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땀 흘리는 띠앗누리 청년단원·사제·수도자 통해 “나눔이 있는 곳에 하느님 계심 느껴”
“맑고 순수한 아이들 눈망울에서 우리의 나눔이 큰 희망으로 커가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 홍보대사 양미경(엘리사벳)씨는 본부 국제청년봉사단 띠앗누리 4기 단원들과 함께 7월 20일부터 2박 3일간 몽골 울란바타르 인근 청소년센터에 머물며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양씨는 청소년센터 뿐 아니라 본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 CCM도서관, 무료진료소, 슈우공동체를 찾아 현황을 둘러보고 울란바타르 지역 책임자 웬셀라오 주교를 방문했다. 양미경씨의 2박 3일 몽골 체험기를 요약해 싣는다.
‘몽골리아에서 만난 친구들’
올여름, 우리나라에는 큰 비가 내렸습니다. 땅이 끊기고 집이 무너지고 토사가 쌓인 수해지역의 모습은 비록 많은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지만 우리 국민들을 다시 하나로 묶어주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주었습니다. 우리가 누려온 편안함으로 자연은 훼손되고 그 피해를 고스란히 우리가 받고 있다는 깨달음도 있었습니다.
얼마 전 저는 한마음한몸운동본부 띠앗누리 국제청년봉사단과 함께 몽골에 다녀왔습니다. 그 곳은 ‘내 눈이 좋아졌나’를 의심할 만큼 멀리, 작은 것까지 잘 보이는 아주 맑고 깨끗한 환경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칭기즈칸이라는 영웅의 후예, 유목민의 후손인 그들은 아직도 게르라는 천막집에서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머리를 숙이지 않고는 들어갈 수 없는 누추한 곳, 하지만 저는 달리 생각하고 싶었습니다. 자신을 한없이 낮추는 연습을 해야 들어갈 수 있는 보금자리, 그런 터전이라고 말입니다. 키 작은 민들레와 에델바이스 등 초원에 핀 많은 꽃들도 가까이 숙여야만 본래 모습을 볼 수 있었기에 이런 생각은 더욱 제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서울에 돌아와 그칠 줄 모르고 내리는 비를 보며 일 년에 몇 번 온다는 비를 우산도 없이 맞던 몽골 수도 울란바타르의 아이들이 생각났습니다. 우산이 없기도 하고 맞아도 별로 해롭지 않은 비를….
울란바타르 징기즈칸 공항에 도착한 날. 몽골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겠다는 다짐도 하기 전에 저를 맞이한 것은 하늘이었습니다. 바로 눈앞에 있는 듯 가까운 하늘. 별이 쏟아질 듯 아름다운 하늘을 보며 감탄했습니다. 따뜻하기만 했던 집을 떠나 게르에서 보낸 밤은 추웠습니다. 하지만 마음까지 차갑진 않았습니다. 우리를 위해 환영미사를 봉헌해 준 아이들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둘째 날 아침 환영미사를 함께 봉헌한 돈보스코 청소년센터 아이들의 눈에서 바로 전 날 밤 봤던 별을 다시 볼 수 있었습니다. 처음엔 쑥스러운 듯 눈을 피하던 아이들은 시간이 갈수록 매달리고 안기고, 말도 통하지 않는 나를 보고도 아이들은 함께 놀아달라고 졸랐습니다. 달리던 트럭의 휘발유가 떨어지자 주유소로 달려가 쇼핑백에 휘발유를 담아 달려오던 아이, 손 유희를 끝도 없이 해 달라고 매달리던 아이, 진지한 얼굴로 미사 때 복음을 읽던 아이들. 청소년센터에서 만난 아이들의 눈은 밤 하늘의 별처럼 맑고 밝고 순수했습니다.
제가 만난 아이들 대부분은 영하 35도까지 내려간다는 겨울동안 집이 아닌 도시의 맨홀에서 생활하다 돈보스코 청소년센터 이호열 신부님이 센터로 데려온 아이들입니다.
몽골은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로 바뀌면서 무상교육이 폐지되어 학교를 다닐 수 없는 아이들이 생겨나고 교과서를 살 돈이 없어 빈손으로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도 많다고 합니다. 우리가 이튿날 방문한 예수수도회 CCM도서관은 이런 학생들을 위해 교과서와 다양한 서적을 마련하고 컴퓨터를 비치해 놓았습니다. 길게 줄을 서 도서관과 컴퓨터 자리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눈망울에서 우리의 나눔이 큰 희망으로 커가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울란바타르 무료진료소에서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분들과 스텝들의 안정된 모습을 보면서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의 일이 정말 값지다는 것을, 또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인근 슈우공동체의 농장, 그린하우스, 베이커리를 돌며 만난 몽골에서만 11년을 선교하고 계신 책임자수녀님의 모습에서 진정 그리스도인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역주민들의 자립기반을 마련하고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공동체와 함께 노력하는 이들을 만나며 가난한 이들과의 나눔은 바로 이런 것이라는 것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불과 사흘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제게 있어 이번 몽골 방문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우리와 꼭 닮은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신앙인으로 살아가는 제 자신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봉사활동을 위해 황금 같은 방학시간을 내놓고 구슬땀을 흘린 띠앗누리 청년단원들, 지구촌 모든 이가 넉넉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현장에서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신부님, 수녀님들, 장기봉사자들의 모습을 가슴속에 간직하고 또 배울 것입니다.
매번 식사 때마다 아이들과 함께 바치던 노래가 귓가에 울립니다. ‘사랑 나눔 있는 곳에 하느님 계십니다.’
사진설명 띠앗누리 4기 단원들과 함께 몽골을 방문한 양미경씨가 몽골 울란바타를 지역 책임자 웬셀라오 주교에게 축구공과 축구화를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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