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일보 > 문화 > ART(공연·전시) / 편집 2013-07-17 21:29:08 / 2013-07-18 13면 기사
더위 피해 떠나요, 몽환의 세계로
'White Summer'展 7월 19일 - 8월 25일 대전 롯데갤러리

미술작품의 메시지는 감상자들과의 상호작용에 의해 의미를 갖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감상자들은 작가의 감정 표현이 자신들의 감성과 맞닿아 있을 때, 혹은 목마르게 갈구하던 무언가를 작품을 통해 잠시라도 해소할 수 있을 경우에 작가의 표현에 더욱 공감하게 된다. 무더위로 지친 여름에 공포영화를 관람하거나 추리소설을 읽고 납량 특집 드라마에 빠지는 것도 작가나 제작자가 만들어 낸 공포에 편승해 마음 속의 서늘함을 일깨우고 잠시나마 더위를 잊어보고자 하는 바람일 것이다.
대전 롯데갤러리가 여름을 맞아 7월 19일부터 8월 25일까지 여는 특별기획전시 'White Summer'展은 특히 감정을 전달하는 매체로서의 미술에 주목한다. 시각을 통해 직접적으로 시원함이나 차가움을 전달할 수 있는 소재를 이용하거나 오감을 동원한 해석을 통해 감상자들에게 시각적 청량감을 전달할 수 있는 작품들을 모았다.
김지명 작가는 아크릴이 가지고 있는 차고 단단한 느낌을 이용하여 추운 겨울 여행지에서의 추억의 풍경을 입체로 제작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아크릴을 절단하고 조합하여 맑고 투명한 얼음의 느낌을 포착해내고 여행지에서의 정서를 관람객과 공유한다.
이수철 작가의 '화몽중경(畵夢中景 - 꿈속의 풍경을 그리다)' 시리즈는 작가 자신의 꿈이나 환상 속 이미지들을 통해 관람객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 검푸른 바다나 하얀 눈 등의 배경 색과 강한 대비를 이루고 있는 붉은 옷의 남녀는 작가뿐 아니라 관람객들조차도 현실 너머 환상의 세계를 꿈꾸게 한다.
아크릴, 유리, 금속 조형물 / 현대적 해석 산수화 등 선봬
색다른 소재, 표현방식 활용 / 관객에 시각적 청량감 전달
2창수 작가는 여러 겹의 유리판 위에 중첩된 이미지들을 그려 넣고 그려진 풍경이나 사물이 바라 보는 시점의 차이에 따라 변화하여 대상의 다각화 내지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이미지의 변화를 의도하였다. 유리의 재질이 지닌 투명하고 차가운 느낌에 여러 겹으로 겹쳐진 유리판으로 깊이감을 더하고 있다.
임택 작가의 '옮겨진 산수 유람기'는 전통적인 산수화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에 현대적인 이미지와의결합을 시도하여 산수화에 대한 새로운 해석의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스티로폼과 솜으로 만들어진 가상공간의 표현은 관람객들로 하여금 마치 무릉도원을 거니는 듯한 상상의 세계를 경험하게 한다.

임안나 작가는 자신의 기억이나 상상 속 이미지들을 모아 메이킹 포토의 기법으로 작품들을 제작한다. 눈이 내려 하얗게 얼어붙은 것 같은 화면에 강렬한 포인트 컬러를 추가해 적막하고 정적인 느낌을 전하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임채욱 작가는 눈 쌓인 우리 산하의 아름다움을 화면에 담아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동양화를 전공해서인지 사진으로 그린 산수화를 연상케 하는 작품은 한 폭의 전통 산수화를 보는 듯한 감동을 선사한다.
홍주영 작가의 '얼음 꽃(Frozen Flowers)'은 꽃을 얼리는 과정을 통해 얻어진 얼음의 기포와 꽃과의 융합에서 드러난 조형적 아름다움을 마이크로 렌즈로 클로즈업 시킨다.
마지막으로 황남진 작가의 '자연을 입히다'는 스테인리스 스틸판을 조합하여 만들어진 나뭇잎을 벽면에 설치한 작업이다. 현대적이며 기계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스테인리스 스틸을 주재료로 사용해 자연을 그리워하는 도시인들의 갈망을 바람에 날리는 나뭇잎으로 형상화하여 자연에 대한 갈망, 혹은 도시와 자연의 공존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전시에 참여한 여덟 작가들의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은 더욱 다채롭고 풍요로운 경험의 세계로 인도하고 새롭고 신선한 자극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미학적, 철학적 사유와 의미는 차치하고라도 그저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전시를 관람하고, 그로 인하여 현대미술에 대한 난해함의 견해에 대한 평가를 일축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최신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