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행식의 첫 번째는 수온(受蘊)이다. 다시 말해 삶을 만들어내는 첫 번째 마음작용은 수온이다. ‘수’는 즐겁고 괴로운 것을 느끼는 감정을 의미한다. 즉, 감정을 통해 느끼는 것이 곧 나의 삶을 창조한다.
무엇을 ‘느끼느냐’ 하는 것은 곧 무엇을 ‘창조할 것인가’와 같은 말이다. 매 순간의 현재에 무엇을 느끼고 사느냐 하는 것이 바로 어떤 미래를 창조할 것이냐를 결정짓는다. 느끼는 바 대로 삶은 창조된다.
예를 들면 최근 일주일간을 돌이켜 보자. 내 마음 가운데 어떤 느낌이 나의 삶에 가장 크게 작용했는가? 행복? 기쁨? 즐거움? 아니면 불안이나 답답함? 괴로움? 내가 현재 무엇을 느끼고 있느냐가 미래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무언가를 느끼고 있음과 동시에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이 미래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현재에 느끼고 누리고 있는 것이 미래에 창조되는 것이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얘기이다.
그러면 어떤 이는 이렇게 묻는다.
“상황이 좋으면 좋은 걸 느끼고, 상황이 나빠지면 나쁜 감정을 느끼는 것이지 그 느낌을 우리가 어찌할 수 없지 않습니까?”
과연 그럴까? 좋은 상황이라고 좋은 걸 느끼고, 나쁜 상황이라고 나쁜 걸 느낄까? 그렇지 않다.
보통 우리는 외부적으로 어떤 상황이 생기면 그에 따라 우리의 느낌이 수동적으로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우리의 느낌을 결정짓는 것이 아니라, 외부적인 상황이 우리의 느낌을 결정짓는다고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동일한 외적 상황에서 무엇을 느낄 것이냐는 전적으로 나에게 달려 있다. 내 스스로 나의 느낌과 감정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반야심경에 따르기를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 동시에 ‘수상행식 역부여시’라고 함으로써 수상행식 또한 이와 같이 공하다고 말하고 있다. 쉽게 말해 ‘수즉시공 공즉시수’라는 것이다. 즉 느낌과 감정이라는 마음작용 또한 고정된 실체가 아니며 공(空)한 것이다. 따라서 상황에 따라 자동으로 느낌이 따르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느낌은 공하기 때문에 동일한 상황에서 무엇을 느낄 것인지는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 따라 여건에 따라 다르다.
🩸글쓴이: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