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봉 933m 전남 구례 / 광양
산줄기 : 호남정맥
들머리 : 간전면 중대리 중한재마을
위 치 전남 구례군 간전면 / 광양시
높 이 933m
# 참고 산행기[사네드레]
구례를 감싸안은,...밥봉(933m)
전남 구례에 있는 밥봉은 봉우리가 밥사발을 뒤집어 놓은 듯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제법 높이가 있지만 암릉이 발달되거나 특징 있는 산세를 지닌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섬진강을 경계로 맞은편에 지리산이 떡하니 버티고 있어 고목나무에 붙은 매미처럼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고 찾는 이도 간간히 있을 뿐이다.
화개에서 내린 취재팀은 택시를 이용해 산행들머리인 묘동마을로 향한다. 정확한 산행들머리를 찾기 위해 마을사람들에게 밥봉의 등산로를 묻는데 '그게 어디메 있는 산이여?' 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낭패다. 구례군청에서 만든 관광안내도에도 '밥봉' 이라고 뚜렷이 표기된 산인데 바로 산 아래 마을사람들은 밥봉을 모르는 눈치다. 군청 문화관광과나 밥봉이 소재한 간전면사무소에서도 모르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면서 어찌 관광지도에 버젓이 올려놓은 건지, 지방정부 시대를 맞은지 10년이 넘었다. 신경 좀 쓰자.
"마을 뒤편에 제일 높이 솟은 봉우리가 뭐예요?"
"아, 그거 문 바위봉이여. 두 개가 문처럼 떡 허니 버티고 섰응께~."
마을사람들이 얘기하는 봉우리는 아마 북바위를 말하는 듯싶다. 북바위는 밥봉에서 섬진강을 향해 흘러내린 능선 중턱에 있는 바위로 지리산 형제봉 아래 있는 형제바위처럼 생긴 바위다. 하지만 오늘 계획된 등산로에서는 벗어난 곳이어서 다음에 오기로 했다.
"눈이 겁나게 왔으니 올라가기 힘들거여. 조심해서 다녀와."
걱정하는 마을사람들을 뒤로하고 우뚝 솟은 밥봉을 향해 발길을 돌린다. 마을회관을 지나 양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들어선다. 한겨울, 논 속에서 더욱 푸름을 발하는 대나무숲이 양쪽으로 도열해 산행 잘 하라고 인사하는 듯하다.
위쪽으로 조금 올라가자 산을 가로지르는 임도와 계곡엔 고로쇠 채취 마을답게 굵고 검은 관이 산 위로 뻗어 있다. 첫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올라서 크게 돌아오면 만나는 길인데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밭을 가로질러 임도에 올라서니 사유지임을 알리는 푯말과 작은 산길 하나가 산 정상을 향해 까마득히 뻗어 있다. 따뜻한 남쪽 양지바른 곳임에도 며칠 전 내린 눈은 녹을 기미가 없이 발목 높이까지 쌓여있어 스패츠를 착용한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길게 뻗은 밥봉 능선이 북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을 막아주니 추운 날씨임에도 금세 몸에선 땀이 난다. 멀리 뻗은 지리능선도 구경하고 재정비도 할 겸 휴식을 취한다. 올라온 등산로 뒤편으로 악양의 형제봉과 그 마루금을 따라 지리를 향해 달음질치는 남부능선, 그리고 그 끝에는 남쪽 내륙지방의 최고봉 천왕봉이 흰 눈을 뒤집어쓰고 산신령처럼 위엄 있게 아래를 내려다본다. 산 아래로 희눈을 뒤집어쓴 산과 들녘, 마을이 푹신한 양탄자를 덮고 있는 것 마냥 포근해 보인다.
