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382
천자문002
동봉
0001하늘 천天
수평선/지평선 위로 보이는
드넓은 공간이 '하늘'입니다
또는 '하느님'을 달리 이르는 말이며
천신 천사 천인을 부르는 말입니다
기독교의 영향을 받아
하나님이 머무시는 곳
티없이 깨끗한 낙원의 세계
하늘 나라 곧 천국을 일컫습니다
영어 표현도 다양합니다
스카이Sky,
디 에어the Air
더 헤븐스the heavens
헤븐Heaven
파라다이스Paradise
갇God
등으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하늘'을 대표하는 한자는
이 천자문 첫 글자 하늘 천天이고
이 밖에 새김訓이 같고
발음이 같거나 다른 경우가 있지요
한 번 더듬어보겠습니다
하늘 천天
하늘 건乾 마를 건 마를 간
하늘 건乹
하늘 건漧 마를 건
하늘 민旻
하늘 민旼 화락할 민
하늘 호昊 높을 호
하늘 호㚏 놓을 고
하늘 공空 빌 공 헛될 공 산소 공
하늘 궁穹
하늘 궁宆
하늘 소霄 닮을 초
하늘 천祆 하늘 현
하늘 천靝
하늘 천靔
하늘 천兲
하늘 소㲵 닮을 초
하늘 소䨭 닮을 초
하늘 천䒶
하늘 륭㝫 하늘 융
하늘에 예 지낼 륭㚅 지낼 융
하늘 뜻 어길 와迗 등
우리가 알고 있기로
하늘은 높은 곳 저 위一에 있고
땅은 낮은 곳 이 아래一에 있으며
사람人은 하늘과 땅 사이에 있습니다
그래서 이를 삼재三才라 하지요
이는 관상에서 말하는
이마와 코와 턱이 아니라
하늘과 대지와 사람을 일컫습니다
하늘天과 사람人이 다른가요
아니오. 아닙니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들은 결코 다른 세계가 아닙니다
한문에서는 같은 세계로 봅니다
하늘 천天 자를 보면서
화가며 수학자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비트루비우스적 인간
다시 말해 인체 비례도의
소묘 작품을 떠올리곤 합니다
두 팔 두 다리를 벌리고 선 사람을
정면에서 그린 작품으로 유명합니다
그리고 사람 인人자를 보면
원숭이에서 인간으로 나아가는
인류 진화 계통도를 대한 듯
그렇게 느껴집니다
걸어가는 사람의 옆모습이지요
따라서 중국사람들은
하늘을 표현할 때
공간으로서의 하늘이 아니라
존재자로서의 하늘이었고
존재자는 천인天人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천인이란
하늘이라는 공간에 머무는
사람의 모습을 닮은 신인 동시에
하늘에 사는 하늘 사람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 사는 사람을
우리는 나라 이름을
접두어로 붙여 '미국인'
'미국 사람'이라 부르곤 하지요
마찬가지로 하늘에 사는 사람이기에
'천인' 또는 '하늘 사람'이라 합니다
그러나 이는
환경을 존재에 곁들여 부르는 예고
그의 직업이나 신분을
그에게 직접 부여하여
부르는 예는 얼마든 가능합니다
이름은 따로 있지만
아버님 어머님 작가님 시인님
목사님 군인 민간인 하듯 말입니다
군인은 군軍도 사람이고
인人도 사람입니다
마찬가지로 민간民間도 사람이고
인人도 틀림없는 사람의 지칭입니다
그렇다면 하늘天이 사람人이고
사람 그대로가 하늘인 셈입니다
동학의 대교주였던 손병희 선생이
동학을 천도교로 재편하면서
인내천人乃天 사상을 내세운 게
지금으로부터 111년 전이었습니다
인내천은 '사람이 곧 하늘'입니다
공간 개념이 아니라
하늘의 주재자 하느님을 일컫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누구입니까
하느님의 아들입니다
하나 밖에 없는 외동아들입니다
하느님은 가족계획에 앞선 분으로서
예수님 딱 한 분을 두었을 뿐
따님은 두지 않으셨습니다
아직 자료는 찾지 못했지만
예수님의 누님이나 여동생 얘기도
하느님의 따님 얘기도
지금까지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불교에서처럼
모두가 불자佛子라는 보편적 개념은
기독교 예수님에게는
도저히 붙일 수가 없습니다
예수님이 지닌 특수성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아들이자
곧 그 분의 대리자인 까닭이지요
법화경에서도 언급하였지만
불교경전에는 천인天人이란 말이
뜻 밖에 많이 나옵니다
이를 하늘과 사람으로
나누어 풀이하는 학자들도 있지만
나는 '하늘 사람'으로 묶어서 풉니다
