기를 부탁하려고 합니다.”
다음은 영구임대아파트에 있는 복지관 경로식당을 담당하시는 어느 선생님과 나눈 이야기입니다.
선생님을 만나 함께 산책하면서 동네를 돌아다녔는데, 그 복지관 근처에 동네 교회에서 운영하는 무료국수집을 봤습니다. 마침 점심시간이었는데, 무료밥집과 경로식당 두 곳 모두 식사하시는 어르신들로 가득했습니다. 그런데 안내해주시던 선생님 말씀이 어르신들께서 무료밥집과 복지관 경로식당을 비교한다고 하셨습니다. 복지관에 손자를 데려갔는데도 야박하게 한 명의 식사만 주면서 예산과 규칙을 말했답니다. 다음 날 무료밥집에 손자를 데려갔을 때에는 그곳에 계신 분들이 반갑게 맞으면서 손자를 위해 식사와 함께 달걀반찬도 따로 만들어 주셨답니다. 복지관은 인정이 없다고 하셨답니다.
또 임대아파트단지 내에는 복지관을 없애고 그 자리에 근사한 식당이 들어오면 좋겠다는 말씀도 하셨답니다.
부천의 한 복지관에서도 비슷한 어려움을 말씀하셨습니다.
“저희 복지관 경로식당도 120명 정도가 이용합니다. 경로식당에서 식사하는 분, 포장해 가시는 분, 배달을 통해 도시락을 받아 식사하시는 분이 있습니다. 질서가 잘 잡히지 않고 새치기를 통해 다치신 분도 계셨습니다. 간담회를 통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한 의견을 물었는데, 번호표를 나눠주면 어떻겠냐는 말이 있어 그렇게 시행하고 있습니다. 1~10번까지 먼저 들어가시고 그 다음다음 순서대로 들어갑니다. 먼저 식사를 하기 위해 9시부터 와서 기다리십니다. 번호표는 10시부터 나눠 드리는데, 이때도 복잡하네요. 경로식당을 어떻게 운영하면 좋을지에 대한 고민이 계속 듭니다.”
“저희는 식사시간에 10시 30분부터 오는 순서대로 번호표를 나눠드립니다. 기존에는 배식시간이 되면 줄을 서서 진행했었는데, 새치기와 넘어지고, 다치고 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경로식당 이용자 간담회를 통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 여쭤봤습니다. 그 결과 번호표가 제일 낫겠다고 하여 그렇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번호표를 나눠드리는 것에 어르신들이 자존심 상해하지 않으실까 생각이 되어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 여쭤봤는데, 그래도 번호표를 나눠주는 것이 서로 싸우지 않고 이용할 수 있어서 좋다고 하셨습니다. 다른 복지관은 어떻게 진행하는지 궁금합니다.
배식은 11시 30분에 시작합니다. 실제 어르신은 9시부터 오셔서 경로식당이 있는 4층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십니다. 예전에는 간담회를 통해 어르신이 10시부터 번호표를 받겠다고 하셨습니다. 이번 간담회를 통해 10시 30분부터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10시 30분부터 드리는 것에 대한 불만도 있습니다. 더 빨리하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어르신이 서로 먼저 드시겠다고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번호표를 나눠 드리는 것에 어르신께서 자존심 상하실까 봐 다른 방안을 여쭈었는데, 지금은 이 방법이 최선이라고 하십니다.“
서울의 한 복지관에서도 비슷한 예가 있습니다.
“저희 복지관 경로식당은 오전 9시부터 물리치료실에 어르신들이 오신 순서대로 봉사자가 번호표를 나누어 드립니다. 물리치료실은 안마의자, 찜질팩과 같이 간단한 기구만 있을 뿐 어르신께서 대기하실 수 있는 방입니다. 어르신들은 물리치료실에 오셔서 번호표를 받으시고 물리치료실에서 기다리시거나, 번호표를 받고 다른 일을 하러 가십니다. 그리고 11시 30분에 나누어 드린 번호표대로 경로식당에 들어가 식사를 하십니다.