완만한 능선이 점차 가팔라지며 자꾸만 발길을 더디게 한다. 물기를 머금은 습설, 눈이 온 뒤로 한번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산길은 쉽사리 길을 내주지 않는다. 한걸음 옮겼나 싶더니 이내 주르륵 미끄러져 그 자리로 돌아온다. 눈 밑으로 닿는 땅은 부드러운 흙이지만 낙엽이 쌓여 더욱더 미끄럽다. 하는 수 없이 아이젠과 스틱을 꺼내든다. 미끄러지지 않으려 양발과 스틱을 잡은 손에 힘을 주고 올라가니 조금 속도가 빨라지긴 했지만 밥봉은 금세 가까워지지 않는다.
산행 초반에 어깨너머로 훤히 뚫려있던 조망은 산중턱에 자리잡은 소나무숲과 잡목들에 들어가자 사방 시야를 가려버린다. 블라인드를 친 듯 나뭇가지 틈새로 보이는 주변 산들의 조망이 감질나게 한다.
산길은 갈수록 가팔라져 스틱과 아이젠에 의지해 걸음을 옮겨도 올라가기가 쉽지 않다. 깎아지른 듯 가파른 능선길, 하는 수 없이 주변 나뭇가지와 산죽을 밧줄삼아 끙끙대며 올라선다. 사람 하나가 겨우 통과할 만한 커다란 바위 하나를 비집고 들어서자 눈앞에 완만한 능선이 펼쳐지며 북바위재에서 올라온 능선과 만난다. 나뭇가지 사이로 구례 시내와 섬진강 물줄기가 어렴풋이 눈에 들어오는데 햇살을 받은 섬진강은 거대한 비단뱀처럼 꿈틀대며 구례를 휘감아 흐른다.
병풍처럼 바람을 막아주던 밥봉 능선에 올라서니 세찬 바람이 겨울을 실감케 한다. 머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지만 체온유지를 위해 다시 벙거지 모자를 덮어쓴다.
길은 서쪽에서 방향을 틀어 밥봉이 있는 남쪽 능선을 따른다. 거의 경사를 느낄 수 없는 완만한 능선이 잠시 이어지는가 싶더니 이번엔 커다란 산죽밭이 앞길을 막아선다. 어깨높이까지 웃자란 산죽 위로 눈이 소복히 쌓여있고 잘 이어지던 산길이 갑자기 뚝 끊어졌다. 양쪽으론 가파른 능선이 아래를 향해 쏜살같이 뻗어내려 있으니 우회로가 있을 거란 생각은 할 수 없다. 여기서부터 악전고투다.
지리산 남부능선, 황금능선의 산죽밭은 그나마 발 아래로 길이 나 있지만 여긴 그런 것도 없다. 불도저마냥 산죽을 헤치고, 타고 넘고 하는 사이 앞서가는 김석준(30세)씨는 눈사람이 된다.
"이거 길 맞아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지만 나뭇가지에 떡하니 붙어있는 부산 모산악회의 표지기가 있으니 등산로가 분명하다. 바로 눈앞에 보이는 정상이 괜시리 얄밉기만 하다.
불과 500m 거리를 30분이 넘게 걸려서야 정상에 올라선다. 정상에 올랐다는 감격도 잠시, 온갖 잡목들에 둘러싸인 정상은 올라온 능선길과 별반 다를 바가 없어 조망이 좋지 않다. 하지만 남서쪽으로 광양의 백운산, 억불봉 능선이 시야에 들어오고 북쪽으로 지리 주능선과 왕시리봉 능선, 악양 형제봉으로 뻗어내린 남부능선이 눈에 들어온다. 하얀 눈을 머리에 인 천왕봉 아래로 산사태가 나 날카롭게 패인 산허리가 가슴 아프기만 하다.
해가 서산 너머로 지며 주위가 어두워진다. 하산을 재촉한다. 바로 옆 939봉으로 이동해 역시 어렴풋이 난 산길을 따라 내려오는데 눈과 산죽, 장애물 두개가 합쳐지니 힘은 그 이상으로 든다. 다행히 하산길이라 엉덩이썰매를 타고 내려오는 재미에 힘든 것도 잠시, 임도삼거리에 내려선다. 구불구불 이어진 임도, 빙판이 되어버린 길을 따라 한참을 내려서니 중한치다. 이미 해는 져 사위는 조용하기만 하다.