하늘은 구체적이지 않습니다
게다가 중요한 이름씨니까요
하늘과 땅 해와 달과 별들과
우주와 자연의 질서에 대해서는
지면을 많이 할애해야 할 것입니다
0002 따 지地
따 곤坤
따 곤堃
따 지埅 막을 방
따 지坔
따 지墬
따 지嶳
따 지埊
따 침埐
땅 이름 반番 차례 번 날랠 파
땅 이름 합陜 좁을 합 좁을 협
'땅'의 옛말은 '따'이기도 하지만
받침 탈락의 법칙에 따라
하늘 ㅡ하느님
아들 ㅡ아드님
딸 ㅡ따님이라 하듯이
우리말에는 경칭을 붙일 경우
앞 이름씨의 받침을 생략하고
뒤에 님을 붙입니다
땅이 '따'로 발음된 것도 그렇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조선시대에 이르러 남존여비로
남편은 하늘처럼 받드는 데
아내는 땅처럼 받들지 않았습니다
낭군님 서방님은 있으나
아내님 집사람님은 없었지요
'마누라님'은 요즘 붙인 것입니다
조카님 아우님도 있지만
남자 아우, 남자 조카가 아니라면
뒤에 님자를 붙이지 않습니다
하늘이 신격화되어
하느님이 생기면서
땅에 대한 가이아 이론이 등장합니다
물론 정식으로 가이아 이론은
1970년대 초 서양 학자
제임스 러브룩에 의해서 시작됩니다
아무튼 땅에 대해서도
신격화된 칭호를 붙입니다
그것이 따님이었는데
남의 딸을 따님이라 부르게 된 것은
이처럼 땅을 신격화하면서
어부지리로 얻어지게 된 존칭입니다
땅 지, 땅 곤, 땅 침 등으로 읽지 않고
따 지, 따 곤, 따 침 등으로
지금도 발음하고 있는 것은
남의 딸을 따님이라 부르듯
고어가 아닌 현대어의 높임말입니다
자연에 대한 경외심이
하늘 땅에만 국한된 게 아니어서
비가 내리는 것을
'빗님이 오신다'고 했고
산 하천 불을 신격화하여
산신, 용왕, 조왕님으로 불렀습니다
토템 A totem에서
토테미즘Totemism이 생겨나고
성황당 숭배도 그렇거니와
땅을 신격화하여 지신, 터줏대감
마을 한 가운데는
마을을 지켜주는 신목이 생겼지요
이들을 빌미로 하여
남의 딸에게 따님이 가능해졌습니다
땅은 하늘로 더불어
가장 큰 의지처 중의 하나입니다
그래서 어린 아이들에게도
"넌 엄마 아빠를 얼만큼 사랑해?"
라고 물으면 아이의 표현은
양팔을 벌리며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하늘 만큼, 땅 만큼!
0003 검을 현玄
하늘과 땅이 이름씨名詞였다면
이 검을 현玄 누를 황黃은
그림씨形容詞라고 할 것입니다
따라서 이름씨보다는
그림씨나 움직씨에 대한 설명은
의외로 간단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문은
우리 한글이나 영어처럼
씨가름品詞이 정해진 게 아닙니다
같은 글자를 놓고도
때로는 이름씨로
때로는 움직씨로
때로는 그림씨로
어떨 때는 어찌씨副詞로
어떨 때는 부림말目的語로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바뀝니다
참고로 우리나라 문법의 씨가름은
모두 아홉 가지로 분류됩니다
1) 이름씨名詞
2) 대이름씨代名詞
3) 셈씨數詞
4) 토씨助詞
5) 움직씨動詞
6) 그림씨形容詞
7) 매김씨冠形詞
8) 어찌씨副詞
9) 느낌씨感歎詞
검다는 뜻을 지닌 현玄은
검붉은 빛입니다
영어로는 다크Dark로 표현되지요
같은 뜻 다른 글자를 한 번 볼까요
검을 흑黑
검을 유幽 그윽할 유
검을 자玆 이 자
검을 려黎 검을 여 새벽 여
검은 조皁 하인 조 노예 조
검은 조皂 하인 조
0004 누를 황黃
검을 현玄과 마찬가지로
누를 황黃자도 그 자체 부수입니다
영어로는 옐로우Yellow며
샐로우Sallow로서
황금 빛깔을 얘기하기도 하지만
땅의 빛깔을 나타내는 데는
황금색에 가까운 옐로우보다는
누르께한, 누르스름한 빛깔인
샐로우가 다 어울리는 표현입니다
천지란 하늘과 땅이며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세상입니다
하늘을 바라보니 검붉고
땅 빛은 꺼멓고 누르스름합니다
하늘이 검붉은 다크빛임은
가믈가믈하기에 그리 보이는 것입니다
따라서 검을 현은
검다는 그림씨 외에
'가믈 현'이라고 새기기도 합니다
오늘은 성도절成道節입니다
부처님께서 대도를 이루신 날이지요
도는 깨닫기도 하지만 이룸입니다
이룬다는 움직씨에는
부처님도 우리 중생들도
내재된 마음의 길을 이룸입니다
어떻습니까?
어젯밤 철야정진에서
무엇인가 견처가 있으셨습니까?
01/17/2016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