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창작 7주차 과제]
OO상가 건물을 들어서면 미로같은 골목들로 식당과 옷가게 액세서리가게가 이어져 있다. 지하는 주차장이고 2층엔 꽃도매상이다. @@모자는 제희가 하고 있는 모자를 파는 가게이다. 6평 남짓한 공간에 재봉틀과 책상이 벽을 마주보고 붙어있다. 벽 구석에는 수도와 인덕션 커피머신이 있다. 입구에 투명한 쇼윈도에 마네킹 2개가 가장 인기있는 모자를 쓰고 있다. 넓은 창의 밝은 색 모직 모자와 작게 머리를 감싸는 검은색 비단과 큐빅이 꽃 모양으로 달린 모자가 씌워져 있다. 한 쪽 벽면과 3개의 행거에 각종 색상과 소재의 모자들이 유형별로 진열되어 있다. 3년여 기간 동안 만들어 왔던 모자들이 한자리에 진열되어 있다.
제희는 책상에 앉아 한참 가위를 만지고 있었다. 크지도 않은 문구용인 그 가위는 몇 년 동안 서랍을 들락거리며 모자 본을 자르거나 천의 재단을 위해 사용하던 것이었다. 그 가위는 모자를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예쁜 옷감을 사다 본을 뜨고 초크로 본을 대고 라인을 그리고 그 가위로 옷감을 오려내는게 시작이었다. 서너 개의 옷감에 서너 개의 본을 한꺼번에 그려넣고 계속 이어서 오려냈다. 제희가 오려낸 본을 받아서 미선이가 재봉질을 했다. 각종 모양의 모자들이 모습을 드러내는게 신기했었다. 이제 미선이 없어서 제희는 모자 본을 뜰 흥이 나지 않았다.
— 나 잠시 여행을 다녀와야 겠어. 너무 힘들고 뭔가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어
모자는 그럭저럭 잘 팔렸다. 지나가며 구경만하던 손님들이 거울에 비춰보며 괜찮다며 구입을 하기도 했다. 작은 모자를 구경하고 거울앞에서 색깔을 바꿔가며 써보던 50대쯤 되어보이는 여자분이 눈인사를 하며 가게를 나갔다. 오늘은 손님이 더 올거같지 않다.
그냥 가위는 그녀의 손에 너무도 익숙해서 손의 일부처럼 붙어 있었다. 제희는 가위를 손에 잡고 있으면 마음이 편했다. 모자 본 뜨는 것 말고도 편지봉투도 다이어리도 가위가 닿고나면 새로운 쓸모를 만들 수 있는게 좋았다. 그런데 오늘 제희는 빈 가위만 손에 쥐고 있었다. 아무것도 쓸모 있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의자에서 조금 비껴앉아 초점 없이 깜깜한 창밖을 보거나 아니면 가끔 눈을 감았다가 뜨면서도 가위에 시선을 모으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오른손의 두 손가락이 끼워진 가위의 금속 날이 마치 시계추의 진자운동을 보고 따라 하는 것처럼 똑같은 속도로 간격을 벌렸다 오무렸다 했다. 제희는 마음이 좀 편안해 지길 바랬다.
언제나 이 늦은 밤에 그렇듯이 그녀의 컴퓨터는 켜져 있었고, 고개를 바로 하지 않아도 모니터에 있는, 준모와 선미와 나누던 카톡의 대화창이 그대로 보였다. 준모는 초등학교 동창이다. 선미는 평생교육원에서 재봉틀을 배울때 만났다. 제희와 선미는 모지를 만들어 파는 것으로 함께 창업을 했다. 준모는 군대를 재대하고 제희를 도와주고 있다. 천을 도매로 경매에서 사는데 준모는 수완이 있었다. 모자를 만드는데 좋은 재료를 마련하는게 중요했다. 매출이 나서 마련한 자금으로는 가게 운영비와 전세값을 제외하고는 재료비가 가장 큰 비중을 가졌다. 좋은 천을 저렴하게 구입하는게 중요했다. 준모 덕분에 그 부분이 잘 해결되었다. 지난번 경매에서 밝은 색 모직 천을 재빠르게 확보해줘서 고마웠다.
— 이거 제희가 제일 좋은하는 색깔과 소재 맞지? 내가 눈독들이고 있다가 재빨리 잡았어
— 준모야 너가 없으면 안되겠다 우리 모자 만드는데 계속 같이하자
말하자면 제희가 이 모자 가게를 하자고 처음 제안했고 가게 전세를 얻었으니 자본금을 가장 많이 부담하였으니 사장인 셈이다. 그래도 매달 재료비, 운영비와 세값을 제외하고 매출의 일부를 저축하고는 세 사람이 똑같이 나누었다.
삐비빅 카톡음이 울렸다. 카톡창에 선미와 준모가 베트남의 시장을 다니고 있는 사진이 떴다. 선미는 꼬치를 들고 먹으며 웃고 있었다.. 준모도 옅은 미소를 참으며 뭔가 음료수를 마시고 있었다. 제희는 두 사람이 같이 여행을 간 것에 놀랐다. 어떻게 이렇게 둘이 친해졌는지, 많이 속상하고 서운했다.