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루즈버리 여행 1 - 버밍엄에서 기차를 타고 슈루즈버리에 가서 호텔을 찾아 헤메다!
4월 23일 웨일즈의 수도 카디프 를 구경하고는 13시 45분 버밍엄행 기차를 타고 방목하는 양들이 풀을
뜯는 초원지대를 달려 15시 45분에 대도시인 버밍엄 에 도착하는데, 이 역은 복합몰이라 복잡하기
그지 없는데 원래 이 도시에서 1박하려고 했으나 작은 빌라인지라 취소했으니 시내만 잠시 둘러 봅니다.
내일 아침에 가려고 했던 슈루즈버리 Shrewsbury 를 오늘 오후에 가려는 생각으로 버밍엄역 으로
들어가니 방금 무슨 사건이 있었는지 역 구내에 많은 경찰 이 보이는 긴장된 분위기 인데...
거리에서 젊은 애들이 수십명씩 무리지어 서 있어 불안한 마음에 발걸음을 빨리했던지라 불편한
마음이 드니.... “피투성이 60대 지나친 53명” 이라는 동아일보 정원수 논설위원의 칼럼이 생각납니다.
1964년 뉴욕에 사는 여성 키티 제노비스가 새벽에 귀가하던 도중 주택가 노상에서 흉기를 든 강도 를
만나자 그녀는 소리지르며 30분 넘게 저항 했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으니 2주 뒤 뉴욕타임스
가 ‘살인을 목격한 38명은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는 제목의 기사를 실어 미국에서 논란이
됐는데..... ‘방관자 효과 (Bystander effect)’ 라는 심리학 용어가 이 사건을 계기로 생겼으니
주변에 사람이 많을수록 책임이 분산 되어 오히려 위험에 처한 사람을 덜 돕게 된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11일 오전 6시경 서울의 한 아파트 입구 에서 60대 남성이 필로폰 성분을 투약한 40대 중국 국적의 남성
에게 1분 만에 ‘묻지 마 살인’ 을 당했는데 가해자는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피해자에게 갑자기 발길질
을 하더니, 도로 경계석으로 피해자 얼굴을 내리쳤다. 피가 분출하는등 출혈이 심했지만 목격자들은
아무도 가해자를 말리지도, 피해자를 구조 하지도 않았으니 한국판 ‘제노비스 사건’ 이라고 할만 합니다.
아파트 입구 맞은편 가게에 있는 폐쇄회로 CC TV 에 찍힌 목격자만 53명 이었으니 인력알선업체
등으로 출근을 서두르거나 산책을 나온 주민이 대부분이었다고 하는데 중국 국적 거주자가
많은 이 지역은 평소에도 새벽에 누워 있는 취객이 많았다고 하며 오전 6시 7분경 거동이
불편한 남성이 “누군가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다” 는 첫 신고를 했으니 그때 까지만 해도
60대 남성은 숨을 쉬고 있었는데, 경찰과 소방이 현장에 도착한 10분 뒤에는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2016년 대전에서 택시 기사가 운전 중 심장마비 증세로 쓰러졌는데 항공편에 맞추기 위해 택시
승객들은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다른 택시를 갈아타고 현장을 떠나버렸으니 승객들이
119 신고만 일찍 했더라도 생명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는 비난이 빗발쳤는데...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조하지 않으면 처벌하는 이른바 ‘나쁜 사마리아인 법’ 도입 논의가 국회
에서 있었지만 해외에서도 기소 사례가 많지않고, 사회적 공감대가 낮다는 이유로 유보 됐습니다.
53명에게는 나름대로 사정이 있었을 것이니 보통사람이라면 가해자를 제지하다가 되레 피해 를 입거나
보복 범죄 를 당하지 않을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 나는 그들과 달랐을 것이라고 100%
자신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지도 의문이지만 그렇다고 이런 일을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는
사회가 되는 것은 좋지않으니 시민의식을 끌어올리면서 치안과 응급구조의 허점 도 메워야 한다고 봅니다.
이제 어수선한 버밍엄 역사 에서 나야 갈길이 바쁘니 티켓 오피스 를 찾아 가서는 17파운드
하는 기차표를 끊어 역무원이 적어준 Plat 7b 플랫폼 으로 찾아가니.... 영국
기차는 평소 한산했는데 오늘은 젊은 청춘남녀들로 인산인해 인게 참으로 특이한 모습입니다.
구름 처럼 몰려든 젊은이들을 헤치고 기차에 간신히 올라 한 자리만 간신히 차지했는데 입석으로
입추의 여지 없이 들어찬 젊은이들이 떠들며 웃는데...... 영국은 실내에서도 모두 마스크를
벗은지라 둘러보니 마스크 쓴 사람은 우리 부부 뿐이니 마치 울타리안의 원숭이 가 된듯 싶습니다?