*산행길잡이
묘동마을-(10분)-첫번째 임도-(1시간)-밥봉 능선-(40분)-밥봉-(15분)-939봉-(30분)-임도 삼거리-(1시간)-중한치
밥봉은 구례와 광양의 경계에 위치한다. 등산인들 중에는 광양의 백운산과 밥봉을 이어 종주산행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하루에 여섯 번 밖에 없는 교통편이 불편하고 등산로 정비가 잘 되어 있지 않아 짧은 코스임에도 힘든 산행이 될 가능성이 크지만 사람들의 발길이 뜸하고 호젓한 산행을 좋아하는 등산인이라면 한번쯤은 가볼만한 곳이다. 8~9부 능선부터는 잡목들과 산죽 때문에 여름이라도 긴팔을 입는 것이 좋다.
계곡으로 난 길은 족적을 찾기 힘들어 초행이라면 능선길을 택하는 것이 좋다. 산행들머리는 묘동마을로 들머리를 찾기 힘들다면 마을에서 바로 올려다보이는 능선을 향해 가다보면 무덤 1기가 있으며 이 무덤 위로 5m 정도 가파르게 올라가면 산길을 만날 수 있다. 짧은 산행이긴 하지만 산행 중에는 식수를 구할 방법이 없으므로 미리 넉넉히 준비해 가는 것이 좋고 능선에서는 보온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교통
서울에서 구례구행 열차가 하루 13회(06:50~22:50) 운행한다. 밥봉 들머리인 묘동마을로 가려면 구례구역에서 구례버스터미널행 버스를 타야 한다. 버스는 서초구 남부터미널에서 하루 6회(09:10, 10:50, 13:30, 15:10, 16:30, 18:30) 운행하며 요금은 21,800원.
구례터미널에서 중한치행 버스를 타고 묘동마을에서 내리면 된다. 중한치행 버스는 하로 5회(07:00, 11:30, 14:30, 16:00, 19:30) 운행한다. 차 시간이 맞지 않다면 화개행 버스를 탄 후 묘동마을까지는 택시로 이동해도 된다. 요금은 8,000원.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구례에서 19번 국도를 타고 하동 방향으로 진행하다 화개를 지나 남도대교를 건너고, 861번 지방도에서 중한치 방향으로 가다보면 오른쪽에 묘동마을 알림판이 있다.
*잘 데와 먹을 데
잘 데는 화개나 쌍계사 주변의 숙박시설을 이용한다. 먹을 데는 화개 버스주차장 주변에는 많은 음식점이 있다. 청림식당(055-882-9991)은 섬진강의 명물 참게탕을 비롯해 송어회, 은어구이, 은어튀김, 재첩국 등이 맛깔난다. 그외에 개화식당(883-2061), 강남식당(883-2147), 혜성식당(883-2140) 등이 비슷한 음식들을 취급한다.
*볼거리
쌍계사와 불일폭포 쌍계사는 본디 옥천사라 불렸으며 772년 지어졌다고 알려져 있다. 840년 쌍계사라는 이름을 얻었으며 범패의 고향으로 오랫동안 범패의 명인들을 배출하는 교육장의 역할을 해왔다. 봄이면 흐드러지게 피는 10리 벚꽃길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다. 불일폭포는 쌍계사에서 40여분 거리에 위치하며 60m 높이의 깎아지른 절벽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한폭의 그림같다 하여 지리 10경 중 하나인 불일현폭으로 불린다.
화개장터 우리나라 5대 시장 중의 하나로 전국의 어느 시장보다 붐볐던 곳이다. 전라도와 경상도의 생필품을 교역하던 이곳은 아직도 시골장터의 정취가 남아있어 훈훈한 인심을 주고받는 만남과 화합의 명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글쓴이:전재완 객원기자
참고:월간<사람과산> 2007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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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 벗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