어르신들은 앞쪽 번호표를 받으시려고 새벽같이 오셔서 기다리는 분도 계십니다. (빨리 오시는 분은 6시 정도라고 해요.) 친한 어르신의 표를 한 장 더 받아야 한다는 이유로 봉사자 혹은 다른 어르신과 싸우시기도 합니다. 새치기 문제로도 다투시기도 합니다. 이러다 보니 복지관의 안전성 문제도 생깁니다. 어르신 사이, 어르신과 봉사자 사이에 오해와 다툼도 생기기도 합니다. 어르신들 간, 어르신과 봉사자 간, 그리고 복지관과의 관계가 약해져 가는 것 같습니다.“
점심 한 끼 드시자고 아침부터 나와 줄 서서 표를 받는 어르신의 마음이 어떠실까요?
욕하고 주먹까지 사용하는 어르신, 그러나 그렇게 몰아간 상황에 관해 생각합니다.
우리 일의 방식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요?
서울의 또 다른 복지관 경로식당에서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복지관 경로식당에서 어르신께 음식을 드릴 때 많은 수의 사람을 상대해야 하니 혼란을 막기 위해 번호표를 나눠 드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람의 수가 많고 이름도 다 알지 못해서 식사할 차례가 되었을 때 어르신을 번호로 불렀답니다. 이때 한 어르신께서 항의하셨습니다.
'사람에게는 이름이 있는데, 어떻게 사람을 번호로 부를 수 있느냐!'
담당 사회복지사는 경로식당 운영의 어려움을 말씀드리며 이를 몰라주어 오히려 서운해했다고 합니다. 짧은 식사 시간, 좁은 식당, 이용하시는 많은 어르신, 부족한 인력 등을 생각하면 이런 상황을 이해해 주셔야 하는 것 아닌가 했답니다.
모든 복지관 경로식당이 이렇다는 건 아닙니다.
쾌적한 환경, 넉넉한 음식, 편안한 식사 분위기를 만들며 잘 운영하시는 곳도 있습니다.
고급 레스토랑처럼 이용하시는 어르신을 대접하는 경로식당도 직접 견학했습니다.
그렇다면 위에 예를 든 곳은 어떻게 일해 왔기에 이런 말씀들을 하실까요?
또한, 그래서 이 경로식당들이 좋은 음식을 배불리 골고루 잘 대접하는 일을 목표로 삼고 변화해 나아가면 될까요?
다시 생각합니다.
복지관 경로식당, 배고픈 어르신이 한 끼 해결하는 곳일까요?
그래서 질 좋고 넉넉한 음식과 쾌적한 환경을 이루게 힘쓰는 일이 우리의 목표일까요?
줄서지 않고 근사한 레스토랑의 손님처럼 대접받으며 드시게 하는 일이 우리의 이상일까요?
복지관 경로식당, 어떻게 운영해야 복지관답게 운영한 것일까요?
첫댓글 "복지관에 손자를 데려갔는데도 야박하게 한 명의 식사만 주면서 예산과 규칙을 말했답니다. 다음 날 무료밥집에 손자를 데려갔을 때에는 그곳에 계신 분들이 반갑게 맞으면서 손자를 위해 식사와 함께 달걀반찬도 따로 만들어 주셨답니다. 복지관은 인정이 없다고 하셨답니다...... 복지관을 없애고 그 자리에 근사한 식당이 들어오면 좋겠다는 말씀도 하셨답니다." 저부터 반성합니다. 지자체의 눈치를 보는 형국입니다.
지자체로서는 이게 중요한 사업이겠군요. 특히 민선 단체장으로서는요.
국회의원 후보들에게도 중요한 사업입니다. 선거철이 되면 경로식당에는 사람들이 넘쳐나지요~ 후보들이 같은 시간에 와서 한 명은 할아버지방 또 한명은 할머니방에서 얘기를 하다가 갑니다.
그렇군요. 선거철이면 사회복지사의 마음도 편하지 않겠어요. 경로식당 글 쓰면서 요한 선생님 생각 많이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