대부분 젊은 남녀이지만 가족 단위 승깨들도 많이 보이는데 이윽고 기차는 교외로 나가서
바로 다음 정거장 에 서니 기차 안에 그 많던 사람들이 절반 이상이나 내리는데.....
그럼? 여기가 바로 버밍엄시 교외에 신개발 지구 브린들리 플레이스 를 중심으로 운하를
따라 펼쳐지는 최고의 인기 지역인 "워터 프런트" 로.... 보트를 타거나
산책을 하는데 바와 클럽 이 많다는 바로 그 Birmingham & Fazeley Canal 인가 봅니다?
바와 클럽에는 밤늦게 까지 젊은이들로 북적인다는 워터 프런트 를 뒤로 하고 훌빈해진
기차는 다시 서북쪽으로 달리는데 창 밖으로는 넓으 초지가 펼쳐지고
역시나 여기도 방목하는 양과 소 를 볼수 있으니 자연히 목가적인 풍경을 느끼게 됩니다.
18시 25분에 슈루즈버리 Shrewsbury 역에 내려 나오니 동서남북을 구분하기 어려운지라 잠시 주변을
둘러보니 역사 건물이 참 고풍스럽다고 생각하는데..... 하지만 이제 급한건 호텔을 정하는 일입니다.
역 왼쪽은 슈류즈버리성 인것 같고.... 마침 역 맞은편에 헐직한 게스트하우스 같은 호텔 이 보이는지라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니 빌딩 안에 자리한 호텔 문은 꽁꽁 닫혀 있고..... 전화번호만 적혀 있습니다.
전화를 하려고 하는데 마침 이웃 가게에서 젊은이 가 나오길래 붙들고는 호텔 예약을
하고 싶다면서 우리 휴대폰을 건네며..... 대신 전화를 좀 걸어 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러자 총각은 그냥 따라 오라면서 앞장을 서는데.... 아니? 호텔에 전화를 걸어달라고
했는데 휴대폰도 건네받지 않고 무작정 따라오라니.... 도대체 이게 뭐하는 짓이요?
이해는 안가지만 별수 없는지라 총각을 따라가니 길을 건너 언덕으로 오르는 Castle Street
로 접어들어 조금 가서는 왠 맥주집 펍에서 문 앞을 지키는 덩치에게 설명을 하고는
우릴 데리고 안으로 들어가서 카운터에 있는 여자 종업원에게 인계 를 하고는 나가버립니다?
어리둥절??? 이게 어떤 상황이냐... 눈치로 보아 하건대 저 호텔은 여기 펍과 같은 집 이라는 생각이 들기로
아가씨에게 호텔 예약 을 하고 싶다니까 중국인이지 싶은 아가씨는 컴퓨터를 확인하더니 방이 없답니다!
오늘이 토요일 이니 여행자들이 많이 도착한지라 몇개 안되는 방이 다 나가 버린
모양인데.... 순간 난감 한지라 그럼 근처에 호텔이 어디쯤 있는지 물어봅니다.
그러니까 동양인 아가씨는 무어라 설명을 하는데 우리가 못알아듣는 눈치 이니
카운터에서 나와 펍 밖으로 나가더니 언덕길 50미터 쯤 위쪽에 보이는
오른쪽 골목길 을 가르키며 저 골목으로 들어가 내려가면 큰 호텔 이 있답니다?
얼핏 보면 한국인 으로 보이는 아가씨는 일본인이라기 보다는 중국인 이 맞지 싶은데....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는 언덕길을 올라가서는 다시 오른쪽 골목인 Castle
Court 로 들어서니 내리막길이라 길 따라 200미터를 내려가니 강변에 평지 가 나옵니다.
거기 펍에서 가게 밖으로 내놓은 테이블에 4~5개 팀이 앉아서 맥주를 마시고 있기로 다가가서는
호텔을 찾는다고 말하니 손가락으로 저 앞 강변을 가르키기로 고맙다고 인사하고
Bus Station 이라는 공터를 지나 모퉁이를 돌아서니 River Severn 앞에 엄청 큰 호텔이 보입니다.
이름을 보니 “프리미어 인 Premiere Inn” 호텔이라고 적혀있기로 문을 밀고 들어가니
엄청 넓은 리셉션이 나타나는데..... 거기에 할아버지 직원 이 앉아 있습니다.
오늘밤 하루 숙박하고 싶다고 말하니까 컴퓨터를 두드리더니 숙박비가 무려 194파운드 라고 말합니다?
왜 이다지 비싼거야.... 하지만 토요일 이니 도리가 없으니 카드로 결제를 하고 방으로 올라갑니다.
마눌은 쉬고 싶다기에 밖으로 나와 왔던 길을 되짚어 골목길을 올라가 언덕길을 만나 아래쪽으로 내려가
좀 전의 그 펍으로 찾아 가는데..... 여긴 펍 마다 밖에 경비원을 한명씩 세워두고 있는게 인상적 입니다.
