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율기(律己)편, 제4조 병객(屛客)[지방 관청에서 책객(册客:지방 수령이 문서나 회계 따위를 맡기기 위하여 데리고 다니는 사람.) 및 겸인(傔人:청(廳)지기. 양반(兩班)집에서 잡일을 맡아보거나 시중을 들던 사람.) 등 객인(客人:손님)과 외부로부터의 청탁을 물리친다는 뜻]
병객(屛客)에는 여섯 개의 꼭지가 있습니다.
1. 무릇 관부(官府)에 책객(册客)을 두는 것은 좋지 않다. 오직 서기(書記) 한 사람이 겸임하여 안 일을 보살피도록 해야 한다.
2. 무릇 본 고을 백성과 이웃 고을 사람들을 인접(引接[들어오게 하여 면접(面接)함])해서는 안 된다. 무릇 관부(官府)는 엄숙하고 청결해야 한다.
3. 친척이나 친구가 관내(管內)에 많이 살면 단단히 약속하여 의심하거나 헐뜯는 일이 없게 하고 서로 좋은 정을 보존하도록 해야 한다.
4. 무릇 조정의 고관이 사서(私書)를 보내어 관절(關節[권세가(權勢家)에게 뇌물(賂物)을 주어 청탁(請託)하는 것])로 청탁하는 것은 들어주어서는 안 된다.
5. 가난한 친구와 궁한 친척이 먼 데서 찾아오는 경우에는 곧 영접하여 후히 대접하여 돌려보내야 한다.
6. 혼금(閽禁[관청(官廳)에서 잡인(雜人)의 출입(出入)을 금지(禁止)하는 일.])은 엄하게 하지 않아서는 안 된다.
오늘은 첫 번째 꼭지, ‘무릇 관부(官府)에 책객(册客)을 두는 것은 좋지 않다. 오직 서기(書記) 한 사람이 겸임하여 안 일을 보살피도록 해야 한다.’를 읽어봅니다.
목민심서 율기(律己) 제4조 병객(屛客)
1. 무릇 관부(官府)에 책객(册客)을 두는 것은 좋지 않다. 오직 서기(書記) 한 사람이 겸임하여 안 일을 보살피도록 해야 한다.
요즈음 풍속에 소위 책객(册客)이란 한 사람을 두어 회계를 맡겨서 하기(下記) - 즉 날마다 쓰는 쌀ㆍ소금 등의 장부. - 를 살피게 하는 것은 예가 아니다. 관부의 회계는 무릇 공용(公用)이건 사용(私用)이건 기입하지 않는 것이 없고, 뭇아전이나 하인들이 관계되지 않는 자가 없는데, 지위도 없고 명분도 없는 사람에게 이 권리를 총람(總攬)하게 하여, 날마다 재정을 맡은 아전ㆍ노비들과 많네 적네, 비었네 찼네 하도록 하니 어찌 사리에 맞겠는가.
이 책객이 아전들의 부정과 숨기는 짓을 적발하면 그 원망은 수령 자신에게 돌아오고 잘못된 일들을 용서하면 해는 수령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니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자잘한 하기(下記)는 지나치게 따질 것이 못 된다.
수령이 밝으면 아전들은 저절로 속이지 못하는 것이다. 비록 좀도둑질이 있다 하더라도 1년 손실은 1만 전(錢) - 백 냥 - 을 넘지 못할 것이고, 회계를 보는 책객을 1년 기르는 비용은 적어도 3~4만 전은 된다. 소득이 손실을 보충하지 못하고 수령 자신에게 누만 더할 뿐이니 책객은 제거해야 할 쓸모없는 것이다.
매양 보면 인색한 사람은 책객에게 거듭 일러서 하기(下記)를 자세히 밝혀내게 하는데, 그 때문에 책객은 아전과 약속하기를,
“수령의 성품이 깎기를 좋아하니 나도 괴롭다. 모든 소비되는 비용을 네가 더 기록하면 내가 그것을 깎겠다. 소용되는 기름이 5홉이면 너는 7홉으로 늘리고 나는 5홉으로 깎으면 네게도 손해가 없고 관에서도 잃는 것이 없으며, 나는 중간에서 허물과 책망을 면하게 되니 또한 서로 좋지 않겠는가.”
하면, 아전들은 기꺼이 그와 한통속이 되어, 몰래 토산물을 책객에게 뇌물로 보내고 책객은 남용(濫用)을 덮어주어 이익을 서로 나누어 먹는다.
수령이 퇴임하는 날에 뭇아전들이 모여앉아 이런 일들을 이야기하면서 손뼉을 칠 것이다. 따라서 수령은 어리석고 책객은 간사하다는 두 가지 악명(惡名)만 남길 것이니 이것을 알지 않으면 안 된다.
무릇 관에서 쓰는 모든 물건은 마땅히 월례(月例)(주1)가 있어야 한다. - 자세한 것은 아래 절용조(節用條)에 보인다. - 이미 월례가 있다면 하기(下記)는 무엇 때문에 살피겠는가.
다만 서기 한 사람은 없을 수 없다. 무릇 수령의 집안일은 가재(家宰) - 고례(古禮)에 집안일을 주관하는 가신(家臣)을 재(宰)라 하였다. - 한 사람을 두어서 위아래를 이어주고 안팎을 통하게 해야 할 것이다.
무릇 잗다란 일을 관에서 직접 관장하면 체모를 손상하게 되고, 자제들이 보살피면 비천하게 되기 때문에 가재(家宰)는 없을 수 없는 것이다.
제사에 쓰이는 물건과 선사하는 물건을 싸고 표지하는 일은 마땅히 이 사람에게 맡기고, 내아(內衙)에서 쓰는 모든 물건을 출납하는 재량도 마땅히 이 사람에게 맡기되, 다만 이 사람으로 하여금 한마디의 명령이나 한마디의 말이라도 내게 해서는 안 되며, 또 틈을 타서 동헌(東軒)에 여쭈어야 한다. 또 무릇 편지를 주고받는 일도 만약 수령 자신의 자제 중에서 대신할 사람이 없을 경우에는 이 사람에게 맡겨야 한다. 이를 기실(記室)(주2)이라 하는 것이다.
수령이 편지 끝에 혹 모수(某倅)라 칭하는데 이는 잘못이다. 군수(郡倅)를 반자(半刺)(주3)라고 하는데, 수(倅)는 부(副)요 둘째〔貳〕인 것이니, 영(營) 아래 있는 판관(判官)이 자칭하여 수라 한다면 옳다. - 공주(公州)ㆍ전주(全州) 등. - 군수(郡守)나 현령(縣令)은 수가 아니다. 그러나 수의 음은 취내(取內)의 절음(切音)이니 - 음이 채(蔡)와 비슷하다. - 요즈음 이를 수(粹)라고 읽는 것도 또한 잘못이다.
월례(月例) 외에 따로 지출된 것은 이 사람에게 사사로 장부를 만들게 하고 월말의 회계가 끝나거든 회계 문서를 준 후 이 사람에게 사사로 조사하도록 시키되 월례의 소용과 따로 지출된 소용에 착오가 생기면 마땅히 이를 적발하여 동헌에 보고하도록 해야 한다. 동헌에서는 수리(首吏)를 불러 이를 바로잡도록 할 뿐이요, 결코 이 사람으로 하여금 아전이나 노복들을 불러놓고 앉아서 함께 타산하면서 붉은 점을 찍거나 먹으로 지우거나 하는 일이 있게 해서는 안 된다.
[역주]
[주-D001] 월례(月例) : 매월의 정례(定例)이다.
[주-D002] 기실(記室) : 기록에 관한 사무를 맡아보는 사람이다.
[주-D003] 반자(半刺) : 군현(郡縣)의 보좌관. 장사(長史)ㆍ별가(別駕)ㆍ통판(通判)이다. 조선조에서는 감영(監營)ㆍ유수영(留守營)ㆍ큰 고을에 둔 판관(判官)이 이에 해당된다.
凡官府不宜有客。唯書記一人。兼察內事。
今俗有所謂冊客一人。以掌會計。以看下記。卽日用米鹽之簿。非禮也。官府會計。凡公用私用。無不入焉。凡群吏衆隷。無不繫焉。乃使無位無名之人。總攬此權。日與吏奴掌財者。曰多曰少曰虛曰實。豈當於理乎。斯人也。能發奸摘伏。則怨歸於我。能含垢匿瑕。則害於於我。將何益矣。下記細瑣。不足致察。官苟明矣。吏自不欺。雖有鼠竊。終年所失。不能萬錢。卽百兩。 會計之客。一年所養。少不下三四萬錢。得不補失。徒增我累。此宜去之贅也。每見吝嗇之人。申飭冊客。使之細櫛下記。客與吏約曰。官性好削。我亦苦矣。凡所費用。汝宜加錄。我其削之。油用五合。汝增爲七。我削爲五。在汝無損。在官無失。我於其間。得免咎責。不亦善乎。吏則欣然。遂與同心。陰以土物。賂遺冊客。庇覆其濫。與之分利。及官之歸。群吏相會以語此事。與之拍掌。官愚客詐。兩名俱惡。斯不可以不知也。
〇凡官用百物。宜有月例。詳下節用條。 旣有月例。下記何察焉。
惟書記一人。不可少也。凡牧之家事。須有家宰一人。古禮家臣主事者。謂之宰。 承接上下。導達內外。凡細瑣之事。官自照管。則有損體貌。子弟照管。則歸於鄙賤。家宰不可少也。祭祀之物。饋遺之物。其封裹標識。宜任此人。內用百物。其出納裁酌。宜任此人。但不可使此人。發一令。出一言。且令乘隙。稟命於東軒。又凡書牘酬應。若我子弟無可代勞者。宜任此人。斯之謂記室也。
〇守令書牘。或稱某倅。非也。郡倅。謂之半刺。倅者。副也。貳也。營下判官。自稱曰倅可也。公州全州等。 郡守縣令。非倅也。然且倅者。取內切。音與蔡相近。 今讀之如粹。亦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