가게로 들어가 맥주를 뽑는 기계가 늘어선 카운터 에서 조금전에 친절하게 대해준 그 동양인 아가씨
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려고 했더니 그새 근무가 바뀐 것인지 남자 직원 뿐 이라......
4.5 파운드 짜리 맥주만 한잔 드는데.... 술집은 손님으로 대만원 입니다만 안주없이 술만 마신다는?
그러고는 돌아오다가 피자집 을 발견하고는 안으로 들어가니 종업원이 4~5명은 되어 보이고
손님도 몇명 되는데 한가지 특이한건 배달원들 이 기다리는데 피자를 받아서는
오토바이가 아닌 자전거 를 타고 배달하는데...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무서울 정도 입니다.
화덕에서 직접 구운 피자 를 사서는 호텔로 돌아와 마눌과 함께 나누어 먹고는 오늘
하루 코츠월즈의 레치레이드 를 나서서 스윈든과 웨일즈의 카디프에 버밍엄을
거쳐서 여기 머나먼 슈루즈베리 까지 찾아온 험난한 일정이라 잠에 골아 떨어집니다.
다음날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는 호텔을 나와 다시 저 골목길을 걸어 이번에는
반대편인 언덕길 로 올라가서는 구시가지 올드타운 도시 구경에 나섭니다.
아침 일찍인지라 사람이 없어 조용하니 또 다른 색다른 느낌 인데 언덕길을 올라가다가
왼쪽으로 골목길을 따라 걸으니 아래 철길 위에 걸쳐진 육교인 English Bridge
다리를 걸어 건너서 강 저쪽으로 가서는 수도원 Shrewsbury Abbey 입구를 구경합니다.
그러고는 되돌아와 구시가지로 올라 가다가 길가에서 그래피티 를 보고는 그 옆에 원숭이인지 침팬지 인지
우스꽝스러운 그림을 보노라니 문득 동아일보 이은화의 미술시간에 나오는 침팬지의 시간 이 떠오릅니다.
침팬지들이 국회의사당을 장악한 그림 은 영국을 대표하는 그라피티 화가 뱅크시 의 대표작 중 하나니
길이가 4m 에 이르는 거대한 유화로 2019년 경매에서 150억원 에 팔리며 화제가 된 작품
인데.... 뱅크시는 왜 하필 침팬지 를 그린 것일까? 이 그림은 어째서 그리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걸까요?
영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뱅크시는 사회 풍자적인 거리 낙서화 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으니 이
그림이 그려질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연합(EU) 의 재정위기 속에서 유로존 경제의
불확실성과 난민 문제 로 영국인들의 위기감 이 고조되고 있었고 게다가 영국은 EU 통합
과정에서 국민투표를 하지 않아 민주적 절차 결여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 이 축적돼 왔었습니다.
그림 속에는 영국 하원 의사당을 점령한 침팬지 100마리 가 등장하니 내부는 열띤 토론 대신에
고성과 광기로 가득 하고, 의장석 앞 침팬지는 준비해 온 문건을 펼치지도 못한채
서있으며 의원석에 앉은 몇몇 침팬지는 의장석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40여 년간 아프리카에서 머물며 침팬지를 연구한 제인 구달 에 따르면, 침팬지는 인간과 가장
비슷한 동물 이니..... 도구를 사용하며, 동족을 살해하는 어두운 본성 도 가지고
있다는데 그녀 말대로 “침팬지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우리 인간을 닮았다” 고 합니다.
이 그림이 경매에 나온 건 2019년 10월 3일이니 2016년 국민투표 를 통해 ‘브렉시트’ 가 결정
됐지만 영국 의회는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탈퇴 시한을 수년간 계속 연장
하면서 정치적 계산만 하고 있었으니..... 당시 정치 상황에 대한 신랄한 풍자 를 담은
이 그림이 브렉시트 예정일을 앞두고 경매에 나오자 큰 호응 속에 작가 최고가를 경신합니다.
이 그림의 원제목은 ‘질문 시간’ 이었다고 하는데.... “예술은 불안한 자들을 편안
하게, 편안한 자들을 불안 하게 해야 한다” 고 믿었던 뱅크시 는 묻는 듯
하니 의사당을 점령한 침팬지들을 보고 가장 불안해할 자는 과연 누구 인가 라고....
첫댓글 슈루즈베리로 가시는 군요.
뱅크시의 챔팬지들이 국회의사당을 장악한 그림 경매에서 비싼가격에 팔렷군요.
이시기가 영국이 브렉시트와 맞물려서 이 그림이 더 인기가 높앗군요.
결국에 영국은 국민투표를 통해서 eu연합에서 탈퇴를 햇죠.
그렇지요? 결국 탈퇴했다는.....
그런데 엄청난 혼란이 올거라고 하더니
그후 별일 없는지 조용~~~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